블로거와 명예훼손
블로거는 명예훼손에 자유롭지 못하다. 명예훼손이라는 상당히 모호한 법과 이 법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는 천민자본주의가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항상 이 명예훼손을 염두에 두고 쓴다. 염두에 둔다는 것은 명예훼손 때문에 사실을 숨긴다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또 업체에서 연락이 오면 항상 기록으로 남겨두고 가능하다면 녹취록을 떠 둔다. 허락을 얻지 않고 녹취를 뜨는 것도 불법이고 이런 녹취 자체는 법적 효력도 없지만 기억을 상기하고 분명한 증언을 하기 위해서 이다.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천민자본주의는 우리의 생각까지 지우려 하고있다.
몇 달 전의 일이다.
경찰: 도아님, 되시죠?
도아: 예.경찰: 얼마 전 모 병원 의료사고에 대한 글을 올리신 적이 있죠?
도아: 예.경찰: 병원측에서 고소를 했으니 조사를 받으셔야 겠는데요.
도아: 병원측 요청대로 다 삭제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이행통지까지 받았는데요?
경찰: 그래요. 그러면 고소 대리인 전화번호를 알려 드릴테니까 고소 취하하세요
블로거와 명예훼손
블로거는 명예훼손에 자유롭지 못하다. 명예훼손이라는 상당히 모호한 법과 이 법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는 천민자본주의가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항상 이 명예훼손을 염두에 두고 쓴다. 염두에 둔다는 것은 명예훼손 때문에 사실을 숨긴다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또 업체에서 연락이 오면 항상 기록으로 남겨두고 가능하다면 녹취록을 떠 둔다. 허락을 얻지 않고 녹취를 뜨는 것도 불법이고 이런 녹취 자체는 법적 효력도 없지만 기억을 상기하고 분명한 증언을 하기 위해서이다.
병원 의료사고
고소당한 건도 비슷하다. 일단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판단을 배제했다. 그 이유는 내막을 모르는 사건에 대해 판단을 하면 이 역시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 글을 올리는 동기를 적어 두었다. 그 이유는 이 글이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적은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역시 고소당했다.
당시 그 글을 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의료사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 의료사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료사고 자체를 문제삼아 본적은 없다. 이 의료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따라서 굳이 글을 올릴 필요는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글을 올린 이유는 다른 블로거의 글, 포털에 올라온 글이 계속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의료사고에는 대부분 사건 브로커가 껴든다. 이 사건 역시 정황상 사건 브로커가 끼어든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유족측이 올린 동영상이 아마추어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너무 세련됐기 때문이다. 동영상의 메시지 하나 하나, 영상 하나 하나를 신경쓴 동영상. 어머님이 갑자기 죽어 경황이 없는 유족의 작품으로 보기는 너무 힘들었다.
사건 브로커가 끼어들었다는 정황에도 글을 올렸다. 병원측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 보다는 '다른 블로거의 글이나 포털에 올라온 글을 무턱대고 삭제함으로서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 내용 역시 어느 한쪽의 주장을 담은 것이 아니라 유족측의 주장과 병원측의 주장을 함께 담았다. 그 이유는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모르고 사건 브로커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결국 며칠 뒤 유족과 병원측이 합의함으로서 마무리됐다. 아울러 마무리된 일이 또 다시 다른 곳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족 합의문과 간단한 소견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 뒤 유족측에서 연락이 왔다. 병원측에서 글을 올린 사람들을 모두 고소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글에서 인용한 부분의 저작권은 병원과 유족측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족측이 올린 동영상, 유족측의 합의문, 병원측의 병원 입장에 대한 글 부분을 모두 삭제처리했다.
그리고 올해 또 다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동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받았다. 이미 삭제한 동영상이기 때문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연락, 이행통지를 받았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 통지를 받았지만 이미 동영상을 삭제한 상태였다. 유족측이 삭제 요청을 한 것으로 봐서 방명록에 삭제 요청을 하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함께 시정 요청을 한 것 같았다.
그 뒤 병원측에서는 홈페이지의 링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미 삭제된 동영상의 링크라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 동영상의 제목에 병원의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들어온 요청이었다. 병원측의 요청을 받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의 링크 역시 삭제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측으로 부터 다시 메일을 받았다. 다시 받은 메일에는 블로그에 올린 모든 글을 삭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글에 병원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도 없고, 또 유족과 병원의 요청으로 동영상과 합의문등을 모두 삭제했기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글은 단순한 내 생각뿐이다. 이런 생각까지 삭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울러 잘못된 부분이나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 적극적으로 검토한 뒤 반영하겠다.
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것이다. 그런데 고소장의 내용을 보니 허위 사실이 너무 많았다. 먼저 고소장에는 '병원측의 삭제 요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측의 요구를 묵살한 적은 없다. 병원측에서 받은 메일은 모두 G메일에 저장되어 있다. 확인해 보면 어떤 것도 묵살한 부분은 없었다. 두번째는 링크 삭제만 요구한 홈페이지의 게시물까지 문제 삼고 있었다. 분명히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물었지만 병원측은 게시물의 제목에는 병원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며 '동영상의 링크 삭제만 요구했다'. 그런데 이 게시물까지 고소장에 포함되어 있었다.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물었다. 그런데 병원측의 요청은 링크만 삭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 역시 삭제하지 않았다고 고소장에 버젓이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측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시정을 요청했지만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병원측 요청한 글의 시정 요청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아예 받지 못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부터 시정 요청을 받은 것은 첫번째 글이고 이 글은 유족측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시정 요청을 해서 이미 시정한내용이다. 그러나 병원측이 고소장에 제출한 글은 세번째 글이며 이글에 대해서는 어떠한 시정 요청도 받지 못했다. 추측이지만 병원측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글을 내리려고 시도했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반려되자 고소한 것으로 보였다.
명예훼손 조사
아무튼 병원측과 합의를 시도했다. 꼭 합의해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명예훼손을 해결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 합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측은 완강했다. 병원측의 시정 요구를 다 이행했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부터 이행통지 까지 받은 글로 고소한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법으로 하면 우리가 이긴다.
물론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느꼈다. 다시 경찰서에 전화를 한 뒤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따라서 거주지로 '이송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리고 며칠 전 경찰서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일단 고소장을 본 조사관의 이야기는 '고소인의 고소취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병원측의 요청을 묵살했다는 고소인의 주장부터 조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미 고소인과 주고 받은 메일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메일을 통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했는지 알렸다. 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통지, 이행통지 역시 제출했다. 병원측의 주장은 올 4월에 삭제 요청을 했지만 삭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이미 작년 11월 말에 삭제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렇게 고소인측의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결국 조사관은 고소인의 고소장으로는 혐의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검사의 수사의뢰 취지를 보고 고소장이 접수된 이유를 설명했다.
글에는 명예훼손을 할 의도가 전혀 없고 글 역시 그렇다고 해도 그 글을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다. 또 댓글을 달 수도 있고 퍼감으로서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부분도 모두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먼저 블로그의 글은 퍼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명예훼손으로 걸릴 수 있는 글을 퍼가면 그 글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에서 퍼간 글을 삭제하자!!!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허락을 받지 않고 퍼가는 글은 적극적으로 삭제한다. 네이버에서 퍼간 글을 삭제하자!!!처럼 업체를 통해 삭제하는 때도 있지만 블로거에 직접 접촉해서 삭제를 요청하는 때도 많다.
여기에 구글이나 Archive.org와 같은 웨이백 머신(Wayback Machine)이 글을 저장하는 것도 막고 있다. 따라서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다른 사이트는 저장된 페이지가 있지만 이 블로그나 홈페이지는 이런 저장된 페이지가 없다. 단순히 캐시에 남아있는 것이 싫어서 취한 조치가 아니라 명예훼손에 대비해서 예전부터 취해둔 조치다. 마지막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글에는 11월 30일 이후에는 전혀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병원을 특정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의료사고만으로 접속한 사람이 어떤 병원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글이 캐시에 남아있으면 역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예 캐시에 남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HEAD>태그와 </HEAD>태그 사이에 <META NAME="ROBOTS" CONTENT="NOARCHIVE">를 삽입하면 된다.
결국 고소장의 내용을 더 확인하고 다시 조사를 받기로 했다. 다만 병원과 합의할 수 있으면 합의하라고 해서 다시 병원과 합의를 시도했다. 전에도 마찬가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지만 병원의 고소 대리인은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처음 전화했을 때도 병원장에게 물어 보고 연락을 주기로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월요일에 전화를 주기로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결국 지난 수요일에 다시 전화한 뒤 '병원에서는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고소는 한 상태다. 여기서 명예훼손으로 걸리면 다시 민사로 걸면된다. 이런 의파라치도 많다. 그러나 무혐의 판정을 받아도 글을 올린 사람은 수사라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즉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최소한 고생은 시킬 수 있다. 결국 지난 수요일 경찰서에서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네시간 동안 다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으면서 든 생각은 바로 천민자본주의였다. 나만 잘되면 되고 나만 잘 먹고 살면 다른 사람은 고생을 해도 된다는 천민자본주의. 고소꺼리도 못되는 고소장으로 몇시간씩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동안 정작 경찰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 분풀이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찰의 고소 처리건수는 일본의 90배에 달한다고 한다. 영파라치, 컴파라치, 의파라치처럼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가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고소 때문이다.
우니나라 경찰의 고소 처리 건수는 일본의 90배에 달한다고 한다. 영파라치, 컴파라치, 의파라치등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업체들의 무분별한 무차별적인 고소, 고발이 가져온 결과다. 그 덕에 정작 경찰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천민자본주의
아무튼 네시간의 조사는 끝났다. 그리고 아직 명예훼손에 대한 결과는 통보는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조사관의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였다.
- 고소장 접수 자체가 힘든 고소
- 너도 당해봐라는 전형적인 묻지마 고소
이일을 겪으면서 느낀점은 우리나라의 천민자본주의는 이미 갈 때까지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돈이 최우선이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용서되는 사회. 그래서 사회약자는 더 약해지고, 없는자는 더 가난해지는 천민자본주의. 인간에 대한 배려도 없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오로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천민자본주의.
그래서 사람의 생각까지 지우려고 하는 천민자본주의.
의료사고에서 누가 옳은지는 모른다. 나는 컴퓨터와 운영체제, 그리고 좋아하는 IT 제품, 그리고 가끔 정치를 돌아보는 그저 그런 한 블로거에 불과하다. 미네르바처럼 신드롬을 만들 역량도 없다. 또 이명박이처럼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러 지껄이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 삶의 소소한 일상과 관심을 내 블로그에 올리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땅의 천민자본주의는 이런 것 조차 막고 있다.
남은 이야기
내가 의료사고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바로 이 천민자본주의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이 고소건으로 알 수 있었다. 다만 어떤 병원이었는지, 어떤 의료사고였는지는 묻지 말기 바란다. 또 고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병원을 특정할 수 있는 댓글은 방문자를 천민자본주의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예고없이 삭제할 것이므로 병원을 특정할 수 있는 댓글은 달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