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
일단 식사를 했기 때문에 숙소로 바로 돌아오려고 했다. 일정이 상당히 길었고 술을 한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뷔페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지만 술을 마시며 뷔페를 먹으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엉맘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카지노를 구경하고 가자는 것이었다. 밤에는 사람이 무척 많기 때문에 굳이 밤에 볼 필요가 없고 다음 날 아침에 보러 가자고 했다. 그러나 카지노는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만 연다(동서발)고 해서 카지노 관광에 나섰다.
강원랜드로!
결국 무주에서는 더 이상 할일이 없기 때문에 강원랜드로 가기로 했다. 동서가 예전에 갔다 왔는데 볼 것도, 놀 것도 많다고 했기 때문이다. 길이 조금 멀기는 하지만 강원랜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장모님은 "멀리 가기 싫다"고 하시면서 금산에서 인삼이나 사자고 하셨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 결국 강원랜드로 가기로 했다.
무주는 경북과 붙어있다. 따라서 무주에서 조금만 더 가면 김천이 나온다. 김천에는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끝인 김천 IC가 있기 때문에 김천 IC에서 중부내륙을 타고 가기로 했다. 무주 토비스를 출발, 작은 길을 따라 산을 하나 넘으니 김천 IC가 나왔다. 김천IC에서 대구 방향으로 16Km를 간 뒤 김천 분기점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갈아탔다.
고속도로가 지루하신 듯 장모님은 계속 국도로 가자고 고집을 하셨다. 예전에 문경에서 예천으로 가면서 사람하나 다니지 않는 유령도로를 타고 가본적이 있다. 완전한 뱀길,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는 산 때문에 무려 2시간 30분을 걸렸다. 이런 사실 때문에 그냥 고속도로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장모님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 같았다.
문경을 조금 못가 첨촌 IC에서 빠졌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상태라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동서 아버님 친구분이 문경에서 소머리 국밥을 하신다고 해서 이 집에서 먹기로 했다. 위치는 잘 기억나지 않고 리프트 아시아 마지막 섹션에서 작티의 배터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러나 소머리 국밥은 정말 싸고 맛있었다. 가격은 5000원인데 깍두기, 김치, 백김치 모두 맛있었다. 더우기 깍뚜기는 무채와 함께 나왔다. 무채 역시 익은 것으로 봐서 김치를 담글 때 깍두기와 무채를 함께 담근 것 같았다. 아무튼 맛이 좋아 다음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이름은 원조 소머리 국밥인데 소머리 국밥으로 유명한 곤지암 보다 훨씬 맛있었다. 특히 냄새가 폴폴 나는 배연정 소머리 국밥과는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모독인 듯 싶었다.
문경은 충주에서 가깝다. 따라서 나중에 맛집 취재를 갔을 때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려고 했다. 그러나 댓글로 율동공원님이 위치를 알고 싶어하셔서 적어둔 전화번호를 이용해서 위치를 찾았다. 빨간색 배경에 흰색으로 원조소머리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사용한다. 소머리 국밥이지만 간판에 국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울러 맛의 비결을 여쭈어 보니 상당히 많은 한약재가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소머리 국밥을 먹고 장모님께 다시 여쭈어 봤다. 고속도로를 타고 갈지 아니면 국도를 탈지. 장모님께는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지루하신 것 같았다. 결국 국도를 타고 예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도로는 뻥뚤린 편도 2차선 도로였다. 예전에 갈 때 본 뱀길도 산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문경온천에서 네비게이터를 찍었는데 이때 이 네비게이터가 산길을 알려 줘서 발생한 문제인 것 같았다.
풍기 인삼
아무튼 예천 IC에서 중앙 고속도로를 타면 중간에 풍기가 나온다. 풍기도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 장모님께서 계속 인삼을 사고 싶어 하셔서 풍기에 들려 인삼을 사가기로 했다. 풍기역 앞의 풍기 인삼시장에 주차를 하고 인삼을 골랐다. 장모님은 인삼을 여러번 사 보신듯 대번에 6년근이 어떤 것인지 아신다. 추석을 코앞에 둔 시점의 일요일이라 풍기 인삼시장은 사람들로 넘처났다.
인삼을 사고 다시 출발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장인어른이 부석사에 가자고 하신다. 장모님은 부석사 보다는 선비촌을 더 가보고 싶어 하셨지만 선비촌은 이미 지난 상태라 최종적으로 부석사로 결정됐다. 나는 올초에도 부석사를 다녀왔고 여행기를 올린적이 있다. 당시 부석사에서 맛있게 먹었던 것이 두가지 인데 그 중 하나가 인삼 동동주이고, 또 다른 하나가 사과였다.
그래서 부석사 대신에 인삼 동동주나 먹으면서 신선놀음이나 할 생각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보니 인삼 동동주를 파는 곳이 없어졌다. 주변을 싹 돌아봤지만 인삼 동동주를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한 집에 앉아 동동주와 감자전을 시켰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할머니 때문이다.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여쭈어 보니 아주 밝게 웃으시며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수많은 관광객에 치여 웃음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런 관광객을 귀찮아 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맞이해 주시는 할머니의 웃음이 좋았기 때문이다. 동동주 한잔에 천원이지만 한잔으로는 부족할 것이 틀림없었다. 한병(1.5L)를 다 마시기에도 부담이 됐다. 그러나 주선이 강림을 받아 한병을 시켰다. 한병을 통으로 시키는 것을 보신 할머님은 "다 드실 수 있겠냐, 남으면 가져가도 된다"며 동동주를 가지고 오셨다.
인삼이 빠지기는 했지만 동동주 맛은 좋았다. 마시다 보니 인삼 동동주도 함께 하시면 좋을 텐데 왜 인삼 동동주를 하지 않으시는지 여쭈어 봤다. 인삼 동동주도 함께 했지만 시어지면 너무 달아지고 인삼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 일반 동동주 하나로 통일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내려 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인삼에 대해 이것 저것을 여쭈어 봤다. 일단 "인삼에서 5년, 6년근은 없다"고 하신다. 시중에서 5, 6년근으로 파는 것은 대부분 4년근 중 큰 것을 5, 6년근으로 속여 파는 것이라고 하신다. 풍기에 사셨기 때문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인삼 농사를 지으셨다고 한다. 아울러 "6년근을 만들려고 하면 인삼이 썩기 때문에 재배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논에서 인삼 농사를 지으신 것 같다)이다. 그래서 5년근이라고 해도 풍기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고 하신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모 고발 프로(소비자 고발)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방영한 것 같았다. 인삼의 나이테와 굵은 줄기가 꺽이는 횟수로 년근을 판단하고 5~6년근을 파는 곳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다. 불현듯 이 내용이 생각나면서 왜 인삼을 살 때는 그생각을 못했는지 아쉬웠다. 그런데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어졌다. "인삼에 농약을 너무 많이 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삼 농사짓는 사람은 인삼을 먹지않는다"는 우스개도 있다고 하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풍기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나 지금까지 인삼을 드신 분들은 나를 죽일 놈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도 주변에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농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할까한다. 일단 국내에서 사용되는 농약은 인체에 거의 해가 없는 저독성 농약이라고 한다. 아울러 재배하기 두달전에 농약을 치면 농약 잔류물 검사에서 농약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농약을 많이 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일은 무농약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농약을 하면 벌레가 먹어 재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과일은 일단 봉투를 쒸우고 농약을 치고 수확할 때가 되면 봉투를 벗기는 대신에 아예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한다.
농약 때문에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좋은 인삼을 고르는 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일단 인삼은 밭에서 재배한 것 보다 논에서 재배한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따라서 뿌리에 뭍은 흙이 붉은 빛이 나는 것 보다는 논의 흙처럼 검은 빛이 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대부분 붉은 빛이 나기 때문에 검은 빛이 나는 인삼이 더 상품이라고 한다.
두번째는 인삼을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좋다고 하신다.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았다. 6년근이 없다면 4년근이 6년근 덩치로 자란 것이다. 이런 인삼에 비해 충실히 차란 인삼은 더 단단할 것 같기 때문이다. 산삼을 생각해 보면 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는 몸통이 짧고 다리가 굵고 많은 것을 골라야 한다. 인삼이라는 이름처럼 인삼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따라서 매끈하게 뻗은 뒤 잔뿌리가 있는 인삼 보다는 보기에는 조금 좋지 않아도 몸통이 짧고 굵은 다리가 사람처럼 뻗고 잔뿌리가 많은 인삼을 골라야 한다. [인삼의 거짓과 진실의 소스]
이제 이야기는 사과 이야기로 이어졌다. 올초 여기서 사간 사과가 무척 맛있어서 인터넷으로 영주 사과를 주문했지만 퍼석 퍼석한 맛에 당도도 무척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사과라고 해도 다 똑 같나요. 동네마다 다 맛이 틀려요"라고 하신다. 영주에서도 부석사 사과가 맛도 좋고 때깔도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산비탈에서 충분한 햇살을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울러 집집마다 사과밭이 있기 때문에 명함을 얻어 주문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셨다.
아무튼 부석사에 올라가지 않은 덕에 보석보다 많은 정보를 들었다. 이때였다. 한 "아주머니가 생수 없어요?"라고 한다. 할머니가 있다고 하자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낸 뒤 바로 따신다. 그러고는 "이 생수는 이미 따져있는데요?"라고 반문한다. 안쪽 냉장고에서 새로운 생수를 아주머니께 드리고 생수를 치우셨다.
생수 한병의 가격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할머니의 성격을 생각하면 따논 생수를 파실리는 없어 보였다. 아울러 병만 따졌지 물은 줄지 않은 것으로 봐서 누가 마신 것 같지도 않았다. 항상 밝게 웃으시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할머니를 도와드릴 다른 방법도 없는 것 같아서 이미 뜯은 생수를 천원에 샀다. 동동주는 다 마셨고 우엉맘도 부석사에서 거의 내려왔다고 해서 지난번에 과일을 구매한 곳으로 향했다.
일단 우리집 두개, 본가 한개, 처가 두개, 처제네 한개해서 총 6개를 구입했다. 바구니 여섯개를 내려놓으시던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바구니가 생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바구니를 두고 가라고 하신다. 아니면 택배로라도 보내 달라고 하신다. 문제는 우리집에 있는 바구니는 택배로 보내드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처가와 처제내로 가는 바구니는 택배로 보내드릴 방법이 없었다.
결국 아주머니는 바구니를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바구니를 사지 말고 오천원을 더주고 박스 포장된 것을 사라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처제내에 보낼 것과 처가에 보낼 것은 바구니 보다는 상자 포장이 나을 것 같아서 바구니 두개를 상자로 바꿨다.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다.
분명히 내려와서 사과를 사기로한 장모님과 처제네가 이미 사과 한박스를 사가지고 온 것이다. 예전에 부석사를 가면서 나도 경험한 일인데 부석사 주차장 바로 옆에도 사과를 파는 곳이 있고 부석사를 오르다 보면 할머니들이 사과를 파신다. 그런데 상품성을 보면 주차장 바로 옆의 사과가 훨씬 좋다. 색깔도 좋고 생채기도 없다. 반면에 부석사를 오르면서 할머니들이 파는 사과는 내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주문한 사과처럼 색깔도 예쁘지 않고 생채기가 엿보인다. 그래서 꼭 여기서 사자고 한 것인데 사과맛을 본뒤 유혹을 이기지 못한 듯했다.
일박에 45만원
아무튼 다시 부석사를 출발했다. 처음에는 다시 중앙 고속도로로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고속도로쪽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간다. 그러더니 나타난 도로. 아직 포장도 되지 않은 1차선 비포장 도로로 들어가는 것이 었다. 나도 네비게이터를 믿고 이런 도로를 타다가 미아가 될뻔한적이 있기 때문에 내심 불안했다. 그러다 만난 차량들. 비포장 도로가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이 도로가 영월로 가는 훨씬 빠른 도로라는 것이다.
일단 반대쪽에서 온 차들이기 때문에 믿고 앞으로 갔다. 꼬불 꼬불, 덜컹 덜컹. 이런 도로를 타고 산을 넘으니 영월 표지가 보였다. 이제는 사북으로 가서 강원랜드로 가는 일만 남은 셈. 사북으로 가는 도로를 달리다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북쪽에서 끝없이 나오는 차량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강원랜드를 가기에 처렇게 많은 차가 쉴 틈도 없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차는 강원랜드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 또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바로 건물들. 그런데 전당포외에는 다른 건물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음식점이 두군데 정도 있지만 대부분 전당포였다. 강원랜드 입구를 지나다 보니 왼편으로 거대한 성이 보였다. 사진을 찍으면 멋있을 것 같은데 작티의 배터리가 나간 상황이라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이 성은 실제 성이 아니라 성 모양으로 만든 조명탑이었다. 그래서 낯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밤에는 꼭 동화속에 나오는 성처럼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거대한 콘도촌이 보였다. 하이원 콘도. 총 다섯동으로 구성되며 주된 업무는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C동에 있다.
B동 2521호를 배정 받아 방으로 들어섰다. 처음에 동서가 하루에 50만원 하는 방을 구했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정말 45만원이었다. 보통 콘도는 일반가, 회원가, 할인가가 있는데 이 콘도는 45만원이라는 가격외에 다른 가격은 제공하지 않았다. 이 콘도는 50평형이라고 하는데 50평형이라고 하는 이유는 복층이기 때문이다. 방을 들어서면 높은 천장에 등이 달려있고 주방 바로 위에 또 방과 화장실이 있다. 바닥은 대리석이고, 에어컨도 실내장식용 에어컨이 달려있다.
면적은 50평, 가격은 45만원이다. 입실은 두시인데, 퇴실은 11시로 다른 콘도보다 늦게 입실하고 빨리 퇴실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청소 때문이다.
45만원이라는 살인적인 숙박료가 말해주듯 가구도, 시설도 모두 고급스러웠다. 주방도 비슷했다. 대리석 재질의 식탁, 매립형 대형 냉장고. 유리 칸만이로 변기와 욕실이 분리된 화장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바로 관리였다. 비수기라 숙박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여기저기서 청소를 하고 조경을 하는 사람이 곳곳에서 눈에 뛰었기 때문이다.
50평 형이지만 1층에는 방 하나, 화장실 하나, 조금 너른 거실이 있고, 2층에 방 하나, 화장실 하나가 있다. 따라서 1층은 25평 정도 되며, 복층이기 때문에 50평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천장이 높기 때문에 상당히 시원해 보인다.
그림 옆에 있는 것은 에어컨이다. 다른 에어컨과 달리 에어컨 자체도 하나의 장식처럼 보인다. 그림은 내가 보는 안목이 없기 때문에 명화인지 아닌지 모른다.
냉자고는 매립형이다. 아울러 상당히 큰 냉장고이다. 싱크대도 상판을 대리석 재질로 처리했고 청소 상태는 아주 깨끗했다. 강원랜드에 갔다 오면서 느낀점은 강원랜드는 아주 관리상태가 아주 좋다는 점이다.
거실에도 큰 TV가 있지만 침실에도 TV와 간단한 쇼파가 있다. 가구도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된 화장실이 있고 이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입구가 두개있다.
콘도의 입구는 나무재질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10여명이 붙어서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물을 뿌리고 모터 걸래로 비누칠을 하고 다시 모터 걸래로 물기를 말렸다. 이렇게 관리를 하다 보니 콘도 자체는 꼭 호텔처럼 느껴졌다.
강원랜드 근처에는 먹을 만한 곳이 없다. 강원랜드 입구의 촌락에는 상당히 많은 건물들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당포가 전부다. 다른 업종은 아예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듯 다른 간판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렇다 보니 음식점도 몇개없다. 다음 날 간단히 요기를 하려고 음식점을 찾아 보니 고작 두개 정도가 입구쪽에 있었다.
먼저 와본 동서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그런데 강원랜드에 맛이 좋은 뷔페가 있으므로 뷔페에서 저녁을 하자는 것이었다. 대게철에는 대게도 나온다고 하니 나 역시 회가 동했다. 그래서 일단 짐을 부리고 뷔페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뒤 계산서를 가져왔다. 그리고 영업을 10시까지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뷔페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0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뷔페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정말 맛있는 뷔페 - 월드 퓨전을 참조하기 바란다. 아무튼 생각지도 않게 아주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강원랜드 카지노
일단 식사를 했기 때문에 숙소로 바로 돌아오려고 했다. 일정이 상당히 길었고 술을 한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뷔페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지만 술을 마시며 뷔페를 먹으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엉맘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카지노를 구경하고 가자는 것이었다. 밤에는 사람이 무척 많기 때문에 굳이 밤에 볼 필요가 없고 다음 날 아침에 보러 가자고 했다. 그러나 카지노는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만 연다(동서발)고 해서 카지노 관광에 나섰다.
도박이라고 하면 못하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 고유의 붕어잡기에서 중국의 마작, 블랙잭, 나인, 포커, 훌라등. 이런 오빠 덕에 동생은 대학 시절 "어떻게 여자가 그 많은 도박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카지노에서 인기있는 종목은 역시 블랙잭이었다. 포커를 하는 곳이 있으면 껴볼까 했지만 포커를 하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블랙잭, 바카라가 주였다. 룰렛이 한두개 보이고 다이사이도 몇개 보였다. 그외에는 모두 슬롯머신.
강원랜드의 명성에 비해 카지노가 너무 작았다. 따라서 블랙잭처럼 인기있는 게임은 게임을 하는 사람과 구경꾼 때문에 아예 시장판을 방불하게 했다. 블랙잭의 규칙을 모르시는 장모님과 장인어른께서 계속 블랙잭을 하는 방법을 물어 오셨다. 그러나 게임자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해 드리기는 힘들었다.
초보자들이 하기 가장 쉬운 슬롯머신을 만원씩만 하기로 했다. 슬롯머신을 해보면 알 수 있지만 게임 중 정말 재미없는 게임이 슬롯머신이다. 블랙잭은 조금 낫지만 슬롯머신은 정말 재미없다. 일단 슬롯머신 기계를 하나 잡았다. 그리고 만원을 집어넣고 베팅하고 시작하는 방법을 우엉맘에게 알려 주었다. 내가 한 슬롯머신은 그림 세개만 일치하면 베팅액에 따라 최소 2배에서 최대 200배까지 주는 머신이었다.
돈넣고 배팅하고 시작하면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게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엉맘은 처음에는 베팅을 한번하고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세번, 두번을 누르고 배팅을 했다. 돈이 거의 떨어져갈 무렵 슬롯머신 순위 중 가장 아래 순위의 것(이름은 모름. 슬롯머신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도박임)이 당첨됐다. 베팅을 세개했을 때 6배를 배당하는 것이다. 다만 이 최하 순위에 걸리면 한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 슬롯머신 상단에 뻥튀기를 하는 판이 돌고 여기서 시작 단추를 누르면 배당에 뻥튀기 배수가 곱해져 배당이 된다.
시작 단추를 누르라는 말에 아무 생각없이 누른 우엉맘. 20배에 당첨이 됐다. 그래서 베팅을 세번했기 때문에 6배, 총 120배가 당첨된 것이다. 나는 도박을 해도 많이 잃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도박을 잘 하지도 않지만 시작할 때 얼마를 잃을 것인지 정하고 그 만큼 잃으면 바로 발을 빼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잃을 액수를 정하고 그만큼 잃고 끝냈기 때문이다. 대신에 운이 붙어 딸 때는 상대를 모두 올인 시킨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조금 잃고 많이 딴다.
슬롯머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대 200배인 머신에서 120배를 했으면 빠지는 것이 정상이다. "현금인출 단추를 누르라"고 하고 바로 동전을 지폐로 바꿨다. 처음 잡은 슬롯머신에서 120배를 받은 우엉맘은 자신이 마치 갬블러가 된듯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인지 계속해서 "블랙잭을 해라", "슬롯머신을 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어느 게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강원랜드 슬롯머신은 승율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이다. 조작할 필요가 없다. 조작하지 않아도 수없이 많은 돈을 번다. 여기에 모든 게임이 지나치게 딜러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빅휠이나 룰렛이야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실력으로 게임을 진행 하는 포커도 딜러에게 너무 유리하다. 잃을 것이 뻔한 게임을 하는 바보는 없다.
우엉맘이 잭팟을 터트렸기 때문에 카지노 이곳 저곳을 구경다녔다. 사실은 포커 게임이 있으면 하기 위해 포커 게임을 찾은 것이다. 다만 강원랜드의 게임 길잡이에는 분명히 포커가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찾을 수 없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60대의 기계를 연결했다는 잭팟 머신이 있었다.
강원랜드에서 돈을 날린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은 이 잭팟 머신에서 돈을 날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 게임시간이 아주 빠르다는 점, 1억에서 시작하는 고액 배당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잭팟 머신에는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만원짜리를 다발로 가지고있으면서 일단 넣을 수 있는 한도까지 돈을 넣는다. 그리고 최고 배팅 단추에는 아예 명함이나 돈으로 눌러 둔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서 습관적으로 시작단추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머신두대를 동시에 조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배당금 1억에 시작하는 잭팟은 60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게임을 할따마다 각각의 기계들이 배당금을 적립해 나간다. 그러다가 잭팟이 터지면 지금까지 적립된 금액을 모두 한사람이 갖는 도박이다. 내가 보고 있을 때도 각기계의 금액은 연신 원단위로 증가했다. 처음에는 도박을 한 돈이 모두 배당금에 걸리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원단위로 올라가는 것을 봐서 한번 게임을 할 때마다 몇원씩이 적립되는듯 했다.
그러나 기계에 나온 수치는 놀라웠다. 아마 각 기계가 적립한 배당금으로 보이는데 4000만원을 적립한 기계 한대, 2000만원을 적립한 기계 한대, 300만원을 적립한 기계 한대, 130만원을 적립한만 기계 한대가 있었다. 내 생각으로 잭팟이 터지면 그 기계의 적립금은 영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각 기계가 적립한 금액이 공개되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카지노에서 좋은 슬롯머신을 차지하려고 개장전 부터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적립금이 많은 기계는 잭팟이 터지지 않은 기계이고 이런 기계일 수록 잿팟이 터질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잭팟 주변에는 자리가 비면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허름한 복색에 눈만 좌우로 굴리며 자리를 찾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60대가 연결된 '슈퍼메가 잿팍' 외에 '미스터리 잭팟'과 '자동차 프로모션 잭팟'이 있다. 이런 잭팟은 슈퍼메가 잭팟에 비해 당첨금이 작기는 하지만 자동차 한대 가격은 나오기 때문에 이런 머신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머신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배당금 200배 정도의 머신이 고작인 셈이다.
강원랜드는 4층이 로비이고 3층에 카지노가 있다. 따라서 4층 로비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층을 헛갈리기 쉽다. 4층 로비로 올라와 보면 또 진풍경이 벌어진다. 바로 소파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이다. 혹시 얼굴이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모두 얼굴은 신문으로 가린 뒤 잠을 자고 있다. 4층 로비에서 밖으로 나오면 또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작은 가방을 하나 메고 자기들끼리는 아주 잘아는 듯 무엇인가 열심히 대화를 한다. 자세나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주변 전당포에서 온 사람들로 보였다.
카지노를 관람하다 보면 아예 꼼작도 하지 않고 슬롯머신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로비에 오면 이처럼 소파에 누워 자는 사람도 많다. 잃을 것이 분명한 게임에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튼 카지노에 가서 아무런 게임도 하지 않고 나왔지만 무척 흥미로운 하루였다.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속임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탄광 개발과 외화 유출방지라는 허울뿐인 명목으로 돈을 버는 강원랜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다른 공적은 인정해도 우리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린 죄는 아마 그 공을 상쇠하고도 남을 듯 하다.
콘도로 복귀했다. 콘도에 페미리마트라는 편의점이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음식을 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숙소에 돌아온 뒤 술을 한잔하기 위해 처제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편의점으로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편의점에 갔다 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나도 담배가 떨어져서 편의점으로 갔다. 24시간 한다는 페미리마트 편의점이지만 이미 문이 닫힌 상태였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편의점의 물건 가격이 비싼 이유는 간단하다. 밤새 영업을 하는 인건비가 물건 가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문을 닫은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콘도 로비에 가서 문의했다. 페미리마트는 비수기라 일찍 문을 닫았고 주변에 담배를 살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다소 썰렁한 답변을 들었다. 아울러 처제네가 물건을 사오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도 알 수 있었다. 페미리마트 간판에는 버젓히 24시 영업으로 써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A4 용지로 비수기 영업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이원 콘도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우엉맘과 콘도 주변을 걸었다. 산이 높은 심산이라 그런지 소나무들은 하나 같이 하늘로 솟아 있었다. 길게 뻗은 소나무. 예전에 설악산에서 본 소나무 보다는 작았지만 상당히 멋있게 솟아 있었다.
하이원 콘도와 그 주변
상당히 깨끗하고 관리가 잘되있다. 호텔급 콘도라는 설명이 어울릴 정도로 관리가 잘된다.
콘도에서 강원랜드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작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원두막도 있고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도 나온다.
앞의 휴식처는 사진과 같은 울창한 송림내에 있다.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솟구처였다.
사천진항 항구회마트
사천진항으로 가기위해 강릉으로 가다 보니 조금 이상한 마을이 나온다.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 들어선 순간부터 여느 시골 동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국내의 도시들은 어떤 도시를 가든 특색이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기 저기 흉물 스럽게 난립한 간판들. 그런데 이 동네의 간판은 하나의 일관성을 이루고 있었다.
색깔은 서로 다르지만 간판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아마 업종에 따라 색깔이 틀리고 디자인을 통일한 것 같았다. 입간판도 비슷한 형태를 유지했다. 따라서 상당히 깔끔해 보였다. 다만 간판의 디자인은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았다.
강원랜드까지 왔기 때문에 이제는 강원도에 들리면 자주 가는 항구회마트로 향했다. 장인어른이 회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출발한 시간이 조금 늦어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강원랜드 입구에는 대부분 전당포만 있고 음식점이 많지 않다. 따라서 강원랜드에 오기 전에 있는 펜션촌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했다. 순수 한우 뼈로만 사골을 우려내며 사골을 전국으로 배달한다는 곳이다.
가격은 설렁탕 7000원, 사골 떡국 6000원이었다. 사골 국물은 시원하고 깊은 맛이 그대로 낫다. 문제는 설렁탕에 들어있는 고기. 손톱을 깍으면 나오는 손톱만한 고기들이 여기 저기 조금 있었다. 그러나 관광지이고 깍두기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맛집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한끼 식사로는 별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사북에서 강릉으로 가다 보니 동서의 차가 좁은 산길로 또 들어섰다. 그리고 곧 이어진 비포장 도로. 푸른하늘님 이야기로는 "이런 길은 믿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동서가 사용하는 네비게이터는 어디 회사 제품인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 이런 1차선 비포장 도로를 잘 찾아 냈다. 그리고 이런 도로를 달리다 보니 정선이 나타났다. 정선에서 좁은 1차선 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강릉. 네비게이터에서 북강릉 IC로 빠질 것을 지시했는지 강릉 IC로 들어선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북강릉 IC에서 다시 주문진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처제네의 차는 LPG 카니발이다. 여기에 연식이 오래되다 보니 LPG 차량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좁은 산길을 주행하는 중 갑자기 멈춘것. LPG 차량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주행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무주에서 사북으로 갈 때 한번 충전했지만 역시 간들 간들한 상황이었던 모양이었다. 결국 북강릉 IC를 빠져 나오자 마자 나타난 E1 LPG 충전소로 들었갔다.
항구회마트에 갔다가 주문진을 가려고 했지만 주문진을 다녀온 뒤 항구회마트를 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정확히 맞아 들었다. 아무튼 주문진에서 처제네는 가재미 말린 것을 샀다. 말린 것에 식용유를 바르고 구워 먹으면 맛있다는 것이었다. 가재미 말린 것은 먹어 보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구경만 하고 항구회마트로 향했다.
어른 6명이 먹을 것이라 이번에는 자연산으로 10만원 짜리를 주문했다. 역시 성게와 자연산 조개, 그리고 물회가 나왔다. 10만원짜리라서 그런지 아주 큰 접시에 우럭, 광어, 이름 모를 물고기(이름은 들었지만 까 먹음)가 나왔다. 역시 물회와 회 모두 맛있었다. 장모님 회갑 때문에 한 가족 여행이지만 즐겁게 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가족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