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놀이

PD의 얘기를 들으니 다예가 찍을 분량은 인형을 가지고 엄마와 함께 출연하는 인형놀이, 엄마, 아빠가 이불로 그네를 만들어 태우고, 다예를 김밥처럼 마는 이불놀이, 마지막으로 아빠와 목욕탕에서 비누 거품을 가지고 노는 목욕놀이가 있었습니다.

다예 프뢰벨 촬영

어제는 다예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프뢰벨 유아용 비디오인데 정확한 내용은 저도 모릅니다. 작년에 다예 사진을 보냈었는데 이번 주 화요일에 촬영이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다예와 애 엄마만 찍는 줄 알고 저는 충주로 출근 했습니다(요즘은 매형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충주로 가고 있는 도중 애 엄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화요일 곤지암 근처에서 촬영을 하는데 다예와 엄마, 아빠가 함께 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화요일 오전에 충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인천으로 왔습니다. 인천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20분이고, 애 엄마와 만나기로 한 갈산역에 도착하니 1시 40분이더군요. 유치원에서 우영이를 태우고, 열이 있어서 우영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출발했습니다. 이때가 2시였습니다.

비디오를 촬영하는 PD가 알려준 약도상으로는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곤지암 IC에서 빠져나온 후 3번 국도에서 유턴을 한 후 광주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중부 고속도로를 타려면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내려간 후 호법 분기점에서 중부를 타고 다시 곤지암으로 올라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더군요.

그래서 작전동에서 우영이를 태우고 계양 IC에서 서울 외곽 고속도로를 탄 후 한참을 갔습니다. 판교 IC를 지나 성남 IC에서 빠져 3번 국도를 탔습니다. 3번 국도를 타고 계속 내려가다 초월 파출소 앞 삼거리를 지나자 우측으로 모닝스카이라는 아파트가 보이더군요.

오후 2시에 출발해서 3시 20분 정도에 도착했으므로 한 시간 20분 정도가 걸린 셈입니다. 모닝스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높은 지대에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들어가니 이미 촬영을 하고 있었고 꽤 많은 사람이 있더군요.

목욕놀이

PD의 얘기를 들으니 다예가 찍을 분량은 인형을 가지고 엄마와 함께 출연하는 인형놀이, 엄마, 아빠가 이불로 그네를 만들어 태우고, 다예를 김밥처럼 마는 이불놀이, 마지막으로 아빠와 목욕탕에서 비누 거품을 가지고 노는 목욕놀이가 있었습니다[1].

우영이도 마찬가지지만 다예도 자기 뜻이 상당히 분명한 편입니다. 싫은 것과 좋은 것, 자기가 해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며 고집이 세기 때문에 싫은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안 하는 편입니다. 인형놀이는 엄마가 다예에게 "아기가 배가 고픈가 봐 어떻게 해야지?"하고 물으면 다예가 "밥"이라고 대답하면서 밥을 먹이고, 예쁘다고 쓰다듬고, 귀엽다고 뽀뽀하는 등의 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만 있다가 카메라가 들어오고, 뜨거운 조명이 비추자 낯선 환경이 무서웠는지 인형 놀이를 하지 않고 나가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인형놀이는 다예 말고 다른 아이가 찍었습니다. 다예를 달래주느라 골방에 들어와서 다예와 함께 노는데 애 엄마는 고생해서 와서 한편도 찍지 못할까 봐 무척 걱정을 하더군요.

마루에 떨어져 있는 보풀이 조금 많이 날리는 천을 가지고 다예에게 김밥 놀이를 해주었습니다. 이불로 감싸고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다예는 "김밥이요, 김밥~~"하는 노래를 부르더군요. 이제는 됐다 싶어서 다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이불그네

그런데 다예는 촬영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김밥 놀이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다예가 재밌어하는 이불 그네를 먼저 촬영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불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이불 그네는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의 촬영을 계속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 우영이를 데리고 아파트 입구로 나섰습니다. 아파트가 국도변 외진 곳에 있지만 아파트가 있으면 최소한 분식집이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일정에 쫓겨 점심을 먹지 못해 배도 고프고, 열이 나서 유치원에서 계속 누워 있었던 우영이도 배고파 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식당은 없고 슈퍼만 하나 있어서 우영이에게 과자를 사주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김밥 놀이는 다른 아이들이 촬영을 해서 다예는 찍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 김밥 놀이를 찍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다예는 여전히 김밥 놀이를 싫어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과자를 주고 김밥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애 엄마가 다예를 타올 가운데에 놓고 김밥을 말듯 굴려서 저한테 보내면 저는 다시 다예한테 얘기를 해주고 김밥을 푸는 놀이입니다.

한 일분 정도 촬영을 한다고 했는데 실제 해보니 상당히 긴 시간이더군요. 그리고 몇 번을 반복해서 촬영을 하고 뜨거운 조명이 내 비추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혔습니다. 이 모습을 보던 다예는

다예: 아빠, 힘들어?

하더군요. 힘드냐고 물어보는 표정과 어투에 미소를 띠고 계속 김밥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이번 촬영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다예와 아빠가 목욕탕에서 거품 놀이를 하는 목욕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의 성격상 이 장면을 제일 마지막에 촬영했습니다. 목욕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욕조에 누워 다예와 촬영을 했습니다.

거품놀이

두 장면인데 처음에는 거품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고, 대야로 뱃놀이하고, 빨대로 비눗방울을 만드는 놀이입니다. 다만, 이 놀이를 할 때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딱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임기응변으로 다예가 재미있어할 놀이를 해야 하다 보니 상당히 힘들더군요. 결국, 비누 거품을 흰 눈처럼 날려서 눈이 오는 것처럼 해주고, 고래가 물을 뿜듯이 손으로 거품을 쏘아 올리는 등 여러 가지 즉흥적인 놀이를 생각해서 촬영을 했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물에 뜨는 것과 뜨지 않는 것을 물에 띄운 후 뜨지 않는 것은 물속에서 다시 찾는 놀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 역시 대사나 진행 절차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힘들었습니다. 오리를 물에 띄우고 비누를 띄우고, 자동차를 띄우니 더 할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물에 가라앉은 비누를 찾아 오리한테 태우고, 자동차는 거북이한테 태워서 장면을 채웠습니다. 그래도 장면이 부족해서 이번에는 다예가 오리를 가지고 제가 거북이를 가진 후 오리와 거북이의 경주를 했습니다. 몇 번의 반복 촬영이 있었고, 계속되는 물놀이에 실증을 느낀 다예를 달래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시간이 8시 정도 되더군요.

맛없는 배연정 소머리 국밥

이 촬영 때문에 온 가족이 굶은 셈이고 또 인근의 곤지암 소머리 국밥이 유명하기 때문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왕 곤지암까지 온 김에 소머리 국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제가 소머리 국밥을 좋아하게 된 것은 우영이 엄마와 사귈 때 신정동 근처의 작은 소머리 국밥집 때문입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소머리 국밥을 먹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그 국밥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나중에 내막을 알고 보니 곤지암의 유명한 소머리 국밥집이 친척집이라 모든 재료를 곤지암에서 공수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곤지암 소머리 국밥집을 알아뒀으면 좋았겠지만 신정동의 소머리 국밥집이 주인집의 횡포로 갑자기 없어지는 바람에 국밥집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밥집의 위치도 모르면서 일단 곤지암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의 지나가면서 본 기억으로는 곤지암 근처에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소머리 국밥집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소머리 국밥집을 찾기 조금 힘들더군요.

건물은 상당히 크지만 탐탁하지 않은 국밥집을 발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집의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손님이 많은지 언뜻 보니 시간이 저녁 시간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그런데 이 건물의 건너편으로 배연정 소머리 국밥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 국밥집에서 다시 배연정 소머리 국밥으로 이동했습니다. 주차장이 상당히 넓어서 손님이 꽤 많을 줄 알았지만 우리 집을 빼고 한집이 더 있더군요.

국밥 2개와 수육 작은 것을 하나 시켰습니다. 에어컨에는 배연정이 썼다고 주장하는 글이 붙어있었습니다. 내용은 소 대가리(동물에게는 머리라는 말을 못 쓴다고 하더군요)는 수입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먹는 음식은 모두 국산이라는 것과 양이 부족하면 더 주겠다는 글이었습니다.

기대가 커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국밥 맛은 신정동에서 맛봤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고기에는 노린내가 나고, 국물에도 노린내가 났습니다. 물론 수육에도 비슷한 노린내가 나더군요. 육질 역시 소머리 특유의 쫀득한 맛보다는 퍼석 퍼석한 맛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도착한 후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아 국밥집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찼습니다(제 징크스 중 하나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도 제가 가면 시간대와 상관없이 가계가 손님으로 가득 차곤 합니다. 그래서 음식점을 같이하자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집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튼, 하루종일 굶은 덕에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맛있게 먹고, 곤지암을 출발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3번 국도가 너무 막혀서 이번에는 곤지암에서 호법 IC로 내려와 영동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원래 부평으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영동 고속도로 끝까지 간 후 인천 대공원을 지나 장수 IC에서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동 IC에서 나와 삼산동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동 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장수 IC까지 상당히 막히기 때문에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서서울 톨게이트로 빠졌습니다. 서서울 톨게이트를 나와 바로 판교, 일산 방향의 서울 외곽 고속도로를 타고 내리 달린 후 중동 IC로 빠져나와 집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더군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상당히 긴 여행을 한 셈입니다. 충주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곤지암으로 곤지암에서 다시 인천으로 하루종일 차만 타고 다닌 셈입니다. 그러나 우영이와 마찬가지로 다예도 추억할 만한 기억 거리를 남겨줬다는 데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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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카를 가지고 갔으면 아이들의 촬영 모습이나 다예의 촬영 모습을 찍어 두었을 텐데 애 엄마가 디카를 가지고 오지 않은 덕에 추억이 될만한 사진은 한 장도 남기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