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이야기 V - 사기가 일반화된 사회

2004/10/15 14:08

영화 마스터

단군이래 최대 사기 사건이라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 조희팔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마스터. 진현필이라는 사기꾼의 이름은 조희팔의 첫자를 따왔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는 가장 악질적 범죄인 사기에 의외로 관대하며 처벌도 약하다. 따라서 사기가 다른 사기를 부르는 '사기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이제 얼마있지 않으면 소위말하는 불혹의 나이에 달하게된다. 이토록 오랜 동안 이 나라에 정을 붙이고 살았지만 이 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이다.

전모 씨가 군사 구테타로 대통령에 재임하고 있을 때 일이다. 경찰서에는 새시대 새경찰이라는 표어가 붙어있고, 가는 곳마다 공무원의 기강을 확립한다고 난리 법석을 떨고 있었다. 당시 아버님이 목수일을 하시고 계셨는데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셨다. 집에서 회기역까지 차비가 아까워 자전거를 타고 회기역까지 가신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셨다[1].

지금이야 역 주변에 자전거를 매어둘 수 있는 거치대가 대부분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거치대가 없었으므로 나를 태우고 회기역으로 가서 아버님은 출근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었다. 퇴근 때는 당연히 아버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내가 회기역으로 자전거를 타고가고 아버님이 나를 태우고 집으로 왔었다.

아버님을 기다리느라 회기역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기다릴 때 일이다. 내 앞에는 환갑을 지나 칠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한분이 노점에서 물건을 팔고 계셨다. 그런데 웬 경찰하나가 할머니 주변에서 얼쩡 거리는 것이었다. 그날 할머니의 매상이 얼마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할머니는 앞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돈 5000원을 꺼내 경찰의 뒷주머니 꼽아주는 것이었다. 경관은 주위의 눈치를 보더니 아무일도 없었던 듯 휘파람을 불며, 자전거를 타고 다음 노점상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이 사람에 소위 말하는 새시대 새경찰 이었다.

얼마 전에 쓴 글, 이상한 나라 이야기 IV에도 법을 어기는 경찰의 이야기가 나온다. 즉, 20년전 경찰보다는 지금의 경찰이 나아졌다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늘은 하나로 ADSL을 해지했다. 며칠전에 올린 글, 온세통신, X-Cable에서 언급한 것처럼 10~20배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더 싼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데 무었하러 느린 하나로 ADSL을 사용하겠는가? 상담원이

서비스 사용에 불편하신 것이 있으셔서 해지하시는 건가요?

라고 묻는다. 하나로의 서비스는 만족한다. 3년동안 회선이 끊어진 적은 한, 두번밖에 되지않고, 그것도 시간을 불문하고 바로 처리해줬다. 서비스는 만족스럽지만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KT는 VDSL을 서비스하고, 온세는 20~30배빠른 X-Cable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하나로는 VDSL을 설치할 계획 조차 없다고 하고, 지난 삼년간 정말 말없이 사용해줬지만 어떤 혜택도 준적이 없고, 집과 회사에서 두개의 회선을 사용해왔지만 ID(하나포스) 조차 통합시켜주지않아 무척 불편했었다

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속도는 프로로 올려드리고, 가격은 라이트로 낮춰 드릴테니까 그냥 사용하시는 건 어떨까요?

라고 한다. 삼년간 말없이 사용할 때는 단 한마디의 말도 없고, 어떤한 혜택도 준적이 없는 회사가 해지한다고 하니까 오만원 짜리를 삼만원으로 이만원을 깍아준다는 것이었다.

한사람의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보다는 한사람의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이 훨씬 싸다.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는 회사가 4년 연속 고객 만족도 1위라는 하나로 통신이었다.

하나로가 이정도라면 다른 회사는 어떻겠는가? 정상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나라. 이렇게 이상한 나라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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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렇게 차비까지 아껴 버신돈을 암으로 현대 아산 병원에 갖다 바쳤다. 그런데 이제 치유가 불가능해지자 병실이 아까운지 동네 병원으로 가라고 하셔서 지금은 집에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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