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나는 술을 상당히 좋아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는 술을 마신 것 같다. 따라서 술마신 날을 계산하는 것보다는 마시지 않은 날을 계산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지금이야 나이도 먹었고 체력도 되지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한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놀랄 정도로 자주 먹는다. 내가 처음 술을 마신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방안에 놓여있던 병에 담긴 것이 물인 줄 알고 먹었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반병을 다 마셨다. 그러고는 취해서 방에서 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고능학교 때 태권도부에 든 덕에 1년에 서너번 정도 중국집에서 열리는 짱께빵 때문에 술을 마셨다. 1학년 때는 선배들 눈치 때문에 중국집에서 나오는 물잔(소주 한병에 3잔이 나옴)에 노란무를 안주로 술을 마셨다. 물론 술을 마시고 한방울도 흘리면 안되기 때문에 술마신 뒤 술잔을 머리에 부어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였다.

3학년 때 일이다. 술을 마신지 3년차에 접어 들었고, 추석이나 설등에는 친구집에서 모여 술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3학년 때는 친구들과 모여 가끔씩 술을 마시곤 했다. 전날에 모임이 있었지만 일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오전 8시 정도 됐을 때 어제 모임에 나갔던 친구 녀석이 우리반을 방문했다. 그러고는 불러내서 하는 말

친구: 너 어제 안나왔지?
도아: 응, 일이 있어서.

친구: 그래서 내가 널 위해 준비했지
도아: 뭘?

친구: 따라와

결국 친구 녀석을 따라 학교 뒤에 있던 초등학교 운동장 쪽으로 나가 보니 녀석의 가방에는 '4홉짜리 소주 한병'과 '4홉 짜리 맥주 한병', 그리고 안주로 가져온 '쥐포 몇 마리'가 있었다.

겁을 상실한 행동일 수 있지만 아침부터 녀석과 나는 이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셨다. 원래 술을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술마신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나로서는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수업을 들어 간다고 해서 큰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에서 얘기한 것처럼 내 유일한 술 버릇은 술을 마시고 술을 주지않으면 자는 것이다. 그래서 첫 시간 부터 졸았다. 매월 첫주에 자리를 정하고 매주 자리를 옆으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각자의 자리를 잡았었는데 당시 내 자리는 교실 앞문 바로 옆이었다.

따라서 여기서 조는 경우 선생님한테 잘 걸리기 때문에 자지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다. 계속 눈을 부릅떴지만 따뜻한 난로와 식전 댓바람부터 마신 술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갑자기 무엇인가 뒤 통수를 때렸다.

벌떡 일어나 (어떤 새끼야)하고 외치려다가 눈앞에서 서있는 화학 선생님(진도)을 발견하고 온몸에 공포가 이는 것을 느꼈다. (죽었구나). 그런데 의외로 한번 빙긋 웃더니 그냥 가시는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까지 졸지않으려고 하는 것을 봤고 그러다 잠이 든 것을 보고 나가는 길에 깨우고 나간 것이었다. 지금도 이때를 생각하면 섬짓하다. 교육과 현실 - 선생님에 대한 작은 추억(체벌 교사 II)에서 얘기했듯이 이 선생님의 체벌은 남과 다르게 무시 무시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도 술을 좋아한다.
어제도 마셨고, 그제도 마셨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기억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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