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트위터 선거사범이 된 사연 by 도아
선거간섭 위원회
선거법의 취지는 "돈은 막고 말은 푼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선관위해서 하는 단속을 보면 "돈은 풀고 말은 막는 행태"를 그대로 보이고 있다. 일단 선거운동을 할 때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트위터를 단속하는 것 부터가 말을 막는 행동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러면 선거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따지고 보면 없다. 법이 명확성이 없다 보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미치지 않는 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선관위는 법을 자기들 멋대로 해석, 선거간섭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트위터의 재미
트위터(Twitter)를 사용하며 느끼는 재미는 상당히 여러 가지가 있다. 트위터는 140자의 단문만 올릴 수 있는 마이크로 블로그(Microblog)이다. 따라서 기능적으로 보며 아주 단순하며 명료하다. 이런 트위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트위터로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트위터는 철저하게 플랫폼을 완성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기능은 API 공개를 통해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트위터 관련 서비스가 쉴 틈도 없이 새로 생긴다. 또 기존에 있는 서비스라고 해도 속속들어 트위터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140자 단문만 올리는 간단한 시스템이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실시간 방송을 할 수있다. 또 음악을 좋아한다면 역시 실시간 DJ도 가능하다. 파일을 올려 파일 자료실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위터를 통해 중요한 날 카드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트윗폴
트위터를 사용하며 내가 즐겨 사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는 트위터 사용자의 의견을 구할 때 사용하는 twtpoll이다. 이 twtpoll을 이용해서 국내 트위터 사용자의 연령층, 트위터 사용자의 주브라우저, 지지하는 정당, 구입한 아이폰의 색상처럼 트위터 사용자가 관심을 가진 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왔다. 그리고 며칠 전 부터는 좋아하는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를 알아 보기 위해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왔다.
유시민씨가 인터넷에서 워낙 인기가 있기 때문에 트위터 여론, 유시민은 차기 대통령!이라는 글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종걸, 심상정, 유시민 모두 좋아하는 분들이라 재미 삼아 진행한 설문이다.
설문 항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여론을 조사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경기도에 야권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분들 중 지지하는 사람을 묻는 설문에 불과하다. 또 경기도지사의 단일화 후보를 묻는 설문지만 그 대상은 불특정 다수의 트위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조사에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미 이런 편향성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힘든 설문이다. 즉, 재미 이상의 의미를 두기 힘든 설문인 셈이다.
선간위 간섭
그런데 오늘 뜬금없는 말걸기(Mention)가 연달아 달렸다. 확인해 보니 중앙선관위 트위터로 알려진 @nec3939[1]에서 보낸 말걸기(Mention)였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재미삼아 트위터에서 진행한 설문이 공직선거법 108조를 위반하고 있으니 트윗을 삭제해 달라는 말걸기(Mention)였다.
안녕하세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입니다.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108의 규정에 따라 - 해당 선관위에 2일전 까지 사전신고 - 공표시 여론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을 함께 공표하여야 합니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첨부로 보내드리는 공직선거법 제108조 및 유권해석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twtpoll에 게시한 경기도지사 여론조사는 자진삭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트윗의 속성상 이전에 쓴 글이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는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 한다. 위의 인용문은 선관위 트위터라는 @nec3939의 트윗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한 것이다.
선관위 트위터라는 @nec3939의 트윗의 핵심적인 내용만 짚으면 다음과 같다. 여론조사를 하려고 하면 공직선거법 제108의 규정에 따라
- 선관위에 2일전 사전신고
- 공표시 여론조사기관, 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을 함께 공표
- 재미로 올린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설문 삭제 요청
이다. 지난 달 이 문제 때문에 KBS의 열린토론의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트위터를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선관위에서도 인정한 내용이다. 오죽했으면 선관위에서 트위터 사이트를 차단할 방침이라는 소문까지 있다. 선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선거법에 위반될 것으로 보이는 트윗이 올라오면 해당 트윗을 올린 사람에게 말걸기(Mention)나 DM을 통해 삭제를 요청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난 이미 트위터에서도 알려진 사용자이다. 트위터에 블로그 주소가 등록되어 있다. 또 블로그에 트위터에 대한 글도 여러 개 올린 상태다. 따라서 내가 올린 트윗을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악의적으로 트위터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선관위에서 막을 수 없다'. 즉, 트위터와 선거를 선의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만 단속이 가능하다. 또 이 부분은 법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예로 누군가 선관위의 트위터라고 하는 @nec3939(이하 '기존 선관위 트위트')와 비슷한 계정을 만든다[2]. 그리고 인터넷 상에 널린 그룹 팔로 기능을 이용해서 팔로어 수를 늘린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삭제하고 싶은 트윗에 기존 선관위 트위터를 위장해 트윗을 삭제하라고 말걸기(Mention)를 한다. 또 '기존 선관위 트위터'와는 다른 해석을 통해 불법선거를 조장한다. 그러면 이런 가짜 트위터 계정을 선관위가 막을 수 있을까?
예전에 한 기자분이 김대중 대통령 서거에 대한 오보를 낸적이 있다. 나 역시 조두순에 대한 오보를 냈다. 그러나 많은 트위터 사용자에 의해 이런 오보는 체 한시간이 되지 않아 정정되었다. 즉, 집단지성이 힘을 발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선관위 트위터'는 이런 집단지성의 힘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기존 선관위 트위터'는 이미 공공의 적으로 올라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존 선관위 트위터'를 곱게 보지 않는 사용자들은 이미 '기존 선관위 트위터(@nec3939)'를 블록하거나 스팸으로 신고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기존 선관위 트위터' 보다 가짜 트위터의 계정을 밀어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선관위 트위터'를 가짜로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상태면 '기존 선관위 트위터'는 조만간 트위터에서 차단될 수도 있다.
돈은 풀고 말은 막는 선관위
선거법의 취지는 돈은 막고 말은 푼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선관위해서 하는 단속을 보면 돈은 풀고 말은 막는 행태를 그대로 보이고 있다. 일단 선거운동을 할 때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트위터를 단속하는 것 부터가 말을 막는 행동이다. 선관위의 트윗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트위터에서 여론조사 결과OOO이 1위를 달리고 있다고 tweet 하시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선거법 93조에 위반되는 내용이므로 자진삭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선관위 트윗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러면 선거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따지고 보면 없다. 법이 명확성이 없다 보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미치지 않는 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 다음은 중앙선관위에 올라온 예시 자료다.
선관위의 예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가 없다. 하나는 '긍정적인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의견'이라는 차이밖에 없다. 그러나 긍정과 부정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기는 힘들다. 이 부분은 지난 KBS 열린토론에서 고려대 법학대원의 박경신 교수가 선관위 신우용 사무관에게 질문했지만 답변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도 맹점이 있다. 단순한 의견개진도 반복하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 반복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에 돈이 남아 도는 한나라당은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네이버 메인에 한나라당을 홍보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비해 돈이 없는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감히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수는 한나라당 보다 적지만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의 트위터 사용자는 한나라당 보다 훨씬 많다. 이런 상황에 트위터의 트윗까지 단속하면 결과적으로 '돈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한나라당은 풀고, 말로 선거운동을 하는 야당은 막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출처: @rakooon의 트윗]
선관위의 이런 행동은 결과적으로 돈은 풀고 말은 막는 결과가 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지난 대선, 총선 때 선관위는 '트위터와 같은 SNS를 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관위의 행동에 일관성이 있으려고 하면 지난 대선, 총선 때도 미투데이와 같은 국내 SNS를 단속했어야 한 논리가 선다. 당시 정동영 의원은 플레이톡을 거처 대선 후보 시절에는 미투데이라는 국산 SNS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는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SNS를 이제와서 단속하는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
법은 옷과 같다
아이는 자란다. 자라면 자랄 수록 큰 옷을 사주어야 한다. 법도 비슷하다. 시대는 변한다. 변하는 시대에 따라 법도 옷처럼 바뀌어야 한다. 옷을 사줄 여력이 없다면 최대한 수선해서 옷을 입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도 비슷하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적당한 법이 없다면 최대한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법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는 자라는데 옷이 없다고 계속해서 덩치보다 훨씬 작은 옷을 강제로 입히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선관위는 이 문제를 법의 문제라고 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가 자랐지만 마땅한 옷이 아직없다. 그러면 아이를 궤짝에 가둘 것이 아니라 옷이 생길 때까지 아이가 옷을 입고 움직일 수 있도록 수선해 주어야 한다. 즉, 법이 없다면 그 법에 맞춰 무조건 단속을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적극적인 법적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아이를 궤짝에 가두듯 법을 적용한다.
선관위의 트윗을 보면 "공표시 여론조사기관, 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을 함께 공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국내 여론조사 기관에서 국내 서비스를 이용해서 여론조사를 한다면 이런 정보를 함께 공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개인이 트위터와 외국 서비스를 통해 팔로어에게 한 설문이다.
이런 설문을 진행하며 이런 정보는 공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불특정 다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서 이런 정보를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트윗은 결국 선거중에는 트위터를 통해 선거와 관련된 어떤 글도 올리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물론 난 설문을 올리면서도 이 것이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것 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 경기도지사를 묻는 설문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미미한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를 묻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트위터를 통한 최초의 선거법 사범인 셈이다. 트윗 하나로 선거사범이 되는데 수십만건을 올린 국정원, 기무사, 공무원 등은 아직 제대로된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