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한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운영체제에서 한글을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기본적으로 영어는 한바이트 문화권이다. 영어의 모든 문자와 특수문자를 포함해도 글자의 수는 한바이트로 표시할 수 있는 256자를 초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어권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글자의 수가 많은 아시아 권에 발생한다. 일단 한글은 모든 글자를 다 표시하기 위해서는 약 '만3천자' 정도가 필요하다. 만3천자를 모두 표현하려면 한바이트로는 불가능하고 천상 두바이트를 사용[1]해야 한다.

처음 컴퓨터가 들어왔을 때도 이런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7비트 한글 도깨비 카드다. 영어 두 문자 중 자주 사용되지 않는 두 글자의 조합으로 한글 한글자를 표현했다. 이렇다 보니 dBase늦ase라고 출력되기도 했다. 또 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글자의 수는 고작 1300자에 불과했다. 여기서 7비트라고 한 이유는 확장 그래픽 코드(8비트)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와 특수문자(7비트)의 조합으로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7비트라고 해도 7비트 두개를 사용했다.

내가 처음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연구실에도 이 '한글 도깨비 카드'가 달린 컴퓨터가 있었다. 당시는 하드가 없는 XT가 주종이었다. 한글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글꼴을 읽어 드려야 하는데 XT는 하드 디스크가 없기 때문에 글꼴을 카드에서 읽어 들였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카드 뒷면에 작은 똑딱이 스위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스위치를 켜면 한글이 보이 끄면 영어가 보이는 형태였다.

XT가 사라지고 하드 디스크를 달고 있는 AT 컴퓨터가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면서 이 7비트 한글 도깨비 카드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2]. 그리고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램 상주형 한글 프로그램이다. 하드 디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제 글꼴을 별도의 카드에서 읽어 올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에 하드 디스크에서 바로 읽으면 된다. 남은 것은 사용자가 필요할 때 한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데 이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 바로 램 상주다.

즉, 램에 항상 프로그램이 떠 있으면서 사용자의 요청이 있으면 한글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3]이다. 이런 프로그램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최초의 램 상주형 한글 프로그램으로 등장한 도깨비이다. 도깨비 외에 한글문화원에서 개발한 홍두깨도 있었지만 도깨비처럼 폭넓게 사용되지는 못했다.

도깨비 한글은 미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에 기자로 근무하던 최철룡씨가 1989년에 발표한 프로그램이다. 그후 양왕성씨등 몇 사람에 의해 계속 개선되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도깨비 한글은 양왕성씨가 1990년에 공개한 것으로 사용자가 글꼴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이 프로그램은 글꼴 파일의 구조를 공개했다. 이로인해 아주 다양한 점글꼴(Bitmap Font)이 등장[4]하게 된다[출처:3. 도깨비나 이야기의 글꼴바꾸기].

아무튼 도스 시절 한글을 입력하는 수단으로 가장 폭넓게 사용된 프로그램이 바로 도깨비 한글이다. 그리고 도깨비 한글의 판올림이 없는 틈을 타 등장한 프로그램이 태백한글, 한메한글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도스에서 한글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는 같다.

다만 추가적으로 '다양한 환경 설정', '한자 지원'등을 하고 있었다. 한 예로 도깨비 한글을 비롯한 당시 한글 프로그램들은 모두 '확장 그래픽 코드'를 한글로 이용했다. 여기서 확장 그래픽 코드는 Norton Commander와 같은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선문자를 말할다. 이 선문자를 한글로 사용했기 때문에 한글 프로그램을 띄우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표시되는 선문자들이 한글 프로그램을 띄우면 모두 깨졌다.

도깨비 이후에 등장하는 한글 프로그램들은 이런 '선처리 강화기능'을 내장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도깨비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함으로서 시장 탈환을 노렸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한글 프로그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아래아 한글, 이야기와 같은 내장 한글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계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프로그래머용 편집기인 Qeditor를 본딴 Ueditor[5]까지 내장 한글을 지원했다. 이렇게되면 도깨비 한글류의 한글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졌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내장 한글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한예로 이야기로 갈무리한 문서를 읽기 위해 이야기를 뛰우는 것 보다는 이런 '한글 프로그램'과 와 같은 파일 관리자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 었기 때문이다. 즉, 입지가 줄기는 했지만 서로 공존한 형태로 도스 시절을 보내게 된다.

도스 시절 도깨비 한글처럼 영문 도스에서 한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도깨비 외에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가장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 태백한글인 것 같다. 또 이 '태백한글'은 신기하게 에서도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돌지 어떨지 몰라 실행해 보지 않았는데 막상 실행하니 설정 프로그램도 잘 돌고, 프로그램도 잘 돌았다.


태백한글의 설정화면

글꼴 폴더만 설정해 주면 잘 돌아간다. 옵션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초기 상태, 출력 방식, 선문자 보호, 한글 스캔 코드등 상당히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행된 태백한글

에서 실행해도 실행이 잘된다. 태백이라는 로고와 바로 아래 나타나는 '태백무른모'라는 이름이 인상적이다. 당시에는 컴퓨터 용어에 대한 한글화가 여기 저기서 진행됐는데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리말로 사용된 말이 '무른모'이다. Soft(무른)+Ware(모)라는 뜻이다.


Qeditor에서 태백한글

일단 글꼴이 예쁘다. 그림에도 있듯이 도스 시절에는 사용할 수 있는 점글꼴이 정말 많았다. 점글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합형의 특성상 많아야 360자의 글꼴을 설계하면 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 글타래


  1. 중국처럼 글자 수가 몇 만 자로 증가하면 또 달라진다. 두바이트는 6만4천자 정도를 표현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중국 글자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글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2. 도깨비 카드가 자취를 감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3. 현재 Windows 개념으로 보면 서비스와 비슷한 형태다. 
  4. 이 부분은 조합형의 장점이기도 하다. 글자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글자를 만들기 때문에 글꼴 구조가 아주 간단해 진다. 
  5. 도스 시절에는 쓸만한 도스용 편집기도 정말 많았다. 물론 나는 프로그램 작업을 주로 했기 때문에 한글 편집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집기는 산에이터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