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라디오 연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듣지 않는다. 들을 필요성도 못느낀다. 소통을 먹통으로 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는 뻔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연설의 요지는 모두 야당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 연설을 보면 과거 전두환 시절의 땡전뉴스가 생각난다. 9시 땡치면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 ... 한편 이순자 여사는 ..."과 같은 뉴스가 나왔다. 그래서 당시 '전두환의 호'는 '오늘'이고, '이순자의 호'는 '한편'이라는 유머가 돌았다.

아, 대한민국

내가 기억하는 정수라라는 가수는 '아 대학민국'의 가수다. 다른 히트곡도 있었지만 가장 오래 각인된 노래가 '아 대한민국'이다. 이 노래가 발표된 시점이 1983년이니 전두환 군사독재가 극에 달한 시점인 셈이다. 그런데 '아 대한민국'에는 이런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우리의 마음 속의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수가 있어

노랫말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현실 세계를 노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상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노래"다. 그러나 이 노랫말은 전두환 정권의 입맛에는 딱 맞았다. 이보다 좋은 노래는 없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정권의 비호하에 무서운 속도로 퍼저간다.

그러나 '아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독재에 신음하던 민중들에게 이 노래는 현실을 호도하는 대표적인 노래였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그러나 그 노래 가사에는 이런 정치성을 찾기 힘들다. 포함된 것은 지금도 이룰 수 없는 이상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상만을 담았기 때문에 이 노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도 만족했고, 이 노래를 좋아한 사람들도 만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사람들은 모르지만 70~80년대에 음반을 구입하면 음반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노래가 하나씩 포함되어 있다. 이른바 건전가요다. 정부의 취지에 동조하는 군악 풍의 밝고 경쾌한 노래가 바로 건전가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전두환을 전우치로 묘사하는 땡전뉴스가 일반적일 때였다.

이 노래는 건전가요 모음집[1]을 낸 정수라, 장재현의 듀엣곡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실제 인기를 끈 것은 정수라 독집이다. 이 노래의 작사자인 '박건호'씨는 '사회정화위원회'(현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의 요청으로 이 건전가요를 작곡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을 찬양하는 의미 보다는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바람을 솔직히 쓴 것이라고 한다[2].

MB의 라디오 연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듣지 않는다. 들을 필요성도 못느낀다. 소통을 먹통으로 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는 뻔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연설의 요지는 모두 야당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 연설을 보면 과거 전두환 시절의 가 생각난다. 9시 땡치면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 ... 한편 이순자 여사는 ..."과 같은 뉴스가 나왔다. 그래서 당시 '전두환의 호'는 '오늘'이고, '이순자의 호'는 '한편'이라는 유머가 돌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정례 연설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글은 여보, 아버님댁에 라디오 부셔야겠어요.라는 글이다. 정말 세상의 라디오를 다 부셔버리고 싶었다. 소통을 먹통으로 알며, 그 먹통을 말없이 따라 달라는 것이 라디오 연설의 기본 취지이기 때문이다[3].

이런 라디오 연설을 보다 보니 조만간 사라진 '건전가요'도 다시 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전가요가 포함되어 있으면 정부에서 음반을 사주겠다고 하면 부를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혹시 이미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

박건호 작사/ 김재일 작곡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우리의 마음 속의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 아- 우리 대한민국 아 아- 우리 조국
아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우리 대한민국 아 아- 우리 조국
아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농촌엔 기름진 논과 밭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 아- 우리 대한민국 아 아- 우리 조국
아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우리 대한민국 아 아- 우리 조국
아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관련 글타래


  1. '우리의 선진조국', '희망의 거리' 등 건전가요를 망라한 모음집이다. 
  2.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3. 오늘 연설 내용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연설의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