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든 전공 서적

이 많은 책을 뭐하러 구입했는지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읽기 위해 구입한 책이 아닙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내에서 발행한 자료가 아니면 찾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논문이나 자료를 복사해 주는 '자료 복사 서비스'가 따로 있었습니다. 년 회비를 지불하고 이 복사 서비스에 자료 복사를 요청하면 국내 자료는 한두주 정도, 국외 자료는 한두달만에 복사된 자료를 보내줍니다.

수집벽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지만 살 때는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버릴 때는 돈을 주고 버리거나 아니면 아주 헐값에 팔아야 합니다[1]. 며칠 전 본가에 있던 책 3000권[2]을 버렸습니다. 대부분 대학원 시절 구입한 복사판이지만 책 구입에 들인 돈은 만만치 않습니다. 복사판이라고 해도 책 두께에 따라 적게는 몇 천원 많게는 몇 만원을 주고 구입한 책들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대학원 재학 시절 번돈의 대부분 책을 사는데 썼기 때문에 최소한 몇천만원은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부 책은 혼인하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가져온 책은 인천에서 충주로 이사하면서 집이 좁아서 천여권 정도는 이미 버린 상태입니다. 원래 본가의 책도 집으로 가져 오려고 했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버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제 전공은 전자/통신입니다. 학창시절 교수님들이 강의할 때도 매년 교재를 바꾸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분야는 대부분 1~2년이 지나면 정보 자체가 오래된 정보[3]가 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15~16년이 지난 책은 책으로서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필요한 책은 대부분 전자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본가에 있던 책이지만 본가를 정리하면서 제 방에 있던 책을 이번 금요일에 모두 버렸습니다. 책이 워낙 많아 좁디 좁았던 제 방은 책을 모두 버리니 방같아 보였습니다. 또 십 몇년 만에 책을 모두 들어내고 책장을 버리면서 먼지를 털어내니 훨씬 깔끔해 졌습니다.

구하기 힘든 전공 서적

이 많은 책을 뭐하러 구입했는지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읽기 위해 구입한 책이 아닙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내에서 발행한 자료가 아니면 찾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논문이나 자료를 복사해 주는 '자료 복사 서비스'가 따로 있었습니다. 년 회비를 지불하고 이 복사 서비스에 자료 복사를 요청하면 국내 자료는 한두주 정도, 국외 자료는 한두달만에 복사된 자료를 보내줍니다.

또 복사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대학원 재학 시절 아무 생각없이 논문 하나를 국외 복사 신청한 적이있습니다. 이때 지불된 비용은 약 40만원 정도로 1년치 예산을 한번의 복사로 모두 다 썼습니다[4]. 이렇다 보니 구하기 힘든 책이고 제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 꼭 읽을 책은 아니라고 해도 책을 사두곤 했습니다. 이렇게 구입한 책이 결국 수천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또 전공과 조금 떨어진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공 서적이 불필요해졌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원론을 적은 책(핸드북과 같은)을 빼고 모두 버렸습니다. 아깝기도 하지만 가지고 있어야 도움도 되지 않고 너무 오래 전의 책이라 도서관 기부도 힘든 책입니다.

횡재한 아저씨

책을 버릴려고 들기 편한 크기로 묶다 보니 고물을 주워 파는 아저씨가 "가져 가도 되냐"고 하시더군요. 고물값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종이는 여전히 고물을 줍는 분들에게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고물을 가져가시는 대신에 책을 꽂아둔 책꽂이 네개를 치워 주기로 하셨습니다. 따라서 수천권의 책값을 책꽂이 수거 비용으로 받은 셈입니다.

리어커에 가득한 책

이런 리어커로 세대 분량입니다. 책이 워낙 많자 고물을 줍는 분이 리어커를 가지러 가셨습니다. 그러나 리어커를 끌고 갔다 오면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와서 주워갈 염려가 있기 때문에 리어커로 아예 마당을 막아 두고 갔다 오셨습니다.

현관 가득한 책

처음에는 나르기 쉽게 노란 끈으로 모두 묶었지만 고물을 줍는 아저씨가 온 상태라 묶지않고 현관에 싸아 두었습니다.

모니터 상자

책 더미 위에있는 GENCOM(한국종합전산주식회사)[5]이라는 상자는 89년에 처음으로 구입한 컴퓨터의 모니터 상자입니다. 모니터를 옮길 때 필요할까 싶어 둔 것인데 결국 20년 동안 장롱 위에 고스란히 있던 모양입니다.

그외에도 상당히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나이가 조금 든 분들은 과거 못살던 시절, 종이 하나 버리지 않고 사용하던 습관이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이나 저도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래저래 뒤지면 뒤질 때마다 버릴 것이 나왔습니다. 가지고 있는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들. 이제는 "조금 더 과감히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 글타래


  1. 이런 물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입니다. 백만원 넘게 주고산 컴퓨터도 5년 정도만 지나면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때가 종종있습니다. 
  2. 단행본만 따지면 이천권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 
  3. 1~2년이면 대부분 사용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간이면 신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교수님들은 1~2년 정도면 교재를 바꿉니다. 
  4. 논문으로 알고 복사 신청을 했는데 알고 보니 논문이 아니라 프로젝트 보고서였습니다. 쪽수는 300쪽 가량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5. 허큘레스 모니터입니다. 전경색 하나와 배경색 하나를 표시하는 것은 모노크롬과 같지만 명암을 줄 수 있어서 모노크롬 보다는 다양한 색상(회색조) 표현이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