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기 발랄 AS

왕복 버스비 2만원, 택시비 만원, 기타 경비 만원 등 인건비를 빼고 총 4만원을 들여 보드를 수리해왔다. 그러나 증상은 똑 같았다. 보드의 AS를 맏기면서 분명히 부팅 불량이고 BIOS를 업데이트하다가 발생한 문제라는 것을 접수원한테 설명했다. 접수원은 이런 사실을 AS 기사에게 전달해 주기로 했지만 막상 AS가 되서 나온 것은 BIOS 불량에 메모리 슬롯 교체라는 어이 없는 AS였다.

제이씨현

제이씨현은 IT 업체 중에서는 생긴지 상당히 오래된 회사이다. 1984년 설립됐고 사운드 블래스터의 국내 공식 수입처가 되면서 이름을 알린 회사이다. 나도 QAOS.com을 호스팅하기 위해 예전에 사용한 적이 있는 엘림넷이라는 네트웍 관련 회사를 설립한적도 있다. 따라서 어찌보면 한 우울만 팠다기 보다는 여기 저기 건들어본 분야가 많은 회사인 셈이다.

나는 사운드 블래스터 시절부터 이 회사와 인연을 맺어왔고 1998년부터 Gigabyte 주기판을 사용하면서 자주 접한 회사이다. 그러나 AS 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Gibabyte 메인보드는 잔고장이 거의 없어서 AS를 한번도 받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펜III 800용 보드'도 Gigabyte 메인보드인데 1998년 구입한 뒤부터 지끔까지 단 한차례의 고장도 없이 사용했다. 따라서 제이씨현의 AS 센터에 직접 연락해서 AS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AS 센터에 간적이 있지만 당시는 AS가 아니라 보드 교환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도아의 AS 상경기를 읽어 보면알 수 있지만 BIOS가 손상되서 부팅이 되지 않는 문제였다. 택배로 보내도 되지만 택배로 보내는 데 이틀, 수리해서 받는데 이틀. 따라서 아주 빨리 받는다고 해도 최소 3일은 걸리며, 이 경우 3일 동안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비용을 들여 서울에 직접 가서 보드를 AS 받았다.

옆기 발랄 AS

왕복 버스비 2만원, 택시비 만원, 기타 경비 만원 등 인건비를 빼고 총 4만원을 들여 보드를 수리해왔다. 그러나 증상은 똑 같았다. 보드의 AS를 맏기면서 분명히 부팅 불량이고 BIOS업데이트하다가 발생한 문제라는 것을 접수원한테 설명했다. 접수원은 이런 사실을 AS 기사에게 전달해 주기로 했지만 막상 AS가 되서 나온 것은 BIOS 불량에 메모리 슬롯 교체라는 어이 없는 AS였다.

BIOS와 메모리 슬롯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아 접수하는 상담원에게 BIOS와 메모리 슬롯이 관련이 있는지 물었지만 접수원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면서 그렇다고 했다. 메인보드 AS를 하면서 설마 부팅 테스트를 하지 않았을리는 없을 것으로 봤고 접수원이 상당히 귀찮아 하는 것 같아 일단 믿고 가져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메인보드를 연결하자 증상은 똑 같았다. 결국 제이씨현의 고객 센터에 다시 전화를 했다. 도아의 AS 상경기에서 설명한 것처럼 꽤 긴 점검을 한 뒤 메인보드가 어떤 상황에서도 경고음(비프음)이 들리지 않으므로 메인보드의 문제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들의 AS 실수임에도 제이씨현에서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화요일에 또 저 경비를 들여 올라가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한 제안이 메인보드를 보내주기 전에 먼저 메인보드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시간이 6시가 되기 전이고 이 시간에 물건만 있다면 바로 택배를 보내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국 6시 30분에 다른 사람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월요일에 바로 보내는 것은 힘들고 화요일에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화요일에 보내면 수요일에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단 양보해서 이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실수를 실수로 막는 제이씨현

다음 날 제이씨현의 고객 센터에 다시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미리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오후 2시가 되도 연락이 오지 않아 어제 전화했던 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묻더니 대뜸하는 말.

상담원: 보드는 보내셨나요?
도아: 아뇨. 어제 연락한 시간이 오후 7시가 지난 상태라 오늘 연락해서 내일 보내기로 했습니다.

상담원: 팩스를 보내실 수 있나요?
도아: 아뇨. 팩스를 보내야 하는 상황인가요?
상담원: 물건이 오기전에는 신분증 사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상담원: 오늘 택배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택배를 보내 주실 수 있나요?
도아: 그쪽에서 대한통운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대한통운으로 예약했습니다.
도아: 문제가 되는 것이 있나요?
상담원: 저희도 고객에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요.

상담원: 그럼 신분증 사본을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세요.
도아: 이것보세요. 신분증 사본이 컴퓨터에 있으면 그냥 인터넷 팩스로 보내지 못보내겠다고 하겠습니까?

도아: 그리고 일의 내막은 아시나요?
상담원: 네.
도아: 그럼, 누가 양보한 것인지는 아시나요?

상담원: 저희가 고객님을 봐드리는 것이죠.
도아: (어이가 없어서) 이것 보세요.
도아: 제가 그쪽 실수를 눈감아 주고 이방법을 제안한 것이잖아요.

상담원: 아니죠. 아직 무슨 문제인지 모르니까요.
도아: 어제 보드 문제 같다고 하지 않았나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보드를 택배로 보내달라고 한 것은 제이씨현의 실수를 봐주기위해 내가 제안한 얘기다. BIOS 이상으로 보드를 맞겼는데 뜬금없이 메모리 슬롯을 교체했고 그 책임을 묻자 제이씨현 측에서는 단 한마디의 답변 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시 AS를 받기 위해 AS 센터를 방문하기 힘들었고 그래서 메인보드를 보내기 전에 먼저 메인보드를 보내 줄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다.

AS 센터 측에서 월요일에는 보내 줄 수 없다고 해서 또 하루를 양보해서 화요일에 보내는 것까지 양보한 것이다. 그런데 제이씨현 측은 근본적으로 메인보드를 먼저 보내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I메인보드에 대한 송장 번호라도 확보한 뒤 보내야 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결국 화요일까지 메인보드를 보내지 않는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고 상담원과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약오르지? 송장번호, 니가 알아서 해!

그리고 화요일 저녁때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한 이유는 간단했다. 송장번호를 알기 위해서 였다. 상담원은 보낸 것은 확실하지만 송장번호는 아직 집계가 안되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사정 얘기를 했지만 알 수 없고 다음 날 오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 수요일은 AMD 쿼드 CPU 발표회 참석, 주당 번개, 아는분 컴퓨터 설치 등의 일정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봐주려고 하면 컴퓨터가 꼭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대한통운을 통해 내게 오는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그러나 수화인 정보로는 나에게 오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고 송화인 정보로 확인하니 9월 7일에 배송이 끝난 다른 사람의 정보만 뜨는 것이었다. 결국 대한퉁운의 업무 개시 시간(오전 8시)에 맞춰 대한통운에 전화해서 이름으로 오는 물건이 있는지 검색해봤다. 그러나 역시 배송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배송정보를 알면 대한통운의 하차장을 직접 찾을 수 있고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9시 30분에 다시 제이씨현으로 전화했다. 상담원에 송장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송장 번호는 전산에 올라오지 않고 '택배를 보낸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엔지니어가 와야 송장 번호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사정 얘기를 하고 오전 중에 대한통운에 가서 직접 받아오려고 하니 송장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상담원은 오전 9시 40분까지 알아다 주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오전 9시 40분이 지나도 연락 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9시 45분부터 9시 55분까지 전화를 시도했고 간신히 연결된 전화를 통해 다시 송장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이 상담원도 하는 소리는 똑 같았다. 알아본 뒤 전화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주지 않은 것을 이미 여러번 경험한 상태라 그럴 수 없다고 하고 송장번호를 요구했다.

결국 10시에 송장 번호를 확인하고 택배 기사분과 통화한 뒤 10시 10분에 메인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사무실로 가서 확인해 보니 사용하던 메인보드는 GA-965P-DS3 Rev. 2.0였는데 보내준 메인보드는 GA-965P-DS3 Rev. 3.3이었다. 2.0과 3.3 사이에 어떤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보내준 메인보드로 연결했다.

그런데 부팅이 되지 않았다. 아니 삑하는 비프음이 나는 것으로 봐서 정상적인 것 같은데 화면이 보이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너무 급하게 조립하느라 비디오 카드를 LCD에 연결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비디오 카드를 연결하고 또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키보드가 동작하지 않았다. 이유는 이전과 같았다.

AMD 행사가 오후 1시 부터고 충주에서 동서울까지 1시간 40분이 걸리며, 동서울에서 삼성역까지 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11시 차를 타야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서둘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물론 꼭 시간을 맞출 필요는 없는 행사이지만 가급적 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아무튼 이렇게해서 정상적으로 부팅하는 것을 보고 사무실을 나섰다. 이때 시간이 10시 40분. 택시를 타니 10시 50분. 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55분이었다. 잽싸게 뛰어가 표를 끊으니 딱 11시 차였다. 그래서 AMD 쿼드 CPU 발표회도 참석하고, 순대국집에서 순대도 먹고 골프채까지 얻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요약, 제이씨현 AS

모든 일이 다 무사히 끝났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이씨현의 응대 때문이다. 먼저 한번 보자.

  • BIOS에 의한 부팅 실패에 메모리 슬롯을 교체하는 엽기 AS를 했다.
  • 이런 AS 실수를 인정하면서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 사용자가 양보해서 무려 삼일이나 손해를 보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제이씨현은 아주 발랄하게 일반적인 정책고수했다.
  • 송장 번호 조차 제때에 알려 주지 못했다.

컴퓨터 관련한 작업이 많기 때문에 이런 비슷한 일을 많이 격는다. ipTime도 비슷한 케이스였고, 3Bon 외장형 모뎀도 비슷했다. 두 업체 모두 사정을 얘기하니 아무 조건없이 먼저 물건을 보냈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고온 택배 기사분께 물건을 보내면됐다.

제이씨현에 전화를 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고객과 함께하는 최고의 IT 마케팅 기업, 제이씨현입니다.

그러나 AS 수준과 상담원의 수준을 보면 고객은 언제나 먼 당신이며, 기본적인 응대조차 못하는 수준 떨어지는 회사였다.

남은 이야기

신문을 보다 보니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의혹 제기▶청와대의 감싸기▶버티기▶새로운 사실▶낙마-국정운영 타격"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쓰는 방법을 이야기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는 것은 "사람은 쉽게 쓰지 않지만, 쓴 사람은 믿고 맡긴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따라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일단 믿고 본다. 그리고 이런 믿음 때문에 꼭 낭패를 보곤한다. 제이씨현에서 AS를 받고 확인하지 않고 가져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또 낭패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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