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24 - 원주 어머니 밥상 2

2007/06/12 14:21

푸짐하고 맛있는 밥상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뜨거운 밥. 더우기 이인분의 밥치고는 너무 많았다. 공기 가득 담아도 세그릇은 충분히 나오는 양이었다. 아울러 금방한 밥이라 정말 맛있었다. 두루 치기는 매콤, 달콤하고 돼지 고기의 비게도 적당했다. 콩나물은 조금 들익은 듯 했지만 우엉맘이 어느 새 다 먹어 치웠다. 국은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간 얼은 미역 냉국이 나왔다. 미역 냉국 역시 시원하고 깔끔했다.

목차

알림

제 블로그에서 맛집을 소개하며 한 집을 세번씩 소개한 집은 없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소개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정식처럼 10여개의 반찬이 나오는 밥상을 5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제공하고
  •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의 음식 철학이 마음에 들었으며
  • 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집을 소개하기 전에 인터넷에 이 집에 관한 글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부터 네이버에 맛집 리뷰가 올라오며 이젠 충주에 가면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제 블로그의 글로 부터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1]. 그러나 중요한 점저는 이제 이 집을 가지 않습니다.

원래 원주 어머니 밥상은 충주 성심학원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년 전 충주 성심학원 앞 보다는 자리가 좋은 충주 시청 근처로 이전했습니다. 그리고 맛이 변했습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짭니다. 또 전같은 음식 철학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집을 추천 맛집에서 제외합니다. 이 글은 한때 이집이 이런 음식점이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원주 어머니 밥상

오늘 점심을 어제 소개한 원주 어머니 밥상에서 먹었다. 원래는 단순히 사진만 찍어서 추가하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밥을 너무 맛있게, 배가 터지도록 먹어서 결국 글을 다시 쓰게되었다.

어제 얘기한 것처럼 우엉맘과 오늘 원주 어머니 밥상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우엉맘은 교원 빨간펜에서 교육을 받고 왔다. 원래 오기로 한 12시 40분보다 무려 30분이나 늦게. 어제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신 덕에 배가 조금 일찍부터 고팠는데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우엉맘이 사무실로 와서 우엉맘과 함께 원주 어머니 밥상으로 향했다. 어제는 혼자가서 비빔밥 밖에 먹지 못했지만 오늘 두명이라 아주 자신있게 들어갔다.

할머니: 두명이세요.
도아: (자신만만하게) 예.

기다리기 지루해서 얼마 전 지른 작티로 메뉴판 부터 찍었다.

메뉴가 상당히 간단하다. 어머니밥상, 삼계탕, 해장국, 비빔밥, 냉면. 그리고 산사춘, 가시오가피, 소주, 맥주, 음료수등 주류도 판다. 이중 삼계탕과 냉면은 여름 전용 메뉴로 보이고 비빔밥은 어제 올린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정식의 반찬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추가된 것이다. 해장국은 정식에 해장국이 나오는 경우를 대비한 메뉴인 듯 싶었다.

정식이 금방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조금 걸린다. 그 이유는 밥을 돌솥에 해서 직접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찬이 먼저 나오고 조금 뒤 돼지 고기 두루치기가 나왔다.

한화면에 다 잡기 힘들어서 두 화면으로 잡았다. '돼지 고기 두루치기'를 빼고 총 16가지의 반찬이 나왔다. 어제 맛이 없다고 한 오이부터 멸치, 콩나물, 더덕, 오뎅, 두부, 고등어, 버섯, 호박 등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정식이 5000원이다.

처음에는 이 음식들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뒤 커다란 계란말이가 추가됐다. 반찬 그릇의 배치를 봐서 계란말이는 원래 포함되는 것이 아닌 듯 싶었다. 우리 부부가 온 뒤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이 비빔밥을 시켰는데 그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자 할머니가 계란말이를 하면서 우리 것까지 함께 한 것같았다. 역시 인심이 후하다.

밥이 나와야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의외로 밥이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진을 이미 찍었기 때문에 반찬부터 이것 저것 집어 먹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밥이 나왔다. 손님이 없어서 인지 할머니께서 직접 오셔서 밥을 약간씩 퍼주셨다. 그리고 밥이 식지 않도록 다시 뚜껑을 덮어 두셨다. 그러나 사진을 찍기 위해 솥뚜겅을 열었다.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뜨거운 밥. 더우기 이인분의 밥치고는 너무 많았다. 공기 가득 담아도 세그릇은 충분히 나오는 양이었다. 아울러 금방한 밥이라 정말 맛있었다. 두루 치기는 매콤, 달콤하고 돼지 고기의 비게도 적당했다. 콩나물은 조금 들익은 듯 했지만 우엉맘이 어느 새 다 먹어 치웠다. 국은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간 얼은 미역 냉국이 나왔다. 미역 냉국 역시 시원하고 깔끔했다.

도아: 더 않먹어.
우엉맘: 배부른데.

도아: 매일 오는 것오 아닌데 먹어둬.
우엉맘: 살찌는데.

도아: 운동하면 되지.

먹을 것을 앞에 두고는 가리지 않는 우리 부부는 정말 열심히 먹었다. 반찬이 떨어져서 조금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남은 반찬이 있는데 더 달라고 하기는 조금 미안했다. 공기 가득 담지는 않았지만 결국 밥을 세공기나 먹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돌솥을 가져 가시더니 뜨거운 물을 부어 누릉지를 만들어 오셨다. 약간 누른 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씹이는 맛이 빠삭 빠삭한 뜨겁지도 차겁지도 않은 누릉지 였다. 이런 누릉지는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결국 남긴 것은 어제 맛이 없다고 한 오이, 김치와 아이 때문에 추가된 계란말이 뿐이었다. 한상 가득했던 반찬과 한솥 가득했던 밥은 모두 우엉맘과 내 뱃속으로 워프했다. 그런데 누릉지까지 다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다. 이럴때 보면 참을성이 너무 많아 탈인 것 같았다.

어휴, 배불러라. 그렇지만 참고 조금만 더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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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고로 원주 어머니 밥상은 2008년 경 제가 쓴 글을 인쇄해서 메뉴판에 붙여 두었던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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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펜, 원주 어머니 밥상, 이야기, 충주, 충주 이야기, 한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