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새판짜기
얼마 전 구글은 통신의 거목 모토롤라를 인수했다. 미국에서 국민 기업으로 불린 모토롤라. 그런데 왜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했을까? 아울러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파장은 안드로이드까지 미칠까? 통신의 거목 모토롤라 인수에 따른 구글의 향후 전략을 살펴 본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IT 업계의 새판짜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통신의 거인 모토롤라
오른쪽 휴대폰은 실물 보다 장난감을 먼저봤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는 중 앞의 아주머니가 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때까지 이 휴대폰이 진짜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정신나간 아주머니로 봤다.
오늘 인터넷을 강타한 뉴스는 뭐니 뭐니 해도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인수 소식이다. 현금 125억불에 인수했으니 우리나라 돈으로는 13조 정도된다. 아울러 12일 종가 24.5불 정도인 모토롤라를 40불에 인수했기 때문에 63%의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한 셈이다. 이로서 구글은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됐다. 구글은 애플과 비교하면 하드웨어를 뺀 나머지 모두를 가진 업체였다. 따라서 "모토롤라를 인수했다"는 소식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파가 상당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모토롤라(Motorola)라고 하면 이제 이름 조차 생소한 회사가 되었다. 최근 안드로이드폰(Android Phone)인 아트릭스(ATRIX)를 내놓고는 있지만 시장 지배자로의 권력은 놓은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토롤라는 그 이름만으로 한 나라를 휘청 거리게 할 정도의 권력을 쥐었던 회사다. 일본에서 모토롤라 휴대폰 때문에 중계기를 건설해야 했던 것은 이 계통에서 상당히 유명한 일화다.
모토롤라는 세계 최초로 삐삐(페이저)를 개발한 회사이다. 또 휴대 TV를 내놓은 회사다. 1973년에는 인류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했다. 이어 세계 최초의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MC68020도 개발했다. 여기에 세계 최초의 폴더 폰인 스타텍(StarTek)을 1996년에 내놓았다. 스타텍(StarTek)은 명품폰으로 꼽힐 정도로 매니아층이 넓은 휴대폰이었다. 아마 모토롤라의 최전성기는 이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는 LG, 삼성과 같은 국내 브랜드, 외국에서는 노키아(NoKIA)에 걷어 차이며 무너져 갔다.
LGT의 PCS를 사용하다 LGT 고객센터의 황당한 대응때문에 SK로 갈아탔다. 이때 처음 구매한 폰이 스타텍이다(왼쪽).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스타텍은 키패드 바로 위에 액정이 있다. 국내에는 키패드와 액정을 분리한 휴대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스타텍의 이 특허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오른쪽은 모토롤라에 이어 강자가된 노키아의 휴대폰이다.
왜 모토롤라를 인수했을까?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우리나라 IT 산업을 이끌 던 정보통신부를 없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IT는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며 4대강 삽질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세계 3위이던 우리나라 IT 경쟁력은 16위로까지 떨어졌다. 최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데 세계 IT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하나 더 생긴 것"라며 정보통신부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반응만 뜨거운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에 대한 뉴스가 뜨자 인터넷의 반응은 상당히 다양했다. 일단 안드로이드로 올인한 국내 스마트폰 업체의 위상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삼성은 허접하기는 해도 바다라는 운영체제[1]가 있다.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삼성 조차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그림이 다음 그림이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소식에 인터넷에 올라온 그림이다. 세계 IT 산업을 단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그런데 세계초일류 기업이라고 자찬 하는 삼성의 입지가 참 우습다. 문제는 삼성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윈도+노키아 진영은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로 혜택을 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당분간 안드로이드와 폰제조사의 관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와 검색의 최고 강자인 구글이 모토롤라라는 나름 우수한 브랜드를 인수한 뒤 예전과 똑 같은 지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예로 안드로이드폰의 기준폰은 지금까지는 HTC, 삼성과 같은 제조사와 협력해서 만들었다. 또 이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최적화에 대한 상당한 내용이 오고갔을 것으로 예상된다[2]. 다만 이런 기준폰은 이제 모토롤라가 만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크롬 데자뷰
구글(Google)의 모토롤라 인수를 보면 겹치는 장면이 있다. 바로 구글 크롬이다. 구글 크롬이 출시되기 전까지 구글은 오픈소스 진영의 불여우(Firefox)를 적극적으로 밀었다. 이덕에 불여우(Firefox)의 기본 엔진은 구글[3]이었다. 또 구글 팩에도 불여우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구글은 파어어폭스와의 좋은 관계속에서 전격적으로 크롬을 발표했다. 크롬을 발표한 이유는 기존 브라우저들의 자사 서비스에 대한 지원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이었다.
구글은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발표하며 기준이 되는 기기를 만들어 왔다. HTC에서 출시한 넥서스 원(Nexus One), 삼성에서 출시한 넥서스 S가 그것이다. 이외에 모토롤라에서 안드로이드 타블렛, 삼성에서 크롬 탭을 출시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구글은 레퍼런스 기기를 만들며 파이어폭스를 지원하면 겪은 것과 같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업체가 되든 "자사의 운영체제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다.
일부 구글에서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을 두고 잠깐 가지고 있다가 다시 팔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즉, '특허 방어용'이라는 것이다. 틀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난 특허 방어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너지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글이 가지지 못한 것은 하드웨어 하나다. 구글을 애플과 비교해서 부족한 것은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유기적 결합이다. 구글 서비스의 유기적 결합은 구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결국 남은 것은 하드웨어 밖에 없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크롬 OS이다. 구글은 현재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개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제공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정책외에 구글이 관여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4]. 별도의 회사를 인수해서 공개로 제공하면서 생각외로 간섭이 적다. 안드로이드는 iOS의 급성장을 막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한다. 구글이 주력으로 생각하는 운영체제는 구글 클라우드에 적합한 크롬 OS라고 생각한다.
크롬 OS의 변형이다. 공개로 개발되고 있는 크로미엄 OS(Chromium OS)를 우분투 리눅스[5]에 올렸다. 어플은 웹 어플과 네이티브 어플을 지원한다. 맥의 앱 스토어처럼 어플을 설치할 수 있다. 구글+, 구글의 세계정복 프로젝트?라는 글에서 한번 설명했지만 크롬 OS(Chrome OS)도 결국 이런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폰은 루팅하면 속도가 빨라진다. 반면에 iOS는 탈옥해도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다. 즉, 안드로이드의 루팅과 아이폰의 탈옥은 비슷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아이폰 탈옥은 애플이 제한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한다. 반면 안드로이드 루팅은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하는 경향이 많다. 이 것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안드로이드 기기들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의 최적화가 아이폰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구글이 애플 못지 않은 '시장 지배력'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의 유기적인 결합과 이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이다. 따라서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는 구글+를 통한 서비스 통합과 함께 진행된 또 다른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모토롤라를 다시 팔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한다. 또 시장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듯 주가 역시 상승했다고 한다.
남은 이야기, 넥서스 S와 삼성
넥서스 원의 다음 모델이니 이름은 넥서스 투가 되어야 맞다. 그런데 두번째 모델은 넥서스 투가 아니라 넥서스 S다. 갤럭시 S처럼. 삼성에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S가 삼성을 의미한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안드로이드폰을 판매했고 안드로이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삼성과 손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면 구글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간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