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노무현
6.2 지방선거가 끝났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서울은 마지막 강남3구의 몰표로 아쉽게 졌지만 의미있는 일전이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지던 이광재 후보가 당선된 것이나 17% 가량 지던 한명숙 후보가 오늘 아침 개표까지 팽팽히 맞서면 선전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국내 정치를 후진의 틀에 가두었던 지역 기반이 상당히 무너진 점은 이번 지방선거의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의 부활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총리가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섰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원,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로 불린 유시민 전장관이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다.
부활한 노무현
어제 6.2 지방선거가 끝났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서울은 마지막 강남3구의 몰표로 아쉽게 졌지만 의미있는 일전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지던 이광재 후보가 당선된 것이나 17% 가량 지던 한명숙 후보가 오늘 아침 개표까지 팽팽히 맞서면 선전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국내 정치를 후진의 틀에 가두었던 지역 기반이 상당히 무너진 점은 이번 지방선거의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의 부활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총리가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섰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원,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로 불린 유시민 전장관이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다. 한명숙 전총리는 강남3구의 몰표로 결국 현역 오세훈 후보를 넘지 못했고 유시민 전장관 역시 현역 김문수 후보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 좌희정, 우광재로 불린 안희정 후보와 이광재 후보는 충남도지사와 강원도지사로 당선됐다. 충남이 선진당의 텃밭이고 강원도가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당과 이명박 정부의 충격은 "천안함을 격추시켰다"는 파란색 1번 어뢰로 맞은 것 보다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런 충격은 그대로 드러나 정몽준 대표등 한나라 지도부가 사의 표명했고, 정정길 대통령 실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소득은 바로 김두관 전장관이다. 고졸, 이장, 군수, 장관을 거친 김두관 전장관은 작은 노무현으로 불린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매번 경남에서 출마한 사람이다. 이렇기 때문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달곤 전장관을 지원하는 유세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바아냥 거렸다.
김두관 후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출마를 여러 번 했죠?
6번, 7번인가했다는데 출마가 직업인 사람은 계속 출마하도록 만들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리버리 정으로서는 나름대로 지지자들을 웃기려고 한 말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웃는 사람은 없다. 우스개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해야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그러나 김두관 전장관은 '812,336표', 53.5%의 지지율로 46.5%를 얻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7%의 격차로 물리치고 당선됐다. 작은 노무현이라고 불린 김두관 당선자는 작은 노무현에서 정치 역정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하며 진정한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올라 선 셈이다. 김두관 전장관의 당선은 단순한 기쁨 이외의 것을 준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평생 추구했던 지역주의 타파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경상남도는 이른바 한나라당의 안방이다. 강원도가 텃밭이라면 경상남도는 안방이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외에 다른 당, 설사 무소속이라고 해도 한나라당 계열이 아니면 당선을 용납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한나라당의 안방에서 무소속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김두관 전장관이 당선된 것이다. 즉, 이제 경상도도 당을 보고 찍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찍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이것은 지금까지 지역 기반의 정치 역학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인 셈이다.
김두관
경남 남해가 고향이다. 29세 남해에서 총선에 출마 낙선한 뒤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마을 이장이 됐다. 또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36세의 나이로 남해군수에 당선됐다. 이 기록은 최연소 군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구한 '학벌없는 사회'의 결과다.
그러나 이런 김두관 장관을 몰아 세운 것은 한나라당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고졸 출신, 시골 촌놈, 이장 출신이 감히"라고 하며 김두관 장관을 인격적으로 몰아 세웠다. 결국 김두관 장관은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7개월여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남해에서 2004년 17대 총선, 2008년 18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또 2008년 당내 지역주의를 비판하며 탈당, 무소속의 길을 걸어왔다. 경남도지사 역시 2002년, 2006년 출마해서 낙마했다.
김두관 당선자의 정치 궤적을 보면 '바보'로 불린 노무현 대통령과 너무 비슷하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지역주의 타파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김두관 당선자는 설사 당선이 된다고 해도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한다. 참고로 참여정부 시절 권력에 취하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김두관 당선자이다.[출처1, 출처2 요약]
국민심판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에서 선전한 한명숙 전총리는 강남3구의 몰표로 아깝게 오세훈에게 패했다. 그러나 준비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한 것치고는 상당한 선전이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과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패배는 아니라고 자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쪽은 보면 서울 역시 한나라당의 완패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의 총 25개 구청장 선거 중 무려 21개의 구청장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에 내준 구청장은 서초, 강남, 송파의 강남3구와 513표 차이로 내준 중랑구에 불과하다. 즉, 이번 지자체 선거를 통해 나타난 서울의 민심은 강남3구를 빼면 모두 한나라당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된다[1]. 오세훈 당선자가 다시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제 한나라당 구청장이 아니라 민주당 구청장과 앞으로 남은 4년을 지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외형적으로는 분명히 민주당의 승리다.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당이 많은 부분 양보한 것 역시 크게 지방선거의 승리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 시장 후보로 오랜동안 준비안 이계안 의원이나 경기도 지사 후보 경선에서 유시민 후보에게 아깝게 자리를 내준 김진표 후보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다만 정확히 이야기 하면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이겼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지방선거에 민주당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로 한나라당에 밀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는 사람을 보고 뽑아도 당은 언제나 민노당(진보신당)을 찍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었다.
또 차악을 선택한 이유도 간단하다. 민주당을 도구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민심은 요즘 주로 사용하는 트위터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오늘 올린 "오늘 지자체 선거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대박.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민주당을 도구로 삼아 한나라당을 심판했다. 이게 정답."라는 트윗에 RT(ReTweet)와 리플이 41개나 달린 것도 이런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인용한 뒤 다시 인용한 것, 트위터 자체 인용 기능을 사용한 것은 이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리트윗의 수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지자체 선거 뒤의 걱정. 정세균이 자기 공으로 알까 두렵다"라는 트윗을 남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야권연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성적이 나왔다"는 것은 국민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믿지 않는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민주당은 현재의 승리에 자만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보다 더 열심히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남은 이야기
김두관 장관이 행자부 장관으로 있을 때 "시골 촌놈", "이장 출신", "고졸 출신"등 인격적인 모욕을 많이 받았다. 이 말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모두 김두관 장관을 능력이 아닌 출신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지지자들 중에는 이처럼 출신을 문제 삼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후보인 이달곤 후보의 홈페이지를 보면 동내 이장도 못해먹는 김두관이라는 글이 있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장 출신", "냇가나가서 개구리알이나 주어라ㅋㅋ 버러지 같은놈"등의 원색적 비난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말은 비단 한나라당 지지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도 비슷한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촌놈'이 '촌놈'에게 '촌놈'이라하다니"라는 글을 보면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천박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노무 현 대통령"이라는 제목은 이전에 올려 많은 RT를 받은 내 트윗에서 따왔다.
- 참고로 구청장 중에는 아들인 김우영(은평구청장)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