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차거운 걸 넣었는데 안돼?

2009/10/10 15:33

### 자존심 강한 다예

"아빠, 차거운 걸 넣는데 안돼?"

어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둘째 다예가 다가오며 한 말이다. 다예는 우리 집에서 나 다음으로 기계를 잘 다룬다. 따로 컴퓨터의 사용법을 알려 주지 않았지만 세네살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해 왔다. 컴퓨터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분해하기 힘든 물건도 작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분해한다. 그래서 아이 엄마 휴대폰도 몇번 AS센터에 보냈다.

자존심 강한 다예

아빠, 차거운 걸 넣는데 안돼?

어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둘째 다예가 다가오며 한 말이다. 다예는 우리 집에서 나 다음으로 기계를 잘 다룬다. 따로 컴퓨터의 사용법을 알려 주지 않았지만 세네살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해 왔다. 컴퓨터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분해하기 힘든 물건도 작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분해한다. 그래서 아이 엄마 휴대폰도 몇번 AS센터에 보냈다.

꽤 오래 전에 인천에서 알게된 약사 후배가 아이들을 먹이라며 비타민을 줬다. 문제는 이 비타민이 너무 맛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하루에 필요한 양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먹으려 들었다. 비타민 제조사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듯 이 병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열리지 않았다. 따라서 비타민을 먹고 싶다고 하면 항상 내가 열어 주었다. 그런데 이 것을 몇번 본 다예는 금방 따라서 병을 열었다.

첫 아이인 우영이는 질문이 상당히 많은 아이다. 아마 장인어른 회갑 때였던 것 같다. 회갑연장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탔는데 우영이가 계속해서 숨도 쉬지 않고 질문을 해댔다. 아이들은 질문이 많은 것이 좋기 때문에 질문 대부분은 답해준다. 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질문에 계속 답을 해주는 것을 본 택시 기사분은 "고놈, 질문에 답해주다가는 밥도 못먹겠네"라고 이야했었다. 그만큼 질문이 많다.

반면에 다예는 질문이 거의 없다. 궁금한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궁금한 점은 우영이 못지않다. 그런데 누구에게 물어 보는 것을 싫어한다.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묻기 보다는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런 관찰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편이다. 다예가 '차거운 걸넣었는데 안된다'며 가져온 것은 꽤 오래 전에 구입한 알람 시계다. 건저지를 넣으면 디지탈 시계가 나타나고, 코끼리 코같은 것을 펴면 이 코로 레이저를 쏴서 벽에 시계를 표시해 준다. 또 시계를 때리면 현재 시간을 영어로 말한다.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시계지만 건전지 소비가 많아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계를 사용하고 싶은 다예가 건전지를 직접 넣은 것이다. '차갑다'고 한 것은 우리집에서는 건전지를 냉장고에 보관하기 때문이다. 시계를 사용하고 싶은데 건전지를 찾을 수 없자 내 책상 위에 돌아다니던 건전지를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만든 뒤 넣은 것이었다.

다예가 넣은 건전지를 보니 모두 극성이 바뀌어 있었다. 건전지 두개의 극성이 모두 틀린 것으로 봐서 다예도 나름대로 같은 형태로 꼽아야 한다는 것은 아는 듯했다.

도아: 아, 건전지를 꺼꾸로 넣었네...
다예: 호 호 호

다예는 누가 틀렸다고 하면 상당히 자존심 상해한다. 그래서 우영이에게는 조금도 지지 않고 자기가 맞다고 우긴다. 여기에 누군가 나서서 "우영이가 맞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해 운다. 그런데 정말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때는 보통 손으로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가짜 웃음을 짓는다.

충주호에서

건전지를 바로 넣었지만 역시 시계는 동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건전지를 보니 얼마 전 마우스가 동작하지 않아 교체한 건전지와 같은 제조사의 건전지였다. 그래서 다예에게 컴퓨터 책상에서 건전지를 가져간 것인지 물어봤다. 역시 생각대로 다 쓴 건전지를 주워 넣은 모양이었다. 다예가 좋아하기 때문에 건전지를 넣어 주려고 했지만 시계에 사용할 수 있는 건전지는 집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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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다예, 시계, 아쉬람, 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