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 심사
어제는 우영이의 태권도 승단 심사가 있었다. 난 태권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태권도의 모태가 일본 가라데이기 때문은 아니다. 태권도 본연의 모습 보다는 상업화된 스포츠, 재미없는 스포츠의 전형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작년 승단 심사에서 우영이는 발차기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품새는 일반적으로 시발동이 맞아야 한다. 먼저 시선이 움직이고 발이 움직인 뒤 마지막으로 동작이 이어져야 품새의 멋이 살아난다.
승단 심사
어제는 우영이의 태권도 승단 심사가 있었다. 난 태권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태권도의 모태가 일본 가라데이기 때문은 아니다. 태권도 본연의 모습 보다는 상업화된 스포츠, 재미없는 스포츠의 전형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작년 승단 심사에서 우영이는 발차기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1]. 품새는 일반적으로 시발동이 맞아야 한다. 먼저 시선이 움직이고 발이 움직인 뒤 마지막으로 동작이 이어져야 품새의 멋이 살아난다.
그런데 우영이는 시발동은 고사하고 동작도 절도가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바로 겨루기였다. 내가 예전에 승단 심사를 볼 때는 호구를 차고 3분간의 실전 겨루기를 했었다. 그래서 여러 명이 동시에 심사 품새 보다 겨루기 심사가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겨루기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서로 떨어져 발차기만 하는 것으로 겨루기는 끝났다. 그런데 우영이의 발은 상대의 무릅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당연히 심사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또 저토록 준비되지 않은 아이를 심사받게 하는 것 조차 의아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우영이가 품증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태권도 승단 심사는 아이들의 자격을 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자격증을 받아오는 통과 의례에 불과했다[2]. 승단 심사를 보고 실망해서 바로 태권도를 그만 두도록 했다. 그러나 아이 엄마가 이단까지만 보내자고 해서 다시 1년을 더 보냈다.
청주 직지 시범단
아침 10시까지 충주 공설운동장에서 모여 연습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 엄마가 오전에 아이들 운동장에 데려다 주었다. 가족은 오후 2시까지 오면 된다고 해서 오후 2시에 충주 공설운동장에 갔다. 심사지만 의외로 개회사가 있었고 이어 할머니들의 시범, 청주 현대태권도 직지 시범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다만 청주 현대태권도 직지 시범단의 공연은 완전히 의외였다.
직지 시범단의 두번째 공연
첫 공연은 아무 생각없이 보다 놓쳤다. 그리고 이어진 공연은 모두 촬영했다. 다만 이 공연이 20분 넘게씩 이어질 것으로는 생각도 못했다.
처음에는 "어 잘하내" 정도였다. 그러나 이어진 시범단의 공연을 보자 태권도 시합에 아예 태권무를 추가하는 것이 재미없는 태권도를 그나마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범단의 절도 있는 동작과 우리 음악에 어울어진 춤사위는 시종일관 청중을 압도했다. 이어 '와, 제들 누구야', '정말 잘하네'등등의 탄사가 이어졌다. 나 역시 비슷했다. 처음에는 저런 공연을 왜 하나 싶었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태권도의 절제된 동작이 때로는 느린 우리 음악과 때로는 빠른 서양 음악과 어울어져 만들어 내는 춤사위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직지 시범단의 공연은 약 25분간 숨실틈없이 진행됐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나이 어린 아이들 부터 나이든 고등학생까지 어느 누구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절제 동작의 아름다움과 음악과 어울어진 춤사위는 태권도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가끔 격파에 실패하면 관중들의 아쉬움이 이어졌고 그런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재도전하는 모습에는 열띤 박수가 이어졌다.
세번째 공연
처음 두개의 공연외에 약 20분간 추가 공연이 이어졌다. 두번째 공연부터 모두 촬영했다. 삼각대 없이 계속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다 보니 어깨가 아팠다. 그러나 공연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전문 시범단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청주 현대태권도의 직지 시범단이었다.
1픔 심사
직지 시범단의 공연이 끝나고 1품 심사부터 시작됐다. 충주라는 작은 지역이지만 아이들은 상당히 많았다. 3분기 심사라는 것으로 봐서 심사는 매 분기별로 하는 것 같은데 1품 심사를 보러 온 아이만 100여명 가량됐다. 물론 품이 올라갈 수록 심사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줄었다. 아무튼 기다리다 보니 우영이의 심사가 이졌다.
우영이의 2품 심사
동영상의 첫 부분은 실제 심사를 받는 장면은 아니다. 아이들이 심사를 기다리는 중 심사에 대비해서 연습하는 동영상이다. 또 중간 부분의 동영상은 품새심사, 끝부분 동영상은 겨루기 심사 장면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싶었다. 그런데 일단 동작은 예전 보다는 훨씬 절도가 있었다. 태권도장을 바꾼 효과인지 아니면 아이가 조금 더 열심히 한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발차기는 여전히 어설펐다. 예전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발차기에는 태권도의 힘이 없었다'. 또 발차기를 조금한 뒤에는 이내 지쳐서 발이 축처졌다. 태권도를 처음 배우면 찢기를 먼저하는데 찢기는 하는 것인지 조금 궁금했다.
내가 아이를 태권도에 보낸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부라고 하면 학교에서 책과하는 공부만 생각한다. 그러나 난 살아가는 모든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특히 태권도와 같은 무술을 배우면서 몸을 단련하며, 절제된 동작을 생활로 자연스레 묻어 내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태권도에서는 이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았다.
남은 이야기
직지 시범단의 공연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문 공연단으로 생각했다. 정확히 어떤 공연단인지 알고 싶어 오늘 인터넷을 찾아 봤다. 다만 흘려 들은 것도 기억에 남아 있는 독특한 기억력 때문에 어제 공연한 시범단의 이름이 직지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 보자 의외로 직지 시범단은 청주 현대태권도라는 도장의 시범단이었다.
생각해 보니 인천에서 우영이가 태권도를 배운 도장도 자체 시범단이 있었고 이 시범단도 직지 시범단 못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촌에 살다 보니 눈도 촌사람이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