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스포츠가 된 태권도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국기다. 가라데를 배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그런데 '태권도는 너무 재미없는 스포츠'가 됐다. 뒤돌려 차기처럼 화려한 기술을 찾아 보기 힘들다. 시합 내내 받아차기 위해 토끼처럼 깡총 깡총 뛰기만 한다. 또 기껏 볼 수 있는 기술은 나래차기나 돌려차기가 전부다. 이 때문에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이 글에서는 화련한 발기술의 태권도 본연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경기 방식을 제안한다.

국기 태권도

다들 알고 있다 시피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국기'이다. 아이들 치고 태권도를 배우지 않은 아이는 없다. 내가 자랄 때는 다른 스포츠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태권도를 하지 않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태권도 인구는 많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4회 연속으로 정식 종목으로 남게 됐다. 야구와 소프트볼이 퇴출된 마당에 태권도의 2012년 올림픽 채택으로 태권도 계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그러나 설사 2012년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고 해서 태권도의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재미없는 스포츠 태권도라는 글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의 태권도는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화려한 발기술과 힘있는 발차기는 태권도만의 매력이지만 요즘 태권도에서는 이런 화려한 기술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2004년 문대성의 뒤 돌려차기(회축). 태권도에는 화려한 발기술이 많다. 힘차며 화려한 발기술은 태권도라는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이런 기술은 태권도에서 찾아 보기 힘들어 졌다. 국내 태권도계가 지나치게 종주국의 위상에 연연해 하며 기술 난이도와 무관하게 모두 1점씩 부여하는 방법으로 경기 규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사진출처]

친일의 잔재, 태권도

국운 쇠퇴와 더불어 무인들의 몰락은 군대의 해체 등으로 가속화되었고 일제는 강압적인 무력침략을 통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일제의 한민족 탄압이 강화되기 시작하고 항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백성들의 무예수련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독립군, 광복군 등 항일조직의 심신 훈련방법으로써나 개인적인 무예 전승 의욕에 따라 태권도(태견)의 명맥은 미미하지만 민족의 숨결속에 이어지고 있었다.

8.15 해방 후 잊혀진 우리의 태권도를 되찾자는 뜻있는 이들이 모여서 후진을 양성하였으며 점차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게 되어 드디어 1961년 9월 16일 대한태권도협회 가 창설되고 1963년 2월 23일 대한체육회에 27번째 가맹단체로 가입되어 1963년 10월 9일 전주에서 개최된 제 44회 전국체전에 태권도가 공식경기로 처음 참가하게 되었다. 오늘날 인류의 스포츠제전인 올림픽 무대에서까지 각광받고 있는 태권도 경기는 바로 25년전인 1963년의 전국체육대회를 계기로 경기규칙과 보호용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출처: 태권도의 역사]

인용한 글에서 알 수 있지만 "태권도는 태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러나 한가지 태권도는 태껸과는 전혀 닮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춤사위를 연상케 하는 태껸은 근본적으로 원형 무술이다. 반면에 태권도는 태껸과는 달리 직선 무술이다. 태껸은 손기술과 발기술이 균형을 이루는 반면에 태권도는 발기술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보면 태권도태껸 보다는 일본 무술이 가라데와 더 닮아 있다. 그래서 태권도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다.

해방된 뒤 부일 협력자였던 이승만은 자신의 주변을 친일파로 채웠다. 이승만을 호위하던 경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친일 경찰이 경무대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친일 경찰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 무술인 유도와 가라데를 배웠다. 경무대에서 가라데 시연을 하던 중 한 무식한 관리가 "저것이 우리의 고유 무술인 태권도입니다"라고 해서 가라데가 태권도가 되었다고 한다[출처: 함장의 바다 - 세계 4대 해전? 한국이라서 꼬인 이순신 이야기]. 나는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그 이유는 태권도는 태껸 보다는 가라데와 더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면 태권도 역시 친일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슬픈 유물인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태권도의 유래가 무엇이든 나는 태권도를 좋아한다. 고단자는 아니라고 해도 대한민국 남자 답게 유단자이다. 또 태권도의 그 화려한 발차기에 매료되서 밤을 세서 발차기를 연습하던 적도 있다. 아울러 한때 태권도는 나에게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였다. 2004년 올림픽에서 문대성이 보인 뒤 돌려차기(회축)과 같은 고급 기술이 넘처 나는 스포츠가 태권도 였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태권도에서는 이런 고급 기술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주로 볼 수 있는 기술은 나래차기다. 시합내내 깡총 깡총 뛰면서 받아차기만 열중한다. 그러다 불리하면 슬립 다운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러니 태권도 시합을 보는 사람들은 짜증이 난다. 시합내내 깡총깡총 뛰면서 도망 다니고 위기시에는 슬립다운으로 모현하면서 포인트에서 앞서서 이런 사람이 우승을 한다. 재미있을 수가 없다.

위기의 태권도

생즉필사 필사즉생.

먼저 태권도에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이말이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것이다. 태권도가 재미없어진 첫번째 이유는 규칙의 변경이다. 과거에는 큰 기술과 작은 기술, 몸통 공격과 얼굴 공격에 대한 점수가 달랐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적용하면 힘이 좋고 키가 큰 외국인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바꾼 규정이 모든 기술, 모들 공격 부위, 심지어는 다운을 당해도 1점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규정을 바꾸었기 때문에 이제 굳이 큰 기술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돌려차기와 뒤 돌려차기는 공격에 실패한 뒤 위험도가 다르다.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사용해도 점수는 같다. 따라서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사용할 이야가 없어졌다. 또 모든 무술이 다 마찬가지만 선공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 이유는 선공에 성공하면 문제가 없지만 실패하면 헛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태권도는 모두 받아치기에만 열중이다. 그래서 경기 내내 공격은 하지 않고 깡총 깡총 뛰어 다니기만 한다.

이런 점을 인식한 태권도계는 점수제를 바꾸고 전자 체점기를 도입하려는 등 나름대로 태권도를 재미있는 스포츠로 만들려고 노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바로 "종주국의 위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권도가 이 위기를 이기려면 간단하다. 종주국이라는 체면을 버리고 태권도를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로 만들면 된다.

유도에서 배워라!!!

어제 유도의 왕기춘이 금매달 획득에 실패하고 울며 인터뷰하는 것을 봤다. 나는 '왕기춘이 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왕기춘이 보여준 투지와 부상으로도 멈추지 않고 공격에 임하는 그 자세만으로도 금매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왕기춘이 결승에서는 '단 13초만에 한판으로 패한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왕기춘은 쉬지 않고 공격에 임한 덕에 결국 판정승을 따낸다.

이 유도를 보다 보면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무조건 벌점이 나온다. 준결승에서 왕기춘의 승리는 경기 내내 이어진 공격 시도 때문이었다. 아울러 이런 왕기춘이지만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몸을 빼자 바로 벌점을 받았다. 유도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격하지 않으면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벌점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에 열중할 수 밖에 없고 이런 공격 중 헛점을 공략하면 한판승이 나온다. 또 유도의 한판승은 보는 사람의 쾌감을 유도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유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복 잡기에 신경전을 펼치는 재미없는 스포츠였다. 나도 유도를 했고 그래서 유도를 한 선배에게 물어보면 "실력 차이가 많이 나지않는 한 한판은 거의 힘들다"고 했다.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올림픽을 연 88년도만 해도 유도는 지금처럼 재미있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규정을 바꾸면서 유도에서는 결승전에서도 한판승이 자주나온다. 예선을 모두 한판으로 이기는 사람도 있다.

유도의 재미는 역시 한판승이다. 한판승은 지금까지 딴 점수와는 무관하게 이름 그대로 한판으로 이길 수 있는 규정이다. 실력차가 크지 않아도 강제로 공격을 하도록 하는 경기 규정 때문에 한판승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시합은 아주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며, 결승전에서도 종종 터지는 한판승에 세계의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것이 재미없는 스포츠 유도를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로 바꾼 원동력이다.

태권도도 한판과 비슷한 규정이 있다. 상대가 기절하면 점수에 상관없이 이긴다. 그러난 잔 나래치기로는 상대를 기절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아울러 경기 내내 도망만 다니며, 슬립 다운으로 위기를 면하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큰 기술을 쓸 사람도 없다. 따라서 이런 호쾌한 장면이 나오려고 하면 설사 기절하지 않았다고 해도 큰 기술이 들어가 다운이 되면 점수와 상관없이 한판으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는 재미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경기 방식을 바꿔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태권도의 경기 규정은 지금 보다 더 공격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유도처럼 공격을 하지 않으면 벌점을 주고 난이도가 큰 기술로 다운되면 그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판승을 인정해야 한다.

점수제도 마찬가지다. 단순이 1점으로 주는 방법(현재는 부위에 따라 1점, 2점으로 구분)에서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1~3점까지 주던 초기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이 좋다. 아울러 선공과 받아치기의 점수를 달리 해야 한다고 본다.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태권도에서 선공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따라서 받아치기는 연속 공격이 통했을 때만 점수를 주거나 받아치기 점수를 선공보다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슬립다운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타 가격과 다운의 점수가 같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슬립 다운을 인정하는 것이다. 유도는 넘어저서 공격하는 기술도 있기 때문에 슬립 다운을 인정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명색이 무술을 하는 사람이 실수로 미끄러저 넘어진다면 무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본다. 슬립 다운을 인정하기 때문에 공격한 뒤 불리하면 넘어지는 것으로 공격을 피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다운의 점수는 난이도가 높은 공격처럼 3점을 부여하고 의도적인 슬립 다운에는 벌점 1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인 슬립 다운을 막아야 한다.

곁다리기는 하지만 체급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체급 경기이기 때문에 체급을 나눌 수 밖에 없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체급이 너무 많다. 물론 올림픽의 체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선수권의 체급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선수권에서는 남녀 각각 8체급이 있다. 따라서 총 16체급이 있다. 올림픽은 남녀 각각 4체급으로 나누기 때문에 올림픽에는 8체급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나라에서 출전할 수 있는 체급의 수는 남녀 각각 2체급 총 4체급이 가능하다. 태권도라는 하나의 종목에서 한 나라가 지나치게 많은 메달을 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세계 선수권의 체급도 올림픽과 같이 남녀 4체급으로 통합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체급으로 몰릴 수 있도록 해햐 한다. 이렇게 해야 체급별 경쟁율이 올라가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일단 2012 런던 올림픽에도 태권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일단 태권도가 퇴출될 위기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힘들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말을 뒤집으면 "2016년에는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태권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단언컨데 2016년에 태권도는 퇴출된다.

위기는 지나간 것이 아니다. 이제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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