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사과교는 영원한 사과교
한번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은 애플 제품만의 독특한 전략과 사용자를 고려한 세심함 때문에 애플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것은 국내 사용자도 비슷하다. 국내 사용자는 불법 사용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적어도 국내 애플 사용자는 다른 제품의 사용자 보다 정품 구매율이 높다. 아이팟 시리즈도 마찬가지고 아이팟 터치(iPod Touch)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MP3 플레이어처럼 MP3를 불법으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전자신문에 난 기사, 애플코리아 '아이팟' 오픈마켓 판매 중단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자사의 제품을 더 이상 열린시장[1]을 통해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통 출고가에 10%가까이 저렴하게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이런 싼 가격에 애플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환율인상이라는 명목으로 최고 38%가까이 자사 제품의 가격을 올린 애플로서는 국내 사용자의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번 사과교는 영원한 사과교
한번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은 애플 제품만의 독특한 전략과 사용자를 고려한 세심함 때문에 애플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것은 국내 사용자도 비슷하다. 국내 사용자는 불법 사용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적어도 국내 애플 사용자는 다른 제품의 사용자 보다 정품 구매율[2]이 높다. 아이팟 시리즈도 마찬가지고 아이팟 터치(iPod Touch)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MP3 플레이어처럼 MP3를 불법으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아이팟 사용자는 기프트 카드를 구매해서 음원을 정식으로 구입한다. 문제는 "iTunes 스토아에서 국내 사용자의 결제가 쉽지 않다"[3]는 점. 보통 이런 상황이면 정식으로 음원을 구입하기 보다는 불법으로 내려받는 것이 편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에 있는 친지, 외국에 다녀오는 사람을 통해 기프트 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심지어 돈을 송금하고, 기프트 카드를 보내 줄 사람을 게시판을 통해 찾는 사람도 있다.
내 주변을 봐도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나 역시 아이팟 터치(iPod Touch)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이렇듯 애플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플 사랑은 애플의 가격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나 '짝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에 불만을 가진 사람 중 상당수는 애플 제품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애플코리아의 성의없는 대응과 AS에대한 불만이 많다.
독묻은 사과, 가격 경쟁[4]
지난 번 애플이 가격을 올렸을 때도 "애플이 국내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열린시장을 통한 판매까지 중지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나는 애플의 열린시장 정책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제품의 가치이지 시장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소비패턴은 '싼 것이 좋은 것'이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 보다는 가격을 보고 소비를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은 무한 가격경쟁으로 치달았다. 이렇게 각각의 업체가 가격 경쟁을 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득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따져 보면 아니다.
한 예로 책을 보자. 예스24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던 시점에 책의 가격 경쟁은 상당히 심했다. 책 가격의 거품[5]도 있었겠지만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의 가격 경쟁이 더 문제였다. 지금은 합병됐지만 당시 가장 심한 가격 정책을 폈던 업체 중 와우북[6]이라는 업체가 있었다. 다른 경쟁 업체에서 오래된 도서에 대해 최대 50% 할인을 하자 이 업체는 신간에 대해서도 50%를 할인해서 판매[7]했다.
당시 영진 컴퓨터의 책에는 자사 홈페이지에 책을 등록하면 10%를 할인해 주는 쿠폰이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영진 컴퓨터'의 책을 구매하면 '정가의 40%'에 책을 구매할 수 있었다. 와우북 정도의 할인은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의 업체에서 20% 할인, 10% 포인트 적립을 해 주었기 때문에 책을 정가 보다 보통 30% 정도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아울러 온라인 업체의 이런 가격 정책으로 동네 작은 서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8].
"동네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할인 경쟁을 통해 책의 가격이 폭등했다. 컴퓨터 관련 서적은 쪽수가 얼마되지 않는 책은 2만원대로 올랐고 쪽수가 조금되는 책은 대부분 3만원대로 올랐다. 여기에 책의 쪽수를 늘리기 위해 한 쪽의 3분의 1 이상을 여백으로 채웠다.
"소비자가 책을 싸게 구입했다"고 좋아하는 동안 '할인을 예상한 책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쪽수늘리기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책의 가격 경쟁을 통해 책 가격의 거품만 가중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홈쇼핑이나 열린시장에서 지나치게 싼 가격을 요구한 덕분에 외형만 오프라인 제품과 똑 같은 온라인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 역시 고스란이 소비자 몫이 되고 있다.
차이나는 뭐가 차이 나도 차이나
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중국 제품에 대한 비하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중국도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산이라고 해서 다 저가, 저질은 아니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제품은 거의 다 저가, 저질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이 저가, 저질인 이유는 수입상이 저가, 저질만 수입하기 때문이다. 수입상이 저가, 저질을 좋아하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가 저가의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9].
즉 "차이나는 뭐가 차이 나도 차이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소비자의 "싼 것을 좋아"하는 소비 패턴 때문이다. MBC의 불만제로나 KBS의 소비자 고발에 등장하는 내용을 보면 싼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등장하는 사기가 많다. 폐자재로 만드는 소파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기치 중심의 소비 패턴
작년 일이다. 장모님 환갑 때문에 처가집 식구들과 함께 여행은 한적이 있다. 이때 들린 곳이 부석사이다. 부석사라고 하면 다른 절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구조와 역사책에도 등장하는 무량수전 때문에 익히 알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부석사라고 하면 '부석사 사과'가 더 기억이 난다. 영주라는 이름, 부석사라는 이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석사 주차장에서 구입한 사과가 워낙 맛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부석사에 방문했을 때도 사과를 구매했다. 본가와 처가로 보낼 사과 상자 두 상자. 집에 가지고 온 뒤 이웃에게 나누어줄 사과 4바구니. 가격은 7만원이었다. 많이 구매하면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깍아달라는 이야기 한마디 없이 돈을 지불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부석사 사과의 상품가치를 보면 이 이상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충주도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또 충주 사과도 맛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맛있는 사과를 맛본 곳도 충주'다. 그러나 이 충주 사과보다 더 맛있었다. 색깔도 더 예쁘고[10] 맛도 더 좋다. 여기에 씹히는 맛까지 일품이다. 그래서 이곳의 연락처를 모를 때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영주 사과를 구입[11]하기 까지 했다.
가격 중심의 소비패턴 보다는 가치 중심의 소비패턴이 더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결과적으로 가치 중심의 소비패턴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망하는 이유, 우리나라에 좋은 기업이 드문 이유 모두 가치 중심이 아니라 가격 중심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책임이 크다. 삼성이라는 재벌이 욕을 먹으면서 살아남는 이유도 비슷하다. 삼성 제품의 가치는 그 가격만 못하다. 그러나 가치 중심이 아니라 가격 중심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비싼 삼성 제품을 좋은 제품으로 아는 것[12]이다.
공기 방울 세탁기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에서 한번 설명했지만 우리나라 재벌의 성공 전략은 간단하다. 일단 '가격으로 경쟁'해서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킨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모두 죽어 경쟁할 회사가 없으면 그때 다시 가격을 올린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가격 중심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소비해야 하는 이유는 가치 중심의 소비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애플의 가격 정책
내가 40만원을 주고 구입한 휴대폰을 다른 사람은 천원에 구입했다면 그땐 어떤 생각이 들까? 내가 사기를 당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40만원에 구입한 사람은 "사기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똑 같은 물건을 한사람은 40만원에 또 한 사람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천원에 구입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똑 같은 가격 정책'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어디서 구입하든 똑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이런 불신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오랜 기간 동안 정찰제를 유지한 상품이다. 그래서 경제규모나 문화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 유지됐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이런 정찰제를 흔들었고 책 가격이 폭등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서점의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입은 셈이다.
애플의 열린시장 정책에 찬성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상품의 가치를 가격 경쟁으로 매기는 것 보다는 제품의 가치로 평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것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이익이 된다. "같은 가격이라면 온라인에서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열린시장은 가격외에도 장점이 있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아주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열린시장도 가격이외의 경쟁력을 갖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최대의 열린시장인 옥션과 G마켓은 이베이로 넘어갔다. ↩
- iTunes 음원에 대한 저렴한 가격 정책이 이런 현상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
- 이 부분도 애플이 비난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애플은 한국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
- "가격 경쟁이 불필요다"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제품에 대해 환경에 따른 가격 경쟁은 불필요 하다"는 것이다. ↩
- 나는 오히려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당시 책가격은 "싼편이었다"고 생각한다. ↩
- 모태는 강남 컴퓨터 서적이다. 강남 컴퓨터 서적과 별도 회사이지만 개발자, 디자이너, 책 코디네이터 등을 공동출자형태로 공유한 업체다. ↩
- 이 할인판매 덕에 다른 회사로 합병됐다. 처음에는 50% 할인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지나친 할인으로 부도 위기에 처해 나중에는 책을 배송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
- "동네 작은 서점이 문을 닫은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경제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다. ↩
- 중국 판매사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한국 사람은 이상하게 싸고 질떨어지는 제품만 좋아한다"고 한다. ↩
- 충주 사과와는 다른 품중이었다. '홍로'이라고 충주 사과보다 붉은 색이 더 강하다. 따라서 상품성은 더 있어 보인다. 충주에서는 가로수로 홍로을 심어 두고 있으며 따가는 행사도 한다. ↩
- 영주 사과라고 다 같은 사과가 아니다. G마켓에서 구입한 영주 사과는 동네에서 싸게 구입한 사과 보다 더 맛이 없었다. 푸석푸석하고 단맛도 없고 일부 사과는 무르기까지 했다. ↩
- 재미있지만 싸고 좋은 것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가격이 비싼 삼성 제품을 좋은 제품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아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 여기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