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LG, 삼성
대학 동창 대부분 가전 삼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회사에 입사했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졌다. 대우전자에 입사한 친구들은 입사 전이 입사 후나 큰 차이가 없었다. 회사가 괜찮으냐고 물으면 항상 듣는 답변이 "대우는 대우가 안좋아"였다. LG에 입사한 친구의 반응은 대우 보다는 좋다. 보통 "응, 괜찮아. 대우도 괜찮고, 분위기도 괜찮고". 반면에 삼성에 입사한 친구는 거의 180도 바뀌었다. 입사 전까지만 해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나 사주의 사고방식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비판을 하던 녀석인데 입사 석달 뒤에 만나자 하는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요즘처럼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 취직했다는 자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니다. 지금 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이니 벌써 20년 가까이된 이야기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학교 동창 중에는 가전삼사에 입사한 사람이 많다. 반면에 대학원에는 통신을 전공했기 때문에 통신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
당시 가전삼사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역시 삼성[1]이었다. 지금은 학과당 몇장의 추천장이 오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숭실대학교 전자과에도 졸업할 때가 되면 가전삼사에서 추천장이 왔다. 물론 가장 많은 추천장을 보내는 곳은 삼성이었다. 또 추천장으로 응시할 수 있는 기준은 학점 3.0 이상인데 공부보다는 시위에 열심히인 세대라 그런지 학점 3.0이 넘는 사람은 주야를 합처 30명이 되지 않았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3.0은 넘었기 때문에 나 역시 응시 자격은 됐었다. 그러나 직장에 취직하는 것 보다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상태라 당시 추천장은 별 다른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삼성에 응시한 사람들에게 꽤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모두 떨어지고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합격한 것이다.
학점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말도 잘하고 눈치도 빠른 사람은 다 떨어졌다. 반면에 주변에서 어리숙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합격했다. 다소 의외지만 이 부분도 사실 삼성다운 선택이다. 그 이유는 삼성이 원하는 인재는 어설픈 지식을 뽐내는 사람 보다는 말을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공이 전자공학이다 보니 대부분의 동창들이 가전 삼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떤 회사에 입사했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먼저 대우가 있다. 대우전자에 입사한 친구들은 입사 전이 입사 후나 큰 차이가 없었다. 회사가 괜찮으냐고 물으면 항상 듣는 답변이 "대우는 대우가 안좋아"였다.
LG에 입사한 친구의 반응은 대우 보다는 좋다. 보통 "응, 괜찮아. 대우도 괜찮고, 분위기도 괜찮고". 반면에 삼성에 입사한 친구는 거의 180도 바뀌었다. 입사 전까지만 해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나 사주의 사고방식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비판을 하던 녀석인데 입사한 뒤 한 석달 뒤에 만나자 하는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친구: 야. 내가 다녀 보니까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
도아: 뭐가?친구: 노조가 없다고 욕했잖아.
도아: 응.친구: 노조가 없는게 아니라 대우가 좋아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었던 거야.
도아: 뭐? 말이 되니?친구: 사실이야. 그리고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회사에서 알아서 월급을 올려줘.
친구: 그래서 만들 필요가 없는 거지.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인력 관리였다. 삼성에 대해 욕 하던 사람도 삼성 지지자로 만드는 인력 관리. 그리고 삼성의 거짓말을 마치 진실인양 전파하게 만드는 전도사 양성. 어이없지만 나 역시 당시에는 이 말을 사실로 알았다. 아울러 당시에는 친구의 말을 반박할 논거가 없었다. 물론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얼마나 치졸하며, 악날한 노조 탄압이었는지는 얼마 뒤 알게 되지만.
- 지금처럼 삼성이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던 시절은 아니다. 삼사가 엇비슷했고 그 중에 "삼성의 대우가 가장 좋다"는 소문이 있을 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