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셋째주는 시제다. 또 선산이 '전라남도 곡성'에 있기 때문에 지난 일요일 시제를 모시러 곡성에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전남/광주 블로거 모임에 참석했다 가다 보니 막상 고향에 도착한 시간은 상당히 늦었다. 생각지도 않은 동생(큰 고모님의 둘째 아들)까지 왔기 때문에 오랜 만에 아주 시끌 벅적한 시제를 모시게되었다.
저녁 시간 술이 한차례 돈 뒤 자연스레 '쌀 직불금 문제'로 이어졌다. 다른 곳에서는 쌀 직불금 문제가 많은데 이 곳에는 쌀 직불금 때문에 피해를 입은 농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쌀 직불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쌀 직불금이 문제가 될 정도로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없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곡성군 용봉리 신정1구라는 이 곳은 한때는 목사동에서 상당히 큰 마을이었다. 바로 앞에 있는 목사동 초등학교는 인근에서는 가장 큰 학교였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농촌을 떠났고 초등학교는 이미 폐교된지 오래다. 용봉도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사람으로 넘처나던 마을은 이제는 폐가만 가득하다. 삼촌은 원래 사시던 곳에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왔기 때문에 용봉이라는 마을 안쪽에는 거의 사람이 살지 않는다. 마을 주변에만 사람이 거주하며 안쪽은 대부분이 폐가다.
마을 안쪽에는 이런 흉물스런 폐가가 가득하다. 왼쪽 감나무가 있는 집이 삼촌댁이었지만 마을 안쪽은 모두 폐가가 되었기 때문에 삼촌댁도 오리 하우스가 있는 위쪽으로 이사하신 상태다.
여기에 농사를 지으시는 분도 많지 않다.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분들이 농사는 자급자족을 위한 정도만 짓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일은 하신다. 삼촌댁도 예외는 아니다. 삼촌댁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농사는 포기하시고 오리 농장을 하신다. 정확히 따지면 농장이 아니라 오리 새끼를 받아 한달간 키워 주시고 마리당 얼마씩 받는 일종의 사육 하청인 셈이다.
그래서 예전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은 찾아 보기 힘들다. 전국적으로도 보기 힘든 돌담은 사람이 떠나자 거의 사라졌다. 논이 있던 자리는 삼촌댁처럼 오리를 키우는 하우스로 바뀌었다. 농사외에 다른 것은 모르던 분들이 지금은 삼촌댁처럼 '오리 사육 하청'을 하거나 다른 가축으로 생계를 이어가신다.
마을 전체가 이런 돌담이었다. 돌을 쌓은 뒤 흙이나 시멘트로 매우는 형태가 아니라 오로지 돌만 쌓아서 만든 담이다. 따라서 이 돌담에는 족제비를 비롯한 정말 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아간다.
전라남도 곡성군 목사동면의 작은 농촌과 이 농촌에서 농사로 생업을 이어가는 분들은 이제 예전처럼 많지 않다. 쌀 직불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농촌. 그리고 그 이유가 농사를 짓는 농부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은 사실 쌀 직불금 문제가 불거진 곳 보다 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우리 밥상에는 어디서 재배한 것인지도 모르는 음식이 가득찰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