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은 MBC에서 드라마 왕국의 부활을 꿈꾸며 250억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MBC 창사특집 주몽에서 2만 부여군의 보급 마차를 단 네대로 처리해서 2만명의 식권을 배달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MBC. 또 최근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MBC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다. 400억의 대작 태왕사신기가 있지만 태왕사신기는 MBC에서 방영권을 사온 것일 뿐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최근 MBC에서 만든 드라마 치고는 최고의 대작이다.
1, 2회는 마치 배용준을 스타로 만든 젊은이의 양지를 연상하게했다. 탄광촌, 이종원,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고단한 삶과 애증. 그러나 1, 2회는 조민기와 같은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와 아역들의 역에 녹아는 연기, 나연숙 작가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정말 빠른 호흡으로 화면을 가득채웠다. 그래서 에덴의 동쪽이라는 다소 식상한 주제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아버지 기철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는 동철(좌), 기철의 죽음에 울부짖는 동철(우). 동철의 표정을 보면 함께 눈물이 난다. 입의 씰룩거림, 뚝뚝떨어지는 눈물. 어린 나이에 감정이입을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3, 4회로 이어진 에덴의 동쪽은 나연숙 특유의 긴 호흡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래서 과거 주말 드라마에 익숙한 중장년층에게나 어울릴 듯한 장면,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자가 등장한 7, 8회부터 에덴의 동쪽에 대한 흥미는 점점 반감된다.
흥미반감의 주범은 성인 연기자
주인공 송승헌의 연기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딱히 꼬집어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을 보면 연출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동욱 역의 연정훈의 연기는 봐줄만 하다. 그러나 이동욱의 연인으로 나오는 지현(한지혜)의 연기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 한지혜의 연기력은 언제나 물음표였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의문보다는 출연에 대한 의문이 더 드는 편이다. 여기에 신명훈으로 나오는 박해진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 표정이 똑 같다. 소리지르는 것도 웃는 것도, 비열한 표정도. 책을 읽는 것인지 연기를 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신인이라 그런 것인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런 어색함의 백미는 바로 영란역의 이연희이다. 예쁜 외모, 날씬한 몸매. 생긴 것만 보면 매력 만점이다. 그러나 볼 것이 없다. 말과 표정이 따로논다. 섹시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백치같다. 말도 비슷하다. 말에 감정이 없다. 기껏 내뱉은 사투리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조민기, 이미숙을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때문에 에덴의 동쪽에 대한 관심이 조금 남아 있지만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할지는 의문이 든다.
일부에서는 설정이라고 한다. 설정인지 아닌지는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지만 말을 하지 않을 때가 가장 어울린다. 그러나 말만하면 분위기가 바뀐다.
하나님의 자식임을 각인 시키려는 나연숙
나연숙 작가는 1994년 '남자는 외로워' 이후 사실상 은퇴한다. 미국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모든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귀국 한 뒤 들고 나온 드라마가 에덴의 동쪽이라는 헛소문도 있다. 그러나 에덴의 동쪽은 근본적으로 나연숙 작가가 조작한 이명박 신화처럼 통치 이념과 믿음을 같이하는 통치자에게 바치는 또 하나의 노래다. 조작된 신화를 통해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듯 나연숙 작가는 기본적으로 에덴의 동쪽을 통해 우리 모두 "하나님의 자식"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은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