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64 - 2008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2008/08/09 15:50

즐거운 물놀이

바다는 깊어서 싫은 다예지만 계곡물은 아주 좋은 듯했다. 이틀동안 아주 새카많게 탔다. 그리고 물에서 아예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아빠. 짱재밌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다"는 표현을 "짱재밌다"고 한다. 우영이는 물놀이에 아죽 익숙하기 때문에 물안경을 쓰고 잠수하고, 뒤로 자빠지고 정말 마음대로 놀았다. 또 한살 많은 휴경이한테 튜브를 양보하는 것을 보니 녀석이 많이 컷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

오랜만에 만난 이웃

내가 하는 여행 대부분이 마찬가지지만 이번 휴가 역시 따로 준비한 휴가는 아니었다. 아마 지난 주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가 내리는 중 집에 있는 것이 싫어서 인천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 인천에 살 때 친하게 지낸 휴경이네로 전화를 했지만 휴경이네가 다음 날 동네 사람들과 인천의 해변으로 놀러 가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덕동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오랜만에 전화를 했지만 일정 때문에 만나지 못한 휴경이 아버님이 "수요일 내려와도 괜찮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iPod Touch의 날씨 위글로 확인해 보니 6일부터 8일까지는 날씨가 아주 좋았다. 또 가족여행을 기상청이 망처 놓았기 때문에 우리가족 역시 휴가를 가지 않은 상태였다. 주말이라면 송계계곡도 사람으로 넘처나겠지만 주중에는 많지 않을것 같아 송계계곡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고 일단 오시도록 했다.

휴경이네가 충주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10분 정도였고 우리가족과 만난시간이 오후 4시 20분 정도였다. 따라서 송계계곡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정도였다. 평일이기는 하지만 송계계곡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일단 텐트를 칠 장소를 물색하고 아이들은 물에서 놀도록 시켰다. 지난 봄 계곡에 발을 담그면 얼어 버릴 것처럼 찻던 송계계곡이지만 더운 날씨 때문인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 텐트

자동텐트, 트라이캠프(TryCamp)에서 설명한 자동 텐트다. 치는 것은 아주쉽다. 다만 접는 것이 힘들고 플라이를 치는 것이 조금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뒤쪽은 들지않고 텐트를 덮는 방법으로 플라이를 첬다. 바람이 세게 불면 조금 위험하지만 바람만 없으면 그런데로 지낼만 했다.

송계계곡 야영장

도착한 시간이 늦어서 텐트를 치고 나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계곡에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고기를 굽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런 것을 허용하면 계곡물이 쉬 더러워지 때문에 계곡에는 음식물을 절대 가져갈 수 없다. 따라서 텐트 앞에 목살과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날이 덮기는 하지만 역시 계곡은 시원했다. 또 오랜만에 만나 깊은 계곡에서 기울이는 술잔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어둑 어둑 덤벼오는 어둠들. 그리고 하나 둘씩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밤하늘의 별들. 언제 저렇게 많은 별들이 저위에 있었을까? 잃어버린 전설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날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동네 형님이 만들어 준 간이등

처음에는 작은 전구가 밝으면 얼마나 밝을까 싶었지만 정말 밝았다. 여름 캠프에 사용하려고 산 중국산 캠핑등이 처음부터 켜지지 않았지만 이 등은 이틀 내내 우리 캠프를 밝혔다. 다만 자동차 배터리가 너무 무거웠다.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다. 전날 잠깐 고스톱을 치기는 했지만 원래 고스톱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간단히 끝냈다. 그리고 다음 날 우엉맘과 잠깐 탐방로를 걷고 텐트로 복귀했다. 그리고 아침 밥을 먹자 마자 모두 계곡으로 향했다. 구름 다리쪽에는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이 없다. 그러나 야영장 끝이나 다리 건너편으로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가끔 우영이 물안경을 빌려 잠수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이 물안경이었다. 우영이가 물안경을 끼고 물속에서 노는 것을 보고 장난 삼아 물안경을 끼고 잠수한 것인데 그렇게 잠수한 세상은 물위와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일단 물안경에 돋보기 기능이 있는지 물속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물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물고기가 바로 손으로 잡을 것처럼 보였다. 아침 바다 펜션의 주인 아저씨께서 굳이 스킨 스쿠버를 하지 않아도 스킨만 하면 된다고 하신 이야기가 얼핏 이해가 됐다.

즐거운 아이들

처음에는 이날 짐을 부리고 충주로 복귀해서 묵밥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휴가를 내려온 휴경이네는 생각이 조금 다른 듯했다. 1박 2일로 오다 보니 오가는데 휴가를 거의 보내는 것 같았다. 결국 야영을 싫어하는 우엉맘을 꼬셔서 하루를 더 있기로 했다.


잠자리를 잡은 우영이

잠자리들이 순진해서 잡기 정말 쉽다. 손으로 한번에 두마리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채 30분이 되지 않아 50마리를 잡았지만 이렇게 잡은 잠자리가 모두 죽었다. 아이들도 잠자리를 잡는 것이 너무 쉽자 채집통에 잠자리를 넣는 것이 아니라 잠자리를 잡았다 놓아 준다.




즐거운 물놀이

바다는 깊어서 싫은 다예지만 계곡물은 아주 좋은 듯했다. 이틀동안 아주 새카많게 탔다. 그리고 물에서 아예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아빠. 짱재밌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다"는 표현을 "짱재밌다"고 한다. 우영이는 물놀이에 아죽 익숙하기 때문에 물안경을 쓰고 잠수하고, 뒤로 자빠지고 정말 마음대로 놀았다. 또 한살 많은 휴경이한테 튜브를 양보하는 것을 보니 녀석이 많이 컷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진 휴가

그런데 문제는 먹을 것이 다 떨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충주로 나가서 사오는 것이 귀찮아 덕주 휴게소에서 냉동삽겹을 100g당 1800원이나 주고 구입했다. 문제는 삼겹. 정말 맛이없다. '고무처럼 질기며, 돼지 냄새가 폴폴 난다'. 특이한 것은 '삼겹살에서 기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집에서 이런 삼겹을 먹었다면 성질이 나서 모두 버렸겠지만 역시 놀러와서 먹는 것은 모두 맛있다.

점심을 먹고 이번에는 장소를 옮겼다. 처음에는 덕주 휴게소에서 야영장으로 들어오는 다리 밑에서 놀았다. 그러나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야영장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었다. 아울러 다리 아래처럼 넓은 장소는 아니지만 아일들이 놀기에 적당한 얕은 수심의 계곡과 미끄럼을 타고 놀기에 적당한 깊은 계곡이 있었다.

아이들과 오후 내내 이 계곡에서 미끄럼을 타고 잠수하고 놀았다. 재미있는 것은 물이 차거워서 고기도 별로 없고 다슬기도 없을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큰 고기가많았다. 물론 잽싸기는 벼락을 타고 나르는 손오공 같아 잡기는 힘들었다. 또 물살이 치대고 지나는 옆 자리에는 의외로 다슬기가 있었다. 물론 올갱이 해장국을 끓일 정도로 많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점심때 맛없는 삼겹살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도 삼겹살을 먹기는 힘들었다. 주변에 식당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주변 식당에서 밥을 사먹기로 했다. 그리고 간 모 식당. 위치는 정말 좋았다. 탐방로 계곡 바로 옆에 있었고 또 식당에서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런 것을 모르는 듯 아저씨와 아이들이 어항을 놓고 고기를 잡고 있었다.

평상에서 찍은 사진

평상이 계곡 바로 옆에 붙어있다. 또 식당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따라서 위치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불친절. '친절만해도 70%는 성공한 것'이라는 mepay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평상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주문을 하러간 아주머니들(우엉맘, 휴경맘)과 휴경이 아버님이 잔뜩 화를 내며 오셨다. 일단 '음식이 누가 먹다 남긴 것 같다'는 점. 두번째는 사람들이 '너무 불친절 하다'는 것이었다. 휴경이 아버님을 안지 몇년 됐지만 음식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오는 것은 나 역시 처음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이 음식점을 나왔다.

그리고 탐방로 입구에 있는 두부집 간판을 보고 이 집에서 버섯 전골을 시켜먹었다. 가격은 4만원이고 아주 맛있는 전골은 아니었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심이 좋았다. 또 버섯 전골은 그 이름처럼 이름도 알 수 없는 버섯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맥주를 사서 텐트로 복귀했다. 다만 요즘은 체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역시 조금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날도 아침을 먹고 이 계곡에서 놀았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우리가족이 처음 갔을 때보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점심때가 다가와지자 이제는 거의 목욕탕처럼 사람으로 넘처났다. 여기에 나타난 꼴불견 삼총사.

꼴불견 삼총사

다른 사람이 놀고 있는 계곡 물에 침을 뱉는 사람
전날 계곡에서 놀 때 일이다. 휴경이 아버님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신다. 내막을 들어보니 누군가 계곡에다 침을 뱉았다는 것이다. 침을 직접 본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가 싶었다. 그러나 다음 날 우영이 물안경을 쓰고 잠수를 하다가 어떤 남자가 계곡물에 침을 탁 뱉는 것을 봤다. 튜브를 불어 주다가 튜브에서 이 물질이 묻자 그 더러운 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탁 뱉는 것이었다. 길거리에 침을 뱉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꼴불견 꼴불견 해도 이런 꼴불견은 드물었다.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
나도 담배를 핀다. 그러나 담배를 피면서 꼭 주의하는 것이 있다. 담배를 피는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조심하는 것이다(조심을 해도 실수를 한다). 그래서 담배 꽁초도 길에 버리지 않는다. 꽁초를 담배갑에 함께 넣어 두면 담배 맛이 변하기 때문에 꽁초를 버릴만한 곳이 없으면 꽁초를 담배 갑의 비닐에 담아 둔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스박스에 물과 검은 비닐, 귀중품을 담아 두고 담배를 버릴 때는 검은 비닐에 담아 두었다. 그런데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한 녀석이 담배를 핀 뒤 담배 꽁초를 바위 웅덩이에 버리는 것이었다. 이미 이런 녀석들이 버린 담배 꽁초로 바위 웅덩이는 지저분한 담배 꽁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개만 보이는 애견인
바닷가도 마찬가지 지만 계곡도 개를 데리고 올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가 아무 곳이나 똥을 싸도록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개를 공공 장소에 데리고 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노는 계곡으로 애완견을 데리고 온 애견인이 있었다. 물론 개똥을 치우기 위한 도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 개를 데리고 계곡을 돌아 다니다 관리인의 제재를 받았다. 관리인이 부르자 마자 개를 데리고 숨는 것으로 봐서 계곡에 개를 데리고 오면 안된다는 것을 익히 아는 사람인 듯했다. 개를 키우는 것은 분명 자유다. 그러나 적어도 개를 키울 줄 아는 사람이 개를 키웠으면 한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짐을 쌌다. 텐트까지 모두 다 쌌지만 문제는 자동차 배터리. 전전날 가지고 올 때는 내가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휴경이 아버님이 들고 왔다. 그런데 그 압도적인 무게에 질려 휴경이 아버님은 들고 올 엄두를 내지 못해다. 결국 한쪽에는 텐트를 걸머지고 다른 쪽에는 자동차 배터리를 들고 나왔다. 점심때가 지난 시점에 이렇게 용을 쓰니 혈당이 떨어저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통나무 묵집에서 묵밥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묵집으로 향했다. 우엉맘이 빈대떡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장묵, 생두부, 빈대떡, 묵밥을 시켰지만 빈대떡을 붙이는 사람이 잠깐 마실을 나갔기 때문에 빈대떡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간장묵, 생두부를 두번씩 시켜먹었다.

바깥쪽 평상에서 참살이 식품인 맛있는 묵과 두부, 얼음이 동동뜬 동동주를 마시다 보니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6~8일까지 생각지도 않은 휴가였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즐겁게 보낸 최고의 휴가였다. 이상하게 인천에 살면서 휴가를 갈 때는 비를 몰고 다녔는데 이번 휴가는 날이 정말 좋았다.

구름한점없는 맑게 개인 하늘, 산들 산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몸을 적시면 날아갈 것처럼 맑고 깨끗한 계곡물.

남은 이야기

오늘 아침 다예를 안아 주면서 한 대화.

도아: 다예는 왜 이렇게 예뻐?
다예: 다예가 예쁜 꽃처럼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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