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역에서 바라본 정동진
항구처럼 튀어 나온 바위 위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로 온 사람들은 우리 가족처럼 리조트 쪽에 차를 세우고 오지만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기차역 앞 해변에서 사진을 찍는 듯 했다. 또 자동차로 오는 사람보다는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많은 듯 장사하는 분들도 기차역 앞 해변에 더 많았다. 크루즈 리조트는 정동진 역 앞에서 찍어도 상당히 크게 나왔다. 워낙 크기 때문인 듯.
목차
주문진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가 발견한 보석같은 펜션이다. 직접 숙박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뛰어난 풍광과 외부 인테리어 감탄이 절로 났다.
정동진 가는 길
지지난 주 토요일 정동진에 다녀왔다.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직까지 정동진에 가본적은 없었다. 정동진으로 가게된 것도 처음부터 정동진으로 갈 생각으로 간 것도 아니다. 날씨는 좋은데 집에 있는 것이 싫어서 일단 떠나고 보자는 심정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주문진에서 회를 먹기로 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에서 중앙 고속도로를 탓다. 다시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주문진은 예전에도 가본적이 있기 때문에 주문진까지 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 조금 늦게 출발한 덕에 주문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가 넘었다.
원래는 주문신 수산시장에서 회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수산시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회를 살곳을 찾다가 우연히 찾은 곳이 바로 좁은 닭장같은 횟집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방파제 회 타운이었다. 수산 시장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횟값을 물어봤다. 그런데 의외로 비쌌다. 광어 한마리, 우럭 한마리, 놀래미 한마리에 4만원을 받고 있었다.
놀래미는 양식이 안되기 때문에 놀래미 가격을 물어봤다. 1K에 4만원. 너무 비쌌다. 그런데 이 곳은 장사를 어떻게 하는지 비싸다고 하자 막 삿대질을 하는 것이었다. 가격만 물어 보는 것도 욕을 먹을 것 같아 횟감을 보면서 걸어갔다. 그러면 이내 붙잡고 흥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모두 광어 한마리, 우럭 한마리에 3만원. 비싸다고 하면 삿대질을 하기 때문에 가격만 묻고 옆가게로 가면 "여기와서 이정도도 안쓸 생각을해"라며 또 삿대질이었다.
돈을 안 쓸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데 방파제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장사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인지 모두 이런 식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며 안쪽으로 올라오는 나를 보고 한 아주머니가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 '광어 한마리, 우럭 한마리, 잡어 두 마리를 3만원에 주겠다'는 것이었다.
잡어 대신에 놀래미를 주면 사겠다고 흥정을 했다. 직접 먹을 것이 아니라 가서 먹을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매운탕 양념은 회 타운 가장 안쪽에서 3천원에 팔고 있기 때문에 매운탕 양념까지 산 뒤 모텔을 잡기로 했다. 주문진항에도 꽤 여러 개의 모텔이 있는데 모텔 대부분 차있었다.
주문진항 내의 모텔은 시설은 좋은 것 같지았다. 또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하루 숙박비는 8만원에서 18만원까지 였다. 문제는 인터넷이 되는 곳이 없다는 점. 결국 해변도로를 타고 가면서 적당한 집이 나오면 묵기로 하고 해변 도로를 따라 강릉으로 향했다.
아침 바다 펜션
그런데 해변 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곳곳에 모텔촌이 보였다. 그러다 발견한 보석같은 펜션. 바로 아침 바다 펜션이었다. 주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외부와 계단을 모두 통나무로 만들었다. 바같쪽에는 야외 극장도 있기 때문에 더운 여름 회를 사와서 야외 극장 옆 파라솔에서 회를 먹으면 바닷 바람의 시원함과 회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는 환성적인 분위기가 연출 될 것 같았다.
주변에 비해 앞도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외부 인테리어는 모두 나무를 곁댔다. 야외 극장, 야외 로비가 있고 그 위치 때문에 맑은 날 이라면 펜션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펜션 로비에서 손님을 맞으시는 분은 얼굴이 검고 시골티가 많이 나는 분이었다. 집 주인이신지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분위기라면 로비에도 분위기에 걸맞는 직원을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아침 바다 펜션 정보
지역구분 : 강원
업종구분 : 콘도
연락처 : 033-644-9900
주소 : 강릉시 사천면 산천진리 264-11
홈페이지 : http://www.morningsea.ne.kr
숙박비 : 성수기, 비수기, 주말 주중 요금이 다르며 층별 요금도 다름. 6만원~22만원(17평)
숙박비를 물어보니 8만원, 9만원이라고 한다. 가격을 보면 방의 크기에 따라 나뉜 것이 아니라 일출을 볼 수 있는 바닷쪽과 안쪽으로 나뉜 가격 같았다.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하룻밤 묵을까 싶었지만 역시 인터넷이 되지 않아 일단 모텔을 나섰다. 그런데 나와 보니 난리가 나있었다.
절벽에 걸린 차
아침 바다 펜션에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나온다. 그런데 주차장을 보지 못한 우엉맘이 야외극장 바로 앞까지 차를 몰고 왔다. 그리고 숙박비를 물어보러 간 사이에 차를 빼기 위해 차를 돌리던 중 차가 급경사에 미끄러 지면서 절벽 앞 30cm에 멈춘 것이었다. 시동을 걸기 위해 브레이크를 떼면 절벽으로 차가 밀리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만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급경사에 바로 앞이 절벽이라면 정말 살떨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때에는 조금만 침착하면 위기를 쉽게 넘길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사이드 브레이크를 건다. 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기아를 후진으로 바꾼다. 그리고 악세레이터를 밟는다. 그리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린다. 절벽처럼 위험한 상황이라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바로 내리지 말고 악세레이터로 가속을 해서 붕~~~하면서 뒤로 밀리는 느낌이 날때 사이드를 내려면 된다. 이것은 급경사를 올라갈 때도 똑 같다. 후진 기어가 아니라 전진 기어를 넣는 차이만 있다.
아무튼 위험한 상황은 피했기 때문에 다시 차를 끌고 해변도로를 탓다. 신기하게도 주문진에서 경포대 근처까지 오면서 만난 모텔은 시설 여부를 떠나서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 없었다. 모텔의 숙박비는 경포에 가까워 지면서 계속 내려같다. 중간에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 하나 있었지만 인터넷이 가능한 방은 숙박비가 무려 24만원이나 했다. 26평이라 비싼 것이라고 하는데 한 가족이 자면서 이렇게 큰 방을 굳이 얻을 필요가 없어서 경포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경포대 모텔촌
그리고 나타난 모텔촌. 왜 이렇게 많은 모텔이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인터넷이 가능했고 숙박비도 4만원으로 아주 쌌다. 새로 지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시설은 상당히 안좋았다. 아무튼 시설을 떠나 주인 부부가 상당히 친절하고 인터넷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 모텔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여행을 가도 술은 항상 따라다니는 벗이기 때문에 주변 마트에서 소주 두병과 맥주 세병을 사왔다. 그리고 모텔 탁자에 회를 풀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 회 포장을 엉말으로해서 물이 다 흘렀고, 회는 초장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울러 회를 뜬 것이 아니라 깍두기를 썰어 놨다. 손가락 굵기의 긴 깍두기를.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을 싹 말려 버린 솜씨였다. 또 무척 불친절하다. 가격을 물어보고 사지 않는다고 손님에게 삿대질 하는 것은 요즘 들어서는 처음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회의 양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던 우엉맘도 회를 몇점 집어 먹어 보더니 맛이 없는지 더 먹지 않았다. 이 것은 나도 비슷했다. 회는 얇게 떠야 젯 맛인데 손가락 굵기의 깍두기를 떠 놨고 초장과 범벅이 되었으니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결국 그 아까운 회의 절반 정도를 버리고 우영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시킨 계란말이를 안주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술이 부족했다. 소주를 두병 마시려고 하다가 안주 때문에 한병만 마시고 맥주를 마셨는데 우엉맘도 맥주를 조금 마셔서 술이 부족한 듯했다. 다시 마트에서 맥주를 몇 병 더 사와 마시고 인터넷으로 옥션에서 주문한 고진샤 UMPC(K801B)를 주문 취소하고 잠이 들었다.
주변 식당
역시 집에서는 늦잠꾸러기, 놀러오면 부지런 쟁이인 다예와 우영이는 이미 일어나서 TV를 보고 있었다. 모텔에서 자면 의례 아침은 라면을 끓여 먹기 때문에 또 라면을 끓여달라했다. 그러나 강릉까지 와서 굳이 아침을 라면으로 먹는다는 것이 조금 그래서 식당에서 밥을 사먹기로 하고 모텔을 나섰다.
닭간장에 대한 글에도 있지만 모르는 동네에서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호남 식당", "순천집", "광주 식당"처럼 전라도를 표면으로 내세우는 집이다. 마침 광주 식당이 눈에 띄었다. 따로 고민하지 않고 이 집에서 육개장, 청국장, 갈비탕을 시켰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었는데 할머니가 음식을 준비하기에는 메뉴가 너무 많았다. 얼핏 보기에 메뉴판에 적힌 메뉴만 한 30여가지 되는 듯했다.
모두 다른 음식을 시켰기 때문에 음식은 늦게 나왔다. "광주 식당"이라고 해서 전라도의 맛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콩나물은 덜 삶은 듯 콩 비린내가 났고, 나물은 도무지 간이 맞지 않았다. 갈비탕의 갈비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질겼다.
주인 할머니는 상당히 친절하셨다. 또 말투에 전라도 사투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전라도 분은 맞는 것 같았다. 다만 너무 오래 강원도에 사시다 보니 전라도 음식맛은 잊어 버리고 강원도 음식맛만 남은 듯했다. 내가 먹은 육개장이 그나마 가장 먹을만 했다.
밥을 먹고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모텔이 즐비했다. 해안도로에 갑자기 이렇게 많은 모텔이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해안 도로를 타고 조금 더 가보니 바로 옆이 경포대였다. 강원도에서 경포대라는 해수욕장은 부산에서 해운대와 맞먹는 지명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포대 외곽이지만 이렇게 많은 모텔이 있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다시 해변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니 낯익은 동네가 눈에 띄었다. 바로 경포대였다. 이제야 어제 묵은 모텔 주변에 모텔이 많은 이유를 알게되었다. 경포대가 바로 옆이니 모텔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경포대라고 하면 자주 가던 강문 해수욕장도 그 근처이니 강문 해수욕장의 모텔을 이용했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비슷하고 시설은 강문 해수욕장의 모텔이 더 좋기 때문이다.
정동진
아무튼 식당에서 출발하면서 정동진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에 해변도로를 타고 내려 가다가 강릉으로 빠진 뒤 강릉에서 정동진으로 이어진 넓은 도로를 타고 정동진으로 갔다. 정동진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정동진으로 가는 길은 크고 넓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정동진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좁았다. 이런 좁은 도로를 달리다 보니 멀리서 보이는 크루저 리조트. 절벽위에 배모양으로 생긴 리조스트였는데 실제 배로 만든 리조트인지 한번 가보고 싶었다.
폐 유람선을 개조해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배모양으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변을 압도하는 위치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아무튼 도로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아이들과 해변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모래시계를 연상해서 그런지 일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동진에는 상당히 큰 백사장이 있었다. 그런데 이 백사장이 생각보다 넓었다. 절벽위에 세워진 크루즈 리조트는 주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위치 탓에 그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었고 바닷가에는 동네 주민인 듯한 분이 해초를 따고 있었다. 바다는 좋지만 놀 수 없는 겨울 바다는 싫다는 우영이는 바지를 치켜 올리고 바닷가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해수욕장이 상당히 넓었다. 왼쪽 사진이 정동진역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크루즈 리조트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왼쪽 사진에서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백사장의 끝으로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지점은 전체 백사장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물이 맑고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또 작은 배를타고 바다에 나간 어부도 보였다. 가운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 수있지만 가운데 조그만 점으로 보이는 것이 작은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고 계시는 어부셨다. 그리고 물은 정말 맑았다. 아직 물에 들어가기에는 추운 날씨였지만 확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물은 맑고 깨끗했다.
여름 바다는 좋지만 겨울 바다는 싫다는 우영이
아직 추운 날씨지만 제법 화사한 봄날씨 덕에 옷을 추켜 올리고 물놀이에 열중이다. 겁쟁이 다예는 물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오빠만 쫓아 다니고 있다.
크루즈 리조트 반대편을 바라보니 정동진의 해변도 상당히 넓었다. 폭은 해운대에 비해 좁지만 백사장 길이로만 따지면 국내 해변 중 가장 길 것 같았다. 결국 백사장을 걸어 해변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동진 해변은 그 중간에 다리가 놓여 있고 백사장 가운데는 작은 또랑이 가르고 있었다. 또랑의 다리를 지나 12지신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있었다. 또 한켠에서는 모래로 조각을 만든 뒤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깨끗한 물은 아니지만 백사장을 이런 작은 시내가 관통하고 있었다. 따라서 해변을 따라 걷지 못하고 다리로 건너야 했다.
입구에도 있던 12지신상인데 백사장에도 12지신상이 있었다. 또 여름에 사람이 많을 때 공연을 하는 듯 작은 공연장도 있었다.
다리 옆에는 모래로 조각을 만든 뒤 돈을 받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비용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백사장을 따라 걸었다. 걷다보니 의외로 백사장 바로 앞에 정동진 역이 있어다. 차로 오기에는 너무 좁은 도로지만 기차역이 이렇게 백사장 바로 앞에 있다면 기차를 타고 여름에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동진 역 앞의 백사장에는 돌들이 마치 항구처럼 툭 튀어 나와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보기는 조금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기까지가 정동진 해변의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정동진 역 앞까지는 정동진 해변의 5분의 1정도 불과했다.
항구처럼 튀어 나온 바위 위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로 온 사람들은 우리 가족처럼 리조트 쪽에 차를 세우고 오지만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기차역 앞 해변에서 사진을 찍는 듯 했다. 또 자동차로 오는 사람보다는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많은 듯 장사하는 분들도 기차역 앞 해변에 더 많았다. 크루즈 리조트는 정동진 역 앞에서 찍어도 상당히 크게 나왔다. 워낙 크기 때문인 듯.
해변이 너무 긴 것같아 해변의 길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걸었다. 해변 끝까지.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모래사장의 발자국이 사라지는 지점까지 걷기로 하고 반대쪽 해변을 향해 걸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정동진 역 앞에서 바라본 크루즈 리조트는 상당히 커 보이지만 걷다보니 크루즈 리조트는 점점 작아졌고 결국 리조트인지 바위인지 알 수 없는 곳까지 걸어갔다.
이렇게 걷다보니 또 조그마한 또랑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군 초소인 듯한 건물이 나타났다. 여기에 초소가 있다면 초소 안쪽으로 더 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또 초소가 여기에 있다면 발자국이 없는 모래 사장까지 걸어가는 것도 한 낯 꿈인듯 했다. 아무튼 여기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초소가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러나 여기서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가야 끝이 나올지 궁금했다.
다시 되돌아 가려고 하니 너무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해변을 걷다가 여기 저기서 얇은 돌을 주웠다. 그런데 한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카메라를 든 상황에 전화벨까지 울리니 난감했다. 전화의 내용은 우영이와 다예가 걷기 힘들어 하니 중간에서 쉬고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봄 날 한 여름처럼 땀을 뻘뻘 흘린 상태이고 아이들이 모래를 밟고 걸어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 그러라고 하고 다시 정동진 역쪽으로 향했다.
아이들도 꽤 많이 걸어와 있었다. 걸어간 거리의 5분의 3 정도를 모래를 밟고 걸어왔으니 무척 힘들 것 같았다. 우엉맘과 우영이 다예가 쉬고 있는 자리에 주어온 돌을 풀었다. 우영이도 이런 돌은 첨음 보는 듯 무척 신기해 했다. 어떤 녀석은 계란 후라이 처럼 생겼고, 어떤 녀석은 우주선처럼 생겼다. 그런데 모든 돌이 아주 얇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차로 향했다. 너무 먼거리를 걸어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두 힘들어했다. 그러나 역시 씩씩한 다예는 힘들다, 엎어 달라는 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다시 그 먼 백사장을 걸어왔다. 그러나 우영이는 첫 아이라서 그런지 힘들면 이내 맥을 못춘다. 모래사장을 뒹굴고, 기어다니면서 힘들다고 했다.
우엉맘과 다예, 나는 미리 도착해서 쉬고 있었다. 그러나 우영이는 여전히 땅바닥을 기고 눕고를 반복했다. 녀석이 어렸을 때 어땠는지 기록에 남기기 위해 줌으로 당겨서 녀석을 찍었다. 아마 녀석의 아들이 녀석과 똑 같이 군다면 아마 챙피해서 나무라지는 못할 듯 하다.
오빠와 똑 같이 걸었지만 씩씩하게 엄마, 아빠와 먼저 도착한 다예. 뭐가 즐거운지 힘들다는 이야기 한마디 없이 즐겁게 놀고 있다.
집으로
정동진을 출발해 집으로 향했다. 정동진에 도착한 것이 오전 10 정도였는데 다시 출발하려고 보니 오후 한시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백사장에서 3시간 넘게 걸어다닌 듯했다. 동네에서 밥을 사먹는 것 보다는 휴게소에서 간단히 밥을 먹기로 하고 동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강릉 IC에서 영동 고속도로로 갈아탔다.
그리고 나타난 강릉 휴게소. 나는 새우 볶음밥(6000원), 우엉맘은 막국수, 우영이는 짜장면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새우 볶음밥에는 새우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파는 볶은 밥은 세 종류인데 나올 때 바닥에 볶음밥의 종류에 따라 바닥에 까는 재료만 바꿔 내보내는 듯 했다. 그런데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았다. 밥을 먹고 물을 먹으면 배가 차야하는데 어째 턱없이 부족했다. 막국수를 먹은 우엉맘도 사정은 비슷한 듯 했다.
우엉맘: 이상하네, 먹어도 배가 고프네
우영이: 다른 때는 반그릇만 먹어도 배고 부른데 얘는 다 먹어도 배가 고프네
비싼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은 듯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엉맘과 우영이의 생각도 똑 같았다. 보통 주말 여행을 하면 음식운은 상당히 좋은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 궁합이 너무 맞지 않았다. 맛없는 회, 맛없는 아침, 맛없는 점심. 그나마 맛은 점심이 가장 나은 듯했다.
붕어빵에 붕어있니?라고 묻는 사람을 위해 '호두 과자에는 호두가 있다'고 답하고 싶다. 똑 같은 볶은 밥에 바닥 재료만 바꿔 내오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밥그릇 바닥을 보니 새우 몇 마리가 있기는 했다. 다만 양이 너무 적었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한 정도지만.
그리고 보이는 간판. 휴게소 마다 보이는 간판이다. "불법. 탈세의 온상 휴게소 노점상 물품! 최대 피해자는 바로 고객입니다". 글꼴을 바꾸고, 두께를 바꾸고 색상을 바꾼 이런 간판은 휴게소 마다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간판 바로 앞에는 꼭 노점상이 있다는 점이다.
불법, 탈세의 온상이라면 노점상을 치우면 되는 일이다. 노점상이 기득권을 주장한다면 법의 적용과 그 사람의 형편을 봐서 적당히 보상하고 다시는 노점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면된다. 엄격히 법을 적용해야 하는 이런 상황에는 간판으로 때우고 엄격한 법 적용이 굳이 필요없는 곳에는 핏발을 세우고 법을 적용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법을 지키면 바보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기업형 노점상에 밀려 간판으로 때우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려잡히는 생계형 노점상이 있는가 하면 간판으로 때우는 기업형 노점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