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 금연
금연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시작한 금연이고 이런 금연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계속 금연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연에 대한 글을 올리고 알게된 사실이 꽤 많은데 그 중 하나는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외에 금연은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라는 얘기, 금연에서는 첫 3일, 첫 3주, 첫 3달이 중요하다는 333 이론 등이다.
즉흥적 금연
금연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시작한 금연이고 이런 금연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계속 금연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연에 대한 글을 올리고 알게된 사실이 꽤 많은데 그 중 하나는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외에 금연은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라는 얘기, 금연에서는 첫 3일, 첫 3주, 첫 3달이 중요하다는 333 이론등이다.
작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QAOS.com의 회원님이 책을 선물하셨다. Stop Smoking이라는 책으로 기존의 금연 책과는 조금 다른 관점을 표한 책이었다. 이 책의 주된 관점은 '흡연은 중독이 아니라 세뇌'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세뇌만 끊을 수 있다면 누구나 금연에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책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굳이 금연을 시도할 필요가 없으며, 책을 다 읽은 뒤 '오늘부터 금연이다'라고 금연을 시작하면 된다는 어찌보면 조금 황당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 공감했던 부분은 흡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중독이 아니라 세뇌라는 점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면 대부분 알 수 있지만 제 아무리 흡연자라고 해도 군대에서 4주(또는 6주) 훈련을 받는 동안 담배를 피지 못해 금단 증세가 일어나는 사람은 없다. 또 4주 동안 담배를 피지 않아도 담배 생각도 나지 않는다. 결국 담배를 다시 피게되는 것은 훈련이 끊나는 날이다.
만약 흡연이 중독이고 이런 현상이 세뇌가 아닌 생리적 현상이라면 당연히 군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금단 증세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금단 증세 역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심리적 현상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뚜렸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선배 중에도 꽤 오래 전부터 금연을 해왔는데 그 이유는 본인의 건강 때문이었다. 순디자인님은 둘째 아이 때문이었다. 또 어떤 분은 아이한테 뽀뽀를 못해서 등등 그 동기가 아주 다양했다.
그러나 금연 동기는 없었다. '동기없는 금연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나는 동기가 없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를 갖는 금연은 어찌보면 다시 흡연할 핑계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예: 건강 때문에 금연했다면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흡연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동기 없는 금연은 아무 때나 금연을 시작할 수 있고 이런 저런 핑계(동기)를 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달이다. 담배를 사러 가야하는데 담배 사러 가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오후 2시쯤 부터 오후 5시까지 담배를 피지않았다. 그때 "아, 이참에 금연이나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금연을 결심한 당일에는 금연이 순조롭게 되지만 꼭 다음 날 아침에 무너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공언하고 금연을 시작해 본 적은 없다.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금연의 관건을 다음 날로 보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보통 하루에 담배 한~두 갑정도를 피우며, 하루에 피는 담배의 절반 이상을 새벽에 피운다. 아침을 먹은 뒤 점심을 먹기 전까지 4분의 1을 피고 나머지 4분의 1로 자기 전까지 피운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강하며, 대부분 이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이 시간을 넘겨도 오전 중에 담배를 다시 피는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연 주문
따라서 흡연이 세뇌라고 하면 현재 걸려 있는 세뇌보다 더 큰 세뇌를 걸면 다음 날 하루 정도는 무사히 넘길 것으로 생각하고 세뇌하기 위한 주문을 만들었다. 미투에 올린 얼마되지 않는 짧은 글이지만 한 시간 넘게 담배와 흡연에 대한 온 갓 저주를 퍼부면서 쓴 일종의 부적같은 글이다.
금연 주문
이제는 떠나 보내려고 한다.
너와 함께 한 20여년의 세월.
다시 그리워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이제는 정말 떠나 보내려고 한다.
첫만남의 역겨움.
그리고 반복.
이젠 일상이 되버린 너.
언젠가 보내려고 했지만
못내 아쉬워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이제는 내가 너를 보낸다.
그리고 동네 해피데이라는 술집에 가서 우엉맘과 아이들을 불렀다. 금연을 시작할 때 술은 피하라는 얘기가 있지만 어차피 술은 끊을 생각이 없고 금연 중 술자리도 많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아예 금연을 술자리와 함께 시작함으로서 술자리에서 발생하는 흡연에 대한 욕구를 끊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엉맘과 아이들에게 금연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느닷없는 금연 선언이라 우엉맘도 믿지 못하는 눈치고 우영이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영: 아빠! 정말 담배 안필거야?
도아: 응.
우영: 못믿겠는데?
도아: 우영아. 아빠가 약속하고 안지킨 거 있어? 없어?
우영: 없어?
도아: 그래도 못믿겠어.
우영: 응~~~ 그래도 사무실에서는 필것 같은데.
보는 앞에서는 피지 않지만 보지 않는 곳에서는 필 수 있을 것이라는 녀석의 나름대로의 추론이었다. 아무튼 금연하기로 한 날로 부터 지금까지 약 3주 정도 된것 같다. 그리고 이 3주 동안 거의 매일 술을 마셨지만 다행이 아직까지 흡연욕구가 생기지는 않았다. 담배를 끊은 사람과의 술자리도 있었고 흡연자와의 술자리도 있었다.
금연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까지 담배 연기가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 냄새를 맡고 담배를 피고 싶다는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 다만 밥을 먹은 뒤에는 아직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남은 이야기
금연을 시작하니 예전에 금연 시계를 제공하던 사이트가 생각났다. 금연 시작일을 입력하면 금연한 날자와 시간을 알려 주고 금연을 통해 절약한 금액이 얼마인지 알려 주던 사이트였다. 그런데 그 사이트가 기억나지 않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금연나라에 가입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접속해 보니 금연 시작일이 6월 26일로 금연 시간은 20일 8시간이라고 한다. 무척 오래 된 것 같은 실제 숫자로 보니 정말 얼마 안된다.
그동안 금연으로 번 돈은 8'7500원으로 역시 생각대로 한달에 10만원은 절약되는 것 같았다. 그외에 수명이 5일 정도 늘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별 관심은 없는 부분이다. 담배 말고도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만 그전에는 몰랐는데 혀와 코가 아주 민감해졌다. 현재 사무실은 ㄷ 모양(검은 부분이 사무실 공간)으로 생겼다. ㄷ자의 윗쪽의 오른쪽 끝 부분에 매형 사무실이 있고 아래쪽 끝 부분에 내 사무실이 있는데 매형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면 사무실에서도 그 냄새가 난다. 그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냄새가.
얼마 전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사람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물론 농담으로 한 얘기겠지만 '죽이고 싶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이 글에 붙은 댓글에도 이런 살의에 대한 얘기가 농담처럼 붙어있었다. 나는 금연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이 글에 댓글을 단 사람들처럼 흡연자를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 사정(금연)과 흡연자들도 생각해달라는 댓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댓글에는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댓글들이 올라왔다. 일단은 '흡연권이라는 단어 조차 이상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서 흡연권이 담배를 필 권리를 얘기하는 것인지 흡연자의 권리를 얘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피는 사람의 권리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했으므로 여기서 흡연권은 담배를 필 권리가 아니라 흡연자의 권리로 보인다.
'비흡연자가 비흡연을 위해 주장하는 권리와 흡연자가 흡연을 위해 주장하는 권리는 같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권리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 물론 금연한지 얼마 안되서일 수 있지만 나는 이런 논리 자체가 더 이상했다. 오로지 내 권리만 권리이고 다른 사람들의 권리는 권리가 아니라는 뜻인가?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흡연자에 대한 제재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흡연자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담배 회사를 없애면 된다. 방법?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논의 보다는 흡연자에 대한 살의, 제재만을 생각하는 것을 보면 조금 어이없었다.
그런데 이 글의 댓글에 예로 올라오는 것은 아예 어이없다.
"만약에 제가 입에 담았던 물을 도아님 입에 뱉어 넣으면 도아님 기분이 어떨까요."
그래 방구 냄새를 맡는 것과 똥물을 입에 처넣는 것을 어떻게 동일 선상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비흡연자의 이런 논리를 보면 할말이 없다. 담배 냄새를 맡는 것이 다른 사람이 입가심한 물을 입에 넣는 것을 어떻게 같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실제 간접 흡연은 다른 사람이 들어 마신 연기(이미 사람의 몸으로 한번 거른)를 들려 마셔서라기 보다는 담배에서 나오는 생연기가 더 큰 영향를 준다. 아울러 이 생연기는 흡연자도 싫어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자는 주장이 아니다. 담배는 다른 사람보다는 주변 사람, 주변 사람보다는 자기 가족, 자기 가족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준다. 따라서 흡연자가 이런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담배를 핀다면 이런 흡연자를 굳이 죽일 사람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비흡연자 권리 만큼 흠연자 권리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