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없는 밥집 by 도아
윤구병 선생님
윤구병 선생님은 10여년 전 교수직을 그만 두시고 변산 실험학교 농민공동체를 세우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이 '변산 실험학교 농민공동체'에서 유기농 채소를 공급해서 비빔밥을 파는 밥집에 대한 얘기였다. 가격은 1000원에 불과하다. 다만 이 밥집에서는 고추가루 하나라도 남기면 벌금 1'0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윤구병 선생님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아마 당시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매형 서점은 충주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충주권 내에서 이런 저런 사회 운동을 하는 단체 또는 사람과의 접촉이 많았다. 주말이면 매형을 찾아 자주 충주에 내려왔었는데 그때도 다른 사람들과 약속이 있다면서 함께 가자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도 가리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그때에도 흔쾌히 나섯다. 그래서 가게된 곳이 계명산 휴양림을 지나면 나오는 약수터 근처였다. 이미 전작이 있었는듯 여러 사람이 취해있었었다. 당시 윤구병 선생님은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계셨고 윤구병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지역 모임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
학생: 교수님, 등록금이 너무 비싸요?
도아: 얼마인데요?
학생: 90만원 정도이거든요.
도아: 예? 우리는 300만원인데.
그랬다. 국립과 사립의 차이가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었다. 내가 입학했을 때 사립은 국립에 1.5배에 불과했지만 '매년 24%씩'[1] 올리다보니 국립의 세배의 비용을 등록금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위의 애기를 빼고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윤구병 선생님이 워낙 유명하신 분이다보니 책에서도 보고 이런 저런 기사를 통해 접하게된다. 그러다 오늘 접한 윤구병 선생님 소식. 바로 문턱없는 밥집이었다.
윤구병 선생님은 10여년 전 교수직을 그만 두시고 변산 실험학교 농민공동체를 세우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이 '변산 실험학교 농민공동체'에서 유기농 채소를 공급해서 비빔밥을 파는 밥집에 대한 얘기였다. 가격은 1000원에 불과하다. 다만 이 밥집에서는 고추가루 하나라도 남기면 벌금 1'0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문턱없는 밥집
출처: 오마이뉴스 - 변산에서 불어온 생명 바람 합정동을 뒤덮다
-'문턱 없는 밥집'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작하기 전 실제로 고민이 참 많았다. 현대는 웰빙 바람이 불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식품에 관심이 높지만 그 웰빙 바람이 있는 사람 동네만 분다. 없는 사람들에게 유기농산물은 사실 그림의 떡이다. 유기농을 하는 입장에서 남들보다 몇 배 힘과 공을 들여 생산한 농산물이 몇 안 되는 있는 사람들의 입에만 들어가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사실 도시에서 가장 건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도시 노동자와 빈민들이다.요즘 귀농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유기농 쌀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고 채소도 공급이 초과되어 유기농 인증을 받아놓은 제품마저 판로가 막혀 있다. 소수 사람만 찾아 판로마저 막히는데 누가 가격 비싼 유기농 농사를 짓고 싶겠는가? 자식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 부모가 없으니 놀이방,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을 유기농으로 하면 좋을 텐데 정책 입안자들이나 부모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땅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고 도시민 건강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자, 유기농자들도 살아남고 도시 노동자들의 건강도 찾으면서 농민들 판로를 찾자 라는 취지로 이 밥집을 연 것이다. 아무나 '문턱 없는 밥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농산물을 어려운 사람에게도 먹이려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인증된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여는 밥집에만 우리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벌써 '여자만'라는 유기농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미례 감독이 두어 번 다녀간 다음 일산에도 '문턱 없는 밥집'을 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바로 참살이는 있는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다. 충주권에는 유기농 인증을하는 단체인 한살림이 예전부터 터를 잡고 있고 이미 전국적인 유기농 인증 단체로 성장했지만 그 한살림에 못내 아쉬웠던 점은 한살림 역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밥집 음식의 재료들은 모두 청정한 유기농산물이니 마음놓고 드십시오.
점심은 비빔밥만 합니다.
마음껏 드시되 고추가루 하나라도 남기면 벌금 1,0000원을 받습니다.
밥값은 1000원 부터 형편껏 내시면 됩니다.
- 이 밥집에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이익금은 가난한 유기농가와 소외된 이웃들의 자활기금으로 쓰입니다. 출처
이렇게 멋있는 식당 소개가 있을까?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이익금은 다시 가난한 이웃에게 쓰인단다. 그러면서 불현듯 윤구병 선생님의 매서운 눈초리가 생각났다. 그런 매서움과는 동떨어진 따스함이 느껴졌다.
하나. 다 드신 후 국이나 숭늉으로 그릇을 행구어 마십니다.
두울. 그래도 고추가루가 묻어있으면 무우로 깨끗이 닦아 먹습니다.
세엣. 밥그릇, 국그룻, 수저, 쟁반을 분리하여 그릇 수거하는 곳에 둡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못먹을 수있다. 그러나 나도 음식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탁발승도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귀신을 '아귀'라고 합니다. 굶어죽은 넋들이지요.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이 넋들은 목구멍도, 밥통도 바늘귀처럼 줄어 들어서 자그마한 고춧가루 하나만 그릇에 묻어있어도 목에 걸리고 밥통이 뒤틀려 물 한모금도 넘기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린다지요.
이 귀신들을 천도하는 길은 음식 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데서 열린다고 합니다. 배불리 드시되 귀한 음식, 남기지 않아 이 세상 아귀들, 굼주리는 형제들 다 같이 함께 삽시다. 출처
단순히 음식을 아끼기 위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런 단순함을 넘는 이유가 있었다. 밥을 먹으며 귀신을 천도한다?
출처: 기분 좋은 가게
천 원짜리 유기농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녁 식사(저녁 6시∼ 밤 10시까지)는 제값을 받는 유기농 한정식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리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식사(만두전골, 보쌈, 황태구이, 두부김치, 녹두전, 파전, 연밥, 전통주(백초술, 산국술, 솔잎술, 쑥술)와 일반 주류)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문턱없는 밥집, 기분 좋은 가게 가는 길
합정역 2번 출구, 망원역 1번 출구, 홍대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10분거리에 있다고 한다.
연락처: 02-324-4190(문턱 없는 밥집), 02-324-4191(기분 좋은 가게)
변산 실험학교 농민공동체
윤구병 선생이 10년 가까이 꾸려가고 있는 '변산 실험학교 농민공동체'는 도시에서 귀농한 20여 가구의 50여명이 넘는 공동체 식구 및 마을 주민들로 이루어져, 청정한 무공해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고, 귀농자 아이들과 마을 아이들을 중심으로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 숭실대학교에만 해당된다. 다른 학교는 총학에서 등록금 인상을 10% 이하로 막았지만 총학이 없던 숭실대학교는 몇년 간 24%씩 인상했다. 결국 국립의 세배, 다른 사립의 두배 정도로 등록금이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