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16 - 거침없이 하이킹 by 도아
차이, 인천과 충주
인천에 살 때와 충주에 살 때 차이를 한가지 꼽는다면 생활의 여유이다. 인천에서는 가볼만한 곳도 많지 않고 한번 나서면 하루를 꼬박 잡아먹기 때문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에는 주로 해수욕장을 가고 겨울에는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충주는 막히는 곳도 없고, 주변에 풍광이 수려하며 역사가 숨쉬는 곳이 많기 때문에 길을 나서기가 쉬웠다. 반나절만 투자하면 아이들과 즐거운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차이, 인천과 충주
인천에 살 때와 충주에 살 때 차이를 한가지 꼽는다면 생활의 여유이다. 인천에서는 가볼만한 곳도 많지 않고 한번 나서면 하루를 꼬박 잡아먹기 때문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에는 주로 해수욕장을 가고 겨울에는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충주는 막히는 곳도 없고, 주변에 풍광이 수려하며 역사가 숨쉬는 곳이 많기 때문에 길을 나서기가 쉬웠다. 반나절만 투자하면 아이들과 즐거운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사무실에 있는데 우영이가 찾아 왔다.
우영: 아빠, 나 엄마차 타고 온거 아니다.
도아: 그래, 그럼 어떻게 왔는데우영: 응. 자전거 타고 왔어.
도아: 뭐라고. 위험하게.
내심 아빠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한 일인데 아직 자전거에 서투른 우영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온 줄알고 먼저 혼부터 냈다. 잠시 뒤 확인해보니 우엉맘은 다예를 뒷자리에 태우고, 우영이 길잡이를 해서 온 것이었다. 다시 우영이를 불렀다.
도아: 우리 우영이가 혼자서 타고 왔어.
우영: 응.
도아: 와 우리 우영이 대단하네. 혼자서 두발 자전거를 타고 오고.
지난 번 탄금대에 갔을 때는 출발조차 하지 못하던 녀석은 이때 자전거 타는 재미에 들려 동네에서 계속 자전거를 연습한 모양이었다.
우영: 아빠. 내일도 어디 갈꺼야?
도아: 응.우영: 어디 가는데?
도아: 글쎄. 생각해 봐야지.우영: 난 자전거 타고 싶은데.
도아: 그래 그럼 자전거 타러 가지.
이렇게 해서 이번 주말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작년에 매형 집에서 출근할 때도 자전거로 출근했고 마침 매형이 집에서 자전거를 사무실로 가져다 놨기 때문에 다예를 빼고는 모두 자전거가 있었다.
출발, 탄금대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우엉맘이 김밥 재료가 남은 것이 있다면 김밥을 쌌다. 아울러 방청소를 하고 나오니 벌써 12시. 3번 국도를 타고 가다 달래강에서 구 도로로 빠질 수 있고 이 도로는 지나 다니는 차가 없어서 이길로 갈까 했지만 우엉맘은 탄금대를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탄금대 강둑의 자전거 도로가 생각났고 또 가는 길이 아이들에게 덜 위험할 것 같아 탄금대로 가기로 했다.
두진 아파트를 출발, 시청 뒷 길을 타고 내려갔다. 이 길은 차는 많이 다니지만 사람은 거의 다니지 않기 때문에 인도에 모두 자전거 도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 길을 따라 얕은 고개를 두번 넘으면 3번 국도가 나타난다. 다만 이 3번 국도는 차들이 워낙 무식하게 달리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요하는 길이기도 하다.
건널목을 건넌 뒤 롯데 마트 방향으로 조금 내려 가면 나오는 교차로에서 다시 우회전해서 인도를 타고 탄금대로 갔다. 이렇게 아이들과 탄금대에 도착하니 오후 한시가 조금 못됐다. 여기까지 오느라 배도 고프고 해서 탄금대 아랫쪽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작은 돗자리를 깐 뒤 가지고 다니는 버너로 라면을 끓였 먹기로 했다.
울음, 벌을 죽인 다예
우엉맘은 물을 사러 탄금대 강변 옆의 작은 매점으로 가고 나는 버너에 가스를 연결하고 우엉맘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찢어질들한 다예의 울음 소리. 겁많은 녀석이 무엇에 그렇게 놀랐는지 확인해 보니 벌이었다. 다예는 곤충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모르기 때문인데, 예전에도 말벌을 손으러 잡으려고 해서 깜짝 놀란적이 있다. 주변에 핀 꽃에 벌이 앉아 있자 손으로 잡은 모양이었다.
놀란 벌이 벌침을 쏘고 마찬가지로 놀란 다예가 벌을 눌러 버린 듯 벌의 꽁지가 뭉게져 있었다. 일단 다예를 달래고 손을 확인하니 손에 벌 뒷다리가 묻어 있고 다예의 손에는 벌침이 박혀있었다. 일단 벌침을 빼고 다예를 달랬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충격 때문에 벌레라는 얘기만 들어도 울며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우엉맘이 와서 다예를 앉아 달래고 라면을 끓였다. 코펠이 작기 때문에 라면 2개를 끓이고 이 라면과 우엉맘이 싸온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벌에 쏘인 다예가 조금 걱정됐다. 나도 벌에 쏘인 경험이 많다. 다른 사람이 벌통을 잘못 건들여서 한 500 여방을 쏘인적도 있다. 다예 역시 나를 닮았다면 큰 걱정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고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다행이 벌에 쏘인 자리가 부풀어 오르지도 않고 다예도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해서 다시 다예를 태우고 탄금대 강둑으로 올라갔다.
탄금대에는 화창한 주말을 즐기기 위해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다예 유치원 친구도 와있었다. 다예는 유치원 친구가 반가운지 유치원 친구와 놀러 갔다. 탄금대 자전거 도로에 올라서니 자전거 도로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우엉맘에게 뒤에 오라고 하고 강둑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지 고단 기어는 뻑뻑해서 저단으로 놓고 탄금대 강둑의 자전거 도로 끝까지 갔다.
가서보니 목행동과 연결되어 있었고 목행동 쪽에서 집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다리가 조금 뻣뻣한 것 같아 자전거에서 내리니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왔다. 쥐가 난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쥐가 잘나는 체질이기 때문에 쥐가 난 경우 어떻게 해야 쥐가 풀리는 지도 잘안다.
보통 쥐가 나면 다른 사람들이 주물러 주지만 주물러서는 쥐가 풀리지 않는다. 쥐가 난 다리의 관절을 꺽어 버리면 바로 쥐가 풀린다. 장딴지에 난 쥐는 발목을 꺽으면 풀리고 허벅지에 난 쥐는 무릅 관절을 꺽으면 풀린다. 쥐를 풀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오다 보니 2.6Km의 꽤 긴 도로인데 벌써 우영이가 와 있었다.
우영이와 누가 먼저 탄금대에 도착하는 지 시합을 했다. 지기 싫어 하는 우영이는 16인치의 작은 바퀴에 기아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지기 싫어 씽씽 달렸다. 지난번에 왔을 때 출발도 못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잘 탔다. 자전거가 계속 비틀 거리기는 하지만 사람들도 꽤 잘 피했다. 녀석을 이기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보조를 맞춰주자 신이 났는지 단순에 탄금대에 도착했다.
다예는 아기라 잘시간이 됐는지 자전거 뒤에 앉아서 꼬박 꼬박 졸고 있었다. 결국 탄금대에 자전거를 부리고 우엉맘이 앉아 다예를 재웠다. 차로 온 경우에는 차를 타고 가면 되지만 자건거는 이런 문제가 있었다.
이 차를 여기에 주차한 이유는 자전거 대여소 옆의 작은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기 위해서이다. 50M만 걸으면 되는데 그 50M를 걷기 싫어 정지선을 위반하고 가름막을 피해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도로를 비집고 주차한 것이다. 이렇게 주차된 차가 싫었는지 자전거 대여소의 아저씨가 경적을 누르자 음료수를 들고 운전자가 나타났다.
한 20분 뒤 아이스 크림을 사주기로 하고 다예를 깨웠다. 우엉맘 자전거 뒷 자석에는 안전 벨트가 있지만 이 안전 벨트가 망가져서 임시 방편으로 다예의 안전 벨트를 해주고 목행동 쪽에서 집으로 가기위해 다시 탄금대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목행동쪽으로 향했다.
문제는 또 쥐. 목행동 쪽으로 가면서 다리가 또 뻣뻣한 것 같아 오른쪽 다리를 펴보니 바로 쥐가 났다. 달리는 자전거를 급히 세우고 왼쪽 다리로 땅을 집으니 이번에는 왼쪽 다리까지 쥐가 났다. 일단 자전거를 넘어트리고 쥐를 풀었지만 문제는 다리만 펴면 다시 쥐가 난다는 것.
그래서 내리막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하는 우엉맘의 말.
우엉맘: 오빠. 온천 안가. 두주에 한번씩 간다며?
쥐가 나서 고생한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온천으로 가자고 한다. 온천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우영이는 온천을 싫어한다. 온천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온천을 가려면 시간이 걸리고, 또 찜질방처럼 먹고 노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네 찜질방은 너무 비싸다. 어른이 5000원, 우영이는 3000원, 다예도 돈을 받고 찜질방에서 음식도 먹기 때문에 3~4만원은 그냥 깨진다. 그래서 온천으로 가자고 하자 우엉맘이 동네 근처에 1300M 지하에서 천연 암반 광천수로 하는 사우나(수정 사우나)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것, 새로운 곳에는 관심이 많이 이 사우나를 가기로 했다.
수정, 동네 사우나 이름
도착해 보니 아는 곳이었다. 사우나는 모르지만 이 곳에서 물을 받아 가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동네에 약수터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정 사우나에서 사람들이 물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워낙 깊은 지하에서 퍼올린 것이라 그런지 생수통을 몇개씩 가지고와서 물을 받아 가는 사람도 있었다.
요금은 어른 3500원, 아이 2000원. 다예까지 요금을 받기 때문에 1,1000을 내고 사우나에 들어갔다.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물은 괜찮았다. 탕 크기도 작게 느껴졌다. 아마 문광 온천의 큰 탕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더 작아 보인 것 같았다.
그런데 사우나를 하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다. 보통 사우나에는 계란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우나는 계란도 팔지 않았다. 따라서 보통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세번 정도 탕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한번만 들어가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다른 고민은 하지 않고 씨마트 황토 구글장로 향했다. 평상시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항정살 하나, 우영이가 좋아하는 갈비 하나, 시원 소주 하나를 시켜 먹었다. 보통 항정살 하나(한근)는 앉은 자리에서 다 먹는데 역시 배가 너무 고파서인지 항정살 하나를 다먹지 못하고 일부를 남겼다. 이 곳은 고기를 근 단위로 파는 대신 남는 고기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장을 해준다. 따라서 포장을 하고 계산을 하니 가격이 조금 이상했다.
4'1000원. 평상시 먹는 것보다 덜 먹었는데 요금은 평상시 보다 더 나왔다. 나는 술로 떡이 되도 계산은 아주 잘한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주문표에는 없는 것이 카운터 PC에는 등록되어 있었다. 바로 고기 모음. 고기 모음의 가격이 1'2000원이라 1'2000원을 돌려 받았다(고의는 아니다. 직원이 등록하면 실수 한 것 같았다).
다예, 벌에 쏘여도 즐거운 아이
다음으로 간 곳은 롯데 마트. 내가 좋아하는 한치는 롯데 마트에서만 판다. 결국 롯데 마트에서 한치와 아이들 과자를 사고 집으로 와서 다시 레드 맥주 두병을 마시고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그런데 다예는 벌에 쏘이고도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다예: 아빠. 오늘 자전거 타고 가서 정말 재미있었어.
한손으로 자전거 타는 우영이
다예를 앉고 있는 우엉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우영이 녀석이 한손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출발도 하지 못하던 녀석이 한손으로 타고 다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우영이도 한손으로 자전거 타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아빠 나 한손으로도 탄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손으로 타도록 시키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런데 동영상으로 찍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아까 보다는 잘 못탄다.
우엄맘 자전거를 타고 온 뒤라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자세를 잡는 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우영이가 훼방을 놓자 그것이 조금 싫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