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샤워 중... by 도아
처음 사용한 휴대폰은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 폰이었다. 당시에는 LG에 대한 이미지가 괜찮은 편이라 LGT를 사용했다. LGT의 통화 품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달에 한 서너번 정도는 전혀 엉뚱한 전화(전화 번호를 바르게 눌러도 다른 사람에게 걸리는)가 오곤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지만 나도 몇 번씩 번호를 확인하고 눌러도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것을 종종 봤다.
이러다 보니 엉뚱한 전화를 받고 엉뚱한 사람과 통화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일을 꽤 많이 겪었다. 바람난 유부녀가 번섹을 하려는 듯한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학교 연구실에서 먹고 자고 할 때였다. 한 오후 열한시 정도 됐을 때 전화벨이 급작스럽게 울렸다.
도아: 여보세요.
그녀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어, 경희 휴대폰아닌가요?도아: (순간적으로 장난기가 발동) 맞는데요.
그녀석: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어, 경희 좀 바꿔 주실래요.도아: 샤워 중인데요.
그리고 전화가 뚝 끊겼다. 옆에서 듣고 있던 후배는 대화 내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후배: 형. 무슨 얘기야.
도아: 이차 저차해서 여차 저차 했거든후배: (뒤집어 져서 한 참을 웃은 뒤) 그런데 형은 그게되?
도아: 뭐가?후배: 아니 그 잠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냐고?
도아: 그 정도야...후배: 형 순발력 죽인다.
LGT의 허접한 서비스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물론 이런 경험은 이외에도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추가하겠지만 아무튼 그때 나랑 통화한 그 남녀는 어찌됐을 지 궁금해 진다. 아울러 내 순간적인 장난기로 전도 유망한 남녀의 미래를 끊은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된다.
만약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