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는 글쎄? 전자잉크는 만족

최근에 가장 열심히 가지고 노는 기기는 '크레마 터치'다. 커피 거품을 뜻하는 크레마, 그리고 '책을 테이크 아웃한다'는 문구. 이 두가지 조합만 보면 '크레마'라는 이름은 무척 잘만든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름에는 커피 한잔의 여유, 책을 읽는 여유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 크레마 터치에서 사용하는 전자잉크가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종이책과 최대한 가까운 느낌이고 책을 읽을 때 눈이 상당히 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크레마 터치의 개봉기를 올릴까 한다.

크레마 터치

처음 "책을 테이크 아웃한다"고 했을 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커피도 아닌데 '무슨 테이크 아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한달간 크레마 터치를 사용하며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크레마는 커피를 내릴 때 나오는 커피 거품을 말한다. 이 커피 거품이 풍부해야 커피의 풍미가 살아난다. '크레마'는 커피를 연상 시키며 커피는 또 다시 책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만든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크레마 가득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 모르긴 해도 광고나 주변에서 종종 보게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크레마 가득한 커피를 마시며, 크레마로 책을 읽는 모습은 어떨까?

크레마 터치(Crema Touch)라는 이름은 커피를 마시는 '한잔의 여유', 책을 읽는 여유가 느껴진다. 원래 검은색을 좋아하지만 리뷰용으로 흰색을 선택한 이유는 크레마 터치라는 이름에서 이런 장면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30일간 사용해 본 크레마 터치는 작은 크기와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 때문에 상당히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는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집중도도 상당히 높았다. 이 때문에 자기전에 읽고 일어 나서 읽고 점심을 먹기 전에 읽다 보니 30여권에 가까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소프트웨어는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다[1]. 다만 깜박임과 잔상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심하지 않았다. 물론 이 부분은 펌웨어 판올림을 통해 개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깜박임과 잔상이 걱정된다면 다음 동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크레마 터치의 깜박임과 잔상

'설정/디스플레이/잔상 제거 설정'에서 '깜빡임없음 / 속도우선'을 선택하고 찍은 동영상이다.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책을 넘길 때를 빼면 깜박임은 없다. 또 책을 넘길 때(화면을 바꿀 때) 깜박임이 일어나는 것은 전자잉크(eInk)의 한계 이기도 하다.

개봉기

포장

크레마 터치는 의도적으로 '책의 느낌'을 살리려는 것 같았다. 포장 디자인에도 이런 부분이 엿보였다. 사진처럼 크레마 터치는 작은 상자에 담겨있다. 그런데 이 상자를 다시 얇은 종이가 감싸고 있다. 보통 책에는 홍보용 문구가 담긴 걷지가 있다. 크레마 터치 상자를 감싼 종이도 이런 걷지(?)의 느낌이 많이 난다. 이 포장을 벗겨내면 사진처럼 검은색과 흰색으로 단순한 포장 상자가 나타난다.

상자의 두껑을 열면 아주 간단한 설명서가 나타난다. 크레마 터치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담은 설명서이다. 다만 설명서가 좀 부실하다. 물론 워낙 간단한 기기라 설명서가 없어도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처음 크레마 터치를 켜고 "프로세스가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타나서 좀 난감했었다. 이 메시지는 크레마 터치에서 'USB 메모리 사용'을 선택하고 크레마 어플을 실행했을 때 나타난다. 따라서 아무리 간단한 설명서라고 해도 USB 연결을 해제하고 읽지 않으면 이런 메시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정도는 포함 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메뉴얼을 제거하면 사진처럼 크레마 터치가 나타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크레마 터치전자잉크를 사용한다. 또 전자잉크는 화면을 그릴 때는 전기가 소모되지만 그린 뒤에는 전기가 소모되지 않는다. 이런 전자잉크의 특성 때문에 전원이 나간 크레마 터치이지만 크레마 로고와 간단한 사용 설명이 표시된다.

구성품은 정말 간단하다. 안쪽의 검은색 상자를 들어내면 마이크로 5핀 케이블이 들어있다. 즉, 구성품은 크레마 터치 본체, 초간단 설명서, 마이크로 5핀 케이블이 전부인 셈이다. 어댑터도 있지만 어댑터는 따로 판매한다.

외관


얼핏 보면 아이패드(iPad)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전자책이나 타블릿이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두가지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화면이 표시된다"는 점과 의외로 "시야각이 넓다"는 점이다. 실제 크레마 터치는 강한 햇볕 아래서도 글을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크레마 터치 아래쪽에는 마이크로 5핀 케이블 단자와 마이크로 SD를 끼울 수 있는 작은 포트가 있다. 크레마 터치의 내부 메모리가 4G이며 전자책으로 3천권의 분량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크기가 큰 만화책을 여러 개 담다 보면 역시 부족하다. 크레마 터치의 주 메모리는 256M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30M 이상의 만화책을 읽다 보면 종종 크레마 어플이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아울러 50M 이상의 전자책은 아예 읽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참고로 이 제품은 페이지원테크에서 개발한 제품(오른쪽 아래 사진)이다.

기능

크레마 터치의 잠자기 화면(Sleep Mode)이다. 크레마 터치에 저장된 그림을 화면에 뿌려 주고 최소 전원 상태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이 그림이 무슨 그림인가 싶었다. 또 이런 화면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읽고 있는 상태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화면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이 잠자기 모드에서 깨우기 위해 전원 단추를 누르면 가끔 죽는 문제가 발생했다. 펌웨어 2.0.02에서 수정했다고 했지만 아직 버그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내서재를 터치하면 사진처럼 책장이 나타난다. 다른 전자책과 마찬가지로 책장 기능도 제공했다. 이 책장 기능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책장 목록을 수정에서 책장을 위 아래로 이동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책장으로 이동하고 책을 읽다가 다시 크레마 터치를 실행하면 종료하기 전 책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기본 책장으로 이동했다. 이런 부분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 스토어, 전자도서관, 전자사전, 인터넷, 갤러리, 설정 등의 기능이 제공된다. 그러나 내서재와 전자사전을 빼면 거의 필요가 없는 기능[2]들이었다.

스토어를 선택하면 예스24 홈페이지에 연결된다. 스토어에서 책은 휴대폰 결제, 무통장입금, 디지털 머니로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휴대폰 결제를 빼면 이동 중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에서 터치 한번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불편했다. 참고로 국내법상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도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전자도서관은 크레마 터치를 이용해서 각종 도서관에 있는 전자책을 대여할 수 있는 기능이다. 얼핏 생각하면 괜찮은 기능이다. 그런데 도서관 찾기가 힘들었다. 지역별, 기관별 분류가 있으면 좀 나을텐데 이런 분류가 없었다. 검색을 통해 찾아 봤지만 살고 있는 지역 도서관인 '충주 도서관'은 없었다. 차라리 책장에서 책을 고를 때처럼 페이지 단위로 이동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터치하면 인터넷 브라우저가 나타난다. 또 이 브라우저를 이용해서 일부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잉크의 깜박임과 잔상 때문에 일반적인 브라우징은 힘들다. 런처를 바꾸는 등 필요할 때 사용하는 기능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크레마 어플에서는 동작하지 않는 '메뉴' 단추는 인터넷과 갤러리에서는 정상 동작한다.

갤러리는 이름처럼 그림을 보는 기능이다. 그러나 흑백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그림은 알아 보기 힘들었다. 또 책에 포함된 이미지라도 보려고 했지만 책의 이미지는 DRM으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만화책을 보려고 해봤지만 느린 터치 반응과 낮은 해상도, 흑백이라는 제한 때문에 원하는 페이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깜박임이 조금 짜증 나기는 하지만 전자사전은 그나마 나았다. 또 숫자를 쿼티 기보드 위에 올린 5줄 크레마 키보드는 의외로 편했다. '설정'은 일반 안드로이드 기기의 설정과 거의 비슷했다. 크레마 터치에 필요없는 설정을 제거했기 때문에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에 비해 조금 간단했다.

느낌


크레마 터치의 크기는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했다. 한손으로 들고 읽으면 딱인 크기다. 두깨는 조금 두툼한 편이다. 이 부분은 한 손으로 잡았을 때 쥐는 감을 좋게하기 위해 일부러 두툼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고 전자잉크의 특성 때문에 이 정도의 두께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다만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햇볕이 있어도 글자는 상당히 잘 보인다. 아니 전자잉크는 오히려 빛이 있어야 잘 보인다. 이런 부분도 종이책과 비슷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루팅한 크레마

심심해서 런처도 바꾸고 루팅도 했다. 원래 루팅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화면잡기를 조금 더 원할하게 하려다 보니 루팅까지 하게됐다.

관련 글타래


  1. 이 부분은 '크레마 터치,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로 따로 올릴 생각이다. 
  2. 인터넷은 런처를 바꾸거나 응용프로그램 설정을 바꿀 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