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즘을 넘은 아이폰

얼마 전 아이폰이 출시됐다. 전반적인 평가는 예전에 비해 '혁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혁신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바로 '스마트폰 시장'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국내 사용자만 29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또 기술적으로도 스마트폰에 적용할 혁신적인 기술은 거의 사용됐다. 즉, 스마트폰 시장은 '혁신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보이지 않는 '점진적 진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이런 것은 보지 못하고 그저 아이폰 까기에 열중이다. 그러나 아이폰을 명품의 반열에 올려둔 것은 '기술 혁신'이 아니다. 다른 생각이 만들어 내는 편리한 기술, 즉, 사고의 혁신이다. 이 글에서는 혁신이 없는 아이폰에 사용자들이 왜 열광하는지 분석해 봤다.

아이폰과 찌라시즘

스마트폰

과거에는 손가락으로 세상을 담았다. 그러나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담는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1].

얼마 전 아이폰 5(iPhone 5)가 정식 출시됐다. 예전 만큼의 '혁신은 없다'는 평이 많다. 조선일보"스티브 잡스 없는 아이폰은 '창조와 혁신' 대신 '진화'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아주경제[2]는 "혁신 아이콘서 조롱거리로…삼성은 LTE 특허소송 내비쳐"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아이폰을 깠다. 아이폰 5(iPhone 5)는 내가 봐도 이렇다할 혁신적인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턴바이턴 네비게이션(Turn by Turn Navigation)과 지도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플라이오버(Flyover)가 눈에 띄는 기능[3]이다.

그런데 명색이 기자라고 하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이다. 무려 20년전의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에서 '전화 모듈'을 지원한 시점은 10년 뒤인 2003년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은 2000년 초반에 시작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아이폰(iPhone)이 등장한 시점은 2007년이다. 감압식 터치, 터치펜으로 상징되던 스마트폰 시장에 정전식 빠른 손가락 터치는 정말 혁신[4]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폰(iPhone)은 스마트폰(Smartphone)의 선두 주자로서 거대 시장을 만들고 선도해 온 것은 사실이다. 또 아이폰의 이런 역할 때문에 아이폰 5에서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2012년 7월 기준으로 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2900만을 넘었다. 또 이런 시장의 변화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라 아이폰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를 쓰는 언론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폰에 대한 기사에서는 이런 시장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혁신'에만 맞춰져 있다.

아이폰, 열광을 넘어

아이폰 구매자들

아이폰 출시일에 있었던 진풍경이다. 아이폰을 먼저 구매하기 위해 길에서 잠을 자고, 심지어는 자리를 선점한 뒤 100불에 판매하는 '외국판 봉이 김선달'도 등장했다. [사진 출처: 자릿값만 50만원? 아이폰5 출시 첫날 진풍경]

스마트폰 시장은 '혁신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점진적 진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조선일보"스티브 잡스 없는 아이폰은 '창조와 혁신' 대신 '진화'를 선택했다"과 같은 기사는 "'다자란 아이, '귀여움' 대신 '능력'을 선택했다'"고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박은 맛있다', '참외는 노랗다'는 것을 기사로 쓰는 참 대단한 언론사들이라 생각이 든다. 반면에 국내 언론의 이런 혹평과는 달리 아이폰 5는 출시 24시간만에 200만대 이상 팔렸다고 한다. 또 미국, 영국등 1차 출시국에서는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이유는?

아이폰 구매자 중 한 사람은 "손에 벤틀리(영국 유명 자동차)를 쥐고 있는 기분"이라고 평했다. 아이폰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혁신적 기술 때문이 아니다. 정전식 손가락 터치는 애플이 개발한 기술이 아니다. 애플은 처음 부터 혁신적 기술은 없었다. 기존의 있는 기술을 '다른 생각(Think Different)으로 조합'했다. 즉, 애플에 '기술이 있다'면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 다른 생각으로 만든 '편리한 기술'이다. 애플에 혁신이 있다면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사고 혁신'이다. 사람들은 이 편리한, 감성적인 기술에 열광했고 이런 기술이 아이폰을 명품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이폰, 명품을 만든 철학

지난 13일 애플은 아이폰 5를 출시했다. 일단 기존에 돌던 루머는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폭은 그대로 둔채 조금 길게 만들었다. 큰 화면을 원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있다. 단순히 화면을 키우는 것이 어려울까? 줄이는 것은 어려워도 키우는 것은 쉽다. 그런데 애플은 화면을 키워달라는 사용자의 요구를 지금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또 기껏 수용한 아이폰 5의 화면은 4인치로 기존 아이폰에 비해 길이가 0.5인치 정도 긴 것에 불과하다. 2007년에 아이폰이 등장했으니 무려 5년만에 0.5인치 자란 셈이다.

아이폰 5 패러디

아이폰 5가 아이폰 4에 비해 약간 길어지자 나온 패러디다. 마치 '아이'폰이 자라서 '어른'폰이 되는 느낌이다.

애플이 이처럼 화면을 키우지 않는 것은 제품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화면을 키우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손 컨트롤'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전화기다. 전화기는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 것이 좋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나 물건을 들고 있을 때를 상상해 보면 쉽다. 따라서 아이폰은 항상 한손으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해왔다. 남자치고는 손이 작은 편인 나도 아이폰 시리즈를 한 손으로 컨트롤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삼성에서 만든 갤럭시 시리즈 중 유일하게 사용해보고 싶었던 제품이 갤럭시 노트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이라면 한 손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노트라면 양손이 기본이기 때문이다[5].

두번째는 파편화를 꺼리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2G부터 4S까지 물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화면을 사용한다. 물론 아이폰 4에서는 해상도가 배로 올라갔다. 그러나 화면 크기는 같다. 즉, 화면 크기로만 보면 아이폰은 아이폰 5를 포함해도 고작 두 종류로 나뉜다. 해상도를 고려하면 3종류에 불과하다. 아이팟터치, 아이패드까지 포함시켜도 몇개 되지 않는다. 이런 통일성은 어플을 개발할 때 상당한 잇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앵그리 버드의 개발자인 피터 베스터바카는 "안드로이드는 파편화 등의 문제 때문에 iOS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화면 크기를 고수하는 것에서 알 수 있지만 애플은 제품을 개발할 때 그 제품을 사용할 사용자와 그 제품의 사용 동력을 줄 개발자를 모두 배려한다. 물론 애플이 다른 회사에 비해 사용자와 개발자를 더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배려가 애플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을 쓰는 사용자와 개발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이폰을 '아이뻐'로 부르고 갤럭시를 '갤레기'로 부르는 사용자[6]. "모바일 게임이 근시일 내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아니다"라는 개발사(에픽게임스).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본다.

아이폰, 찌라시즘을 넘다

아무튼 아이폰 5가 출시된 뒤 국내 언론은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폰 헐뜯기에 나섰다. 조중동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찌라시 중 하나인 연합뉴스아이폰5 공개,4인치·LTE지원..평가는"글쎄"와 같은 기사를 아이폰 5 발표일에 내보냈다. 웃기는 것은 기사 내용이다. 제목에는 '글쎄'가 들어가 있는데 내용에는 '글쎄'를 달만한 내용이 없다. 반면에 로이터는 아이폰5 출시 일주일, 전문가 리뷰 종합...극찬일색와 같은 정반대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아울러 출시 일주일 만에 10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사도 있다.

국내 언론에서 잡아먹지 못해 안달[7]이지만 외국에서는 여전히 호평 받고 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을 만들 때 제품에 자신들의 철학을 녹여내기 때문이다. 아이폰 5의 국내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 난 아직도 아이폰 4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다른 폰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 갤럭시, 테이크 타키등 다른 안드로이드폰[8]을 써봤다. 그러나 아이폰과 같은 만족감을 주는 폰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진리처럼 떠도는 말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갤럭시는 써 본 사람이 까고, 아이폰은 안써 본 사람이 깐다!

남은 이야기, 애플이 부러운 삼성

삼성은 애플이 부러웠어요

"삼성은 애플이 부러웠어요"라는 글을 통해 한번 소개한 영상이다. 취재파일 4321에서 보도한 내용인데 보다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있던 조직이 애플 따라하기 조직이었어요. 삼성이 애플을 보니까 너무 부러운 거예요.
조직원이 한 4백명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예산을 한 4천억 정도 썼습니다.

아이폰을 베끼기 위해 1년에 4천억을 썼다는 이야기다. 전 삼성 직원의 증언이니 완전히 거짓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 사업자가 됐다'는 이야기는 "'창조적 혁신'의 시대는 가고 '발 빠른 베끼기'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삼성이 지배 사업자가 됐다'고 좋아할 시간에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특히 조중동과 경제지 기자들은.

관련 글타래


  1. 인간은 환경에 동물이다. 없으면 힘들 것 같아도 적응하면 또 없는데로 살 수 있다. 
  2. 상당히 많은 경제지들은 찌라시 수준의 기사를 쓴다. 
  3. 국내 사용자는 이 기능도 못쓴다. 턴바이턴은 쓸 수 있지만 지도가 부실해서 엉뚱한 곳을 안내한다. 
  4. 2008년 아이팟 터치에서 이 기능을 처음 접하고 느꼈던 흥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5. 갤럭시 노트가 성공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6. 물론 고생대에 멸종했어야 하는 삼엽충(삼성빠)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흠집 게이트, 품질 논란, 심지어 폭스콘 노동자의 시위까지 아이폰에 묶어 매도하는 기사로 넘처난다. 
  8. 갤럭시 노트도 잠깐 써봤다. 아이폰 4에 비해 빠르다는 것 빼고는 다른 매력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