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조카)이가 쓴 연애 편지가 있다. 이 편지를 보면서 우영이는 언제쯤 글을 쓸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올초 간신히 받침없는 글자를 읽는 것을 보며 저 녀석은 언제쯤이나 상원이처럼 연애 편지를 쓸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요즘은 부쩍 글씨에대한 관심이 많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으면 따라서 읽고 녀석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무슨 뜻인지 물어본다.

오늘 다용도실이 지저분해서 다용도실에서 사용할 3단 선반을 사왔다. 선반을 조립해서 다용도실에 배치하고 나니 포장지가 눈에 띄었다. 갱지 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이런 포장지로 딱지를 접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생각나서 우영이에게 딱지를 접어줬다.

포장 박스 윗 덥개와 아래 덥개로 만든 딱지는 녀석이 보기에도 좋았는지 딱지를 품에 안고다닌다.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고있는데

우영: 아빠. 내가 적었어.
도아: 뭘?

접어준 딱지의 흰공백이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볼팬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놓았다.

아빠 사랑해요♡, 파워 100,
엄마 사랑해요♡, 김우영

처음에는 H파워 100H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잠깐 생각해보니 우영이가 가지고 노는 딱지에 별과 파워, 경험치와 같은 것들이 적혀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우영♡이가 주는 파워 20거야,
김우영, 김성연, ♡김성연 사랑해

H파워 20H이라는 문구가 다시 눈을 끌었다. 아빠, 엄마는 파워 100인데 사랑하는 성연이에게는 파워 20. 아직까지는 이성보다는 엄마, 아빠가 좋은 것 같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얼마전 고속 버스를 타고 올 때 일이다. 장난이 심한 우영이는 조금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아무리 주의를 줘도 버스안에서 뛰고, 노래를 부른다.

도아: 우영아 가만히 있어야지.
우영: 싫어.

도아: 왜?
우영: 아빠는 아빠 마음대로 하잖아. 그러니까 나도 내 마음대로 할꺼야. 내 마음대로 못하게 할거면 아빠도 마음대로 하지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조금 난감해진다. 벌써 통제받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자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와 자신을 동격으로 놓고 같은 논리를 적용해달라는 주장을 들으면 일견 대견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얘기로 녀석을 이해시켜야할지 난감한 경우가 더 많다.

도아: 우영이 옷은 누가 사줘?
우영: 아빠.

도아: 우영이 밥은 누가 먹여줘?
우영: 아빠.

도아: 그럼. 아빠가 아빠 마음대로 못하면 우영이 옷도 못사주고, 밥도 못 먹여 주는데 그래도 괜찮아?
우영: 아니.

아이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 더 조심스럽고, 무었을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더 고민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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