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게임기 카누(Caanoo)

카누는 케임파크홀딩스에서 개발한 국산 게임기이다. 이 게임기를 사용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하드웨어는 상당히 괜찮은 제품이다. 그러나 게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족하다. 카누 전용 게임이 거의 없다. 즉, 괜찮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컨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카누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드웨어 육성에만 집중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마인드 자체가 사라진.

명텐도가 아니라 카누

오늘 소개하려는 제품은 GPH카누(Caanoo)라는 게임기이다. 이른바 '명텐도'로 알려진 게임기이다. 아마 작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은 하고 사는 것인지 의문인 이명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말 한 마디를 던졌다. 작년 2월 4일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다. "우리도 일본 닌텐도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손자가 들고 다니는 NDSL(Nintendo DSL)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주 명확하다.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하드웨어 삽질 마인드만 가진 나라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NDSL이나 PSP와 같은 게임기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게임기(하드웨어)에서 돌아가는 우수한 컨텐츠(소프트웨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패키지 시장은 아주 오래 전에 사라졌다.

이런 환경에서 NDSL이나 PSP와 같은 창조적인 작품을 기대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더우기 이명박 대통령은 IT는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며 그남아 남아 있던 IT 기반을 초토화 시켰다. 여기에 IT 정책을 담당하던 정보통신부까지 없앴다. 이러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생각없는 일이었는지는 분명해 진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생각없음을 비웃는 패러디까지 만들어졌다.

아무튼 이런 패러디와는 별도로 실제 게임기 출시가 준비되고 있었다. 바로 게임파크홀딩스(GPH)의 카누(Caanoo)[1]였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만 게임파크홀딩스는 카누라는 게임기 이전에는 GPH32, 위즈 등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게임기를 계속 개발하던 업체였다. 또 카누가 명텐도로 불렸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무관하게 개발 중인 게임기였다.

또 GPH의 게임기는 닌텐도나 PSP처럼 넓은 사용자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게임기였다. 그런데 신문사 기자들이 이미 개발 중이었던 카누에 명텐도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때부터 카누는 명텐도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따라서 얼핏 들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카누가 개발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막을 알고 보면 명텐도라는 이름은 모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동영상 리뷰

GPH의 카누 게임기를 한달 정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하드웨어는 꽤 잘 만든 게임기라는 점이다. 아날로그 조이스틱은 카누 전용 게임이나 에뮬 게임을 하기에 상당히 편하다. 또 USB 포트는 단순히 USB 메모리만 되는 것이 아니라 USB 호스트로 동작한다. 따라서 USB 메모리외에 USB 키보드나 다른 장치를 꼽아 사용할 수 있다. 24핀 충전단자를 사용해서 충전의 호환성을 높였다. 그러나 24핀 단자로 컴퓨터에 연결되다 보니 데이타 전송 속도는 조금 느린 편이었다.

하드웨어

사양 항목
OS Linux 2.6.24
CPU ARM9 533MHz
GPU 3D 가속
RAM DDR SDRAM 128MB
LCD 3.5" QVGA TFT LCD(터치)
저장소 SD/SDHC(SLC/MLC/TLC 지원)
입력 아나로그 조이스틱, A, B, X, Y / L, R, Help I, II, Home
출력 3.5 스테레오, 8 Ohm 1W * 2 스테레오, TV OUT
기타 중력센서, 진동모터, 와이파이 동글, 보이스 레코더
크기 146(W)x70(H)x18.5(D)mm
무게 136g
배터리 Li-Poly 1850mAh, 게임 5시간, 동영상 5시간, 음악 8시간, 24핀 USB 케이블
전원 5V, 500mA
USB USB 2.0

카누의 하드웨어 스펙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일단 동급의 다른 게임기에 비해 CPU 속도부터 빠르다. NDSL이 듀얼 프로세서를 쓰고 있지만 ARM9 67MHz, ARM7 33MHz[2]를 사용하고 소니 PSP가 333MHz인 것을 생각하면 CPU 속도부터 차이가 난다. 물론 CPU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좋은 게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LCD는 3.5인치 TFT LCD를 사용한다. 따라서 최근에 등장한 스마트폰 보다는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동급 게임기와 비슷한 정도다. 또 강압식 터치를 지원한다. 정전식 터치에 비해 터치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터치 보다는 아날로그 조이스틱과 단추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또 아날로그 조이스틱은 카누 자체 게임이나 에뮬 게임을 하는데 상당히 편리하다. 실제 마메를 이용해서 게임을 해보면 꼭 타임머신을 타고 오락실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 중력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따라서 중력센서를 지원하는 게임은 아날로그 조이스틱 대신에 게임기를 움직여서 게임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중력센서마메와 같은 에뮬레이터에서도 동작한다는 점이다. 다만 내가 내려받은 게임 중에는 중력센서를 지원는 게임을 찾을 수 없었다. 진동모터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카누 전용 게임을 할 때는 진동모터를 통해 조금 더 실감나는 게임을 할 수 있다. 또 이어폰을 지원하지만 내장 스피커가 있기 때문에 이어폰 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와이파이 동글을 이용하면 와이파이를 이용한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동영상에도 잠깐 나오지만 카누에서 지원하는 USB 포트는 단순히 USB 메모리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USB 호스트 기능을 한다. 따라서 USB 포트에 키보드를 꼽으면 카누에서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스피커를 꼽으면 카누의 사운드를 스피커로 출력할 수도 있다. FAT 밖에 지원하지 않아 4G이상의 외장 하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외장 하드디스크도 USB 포트를 통해 연결할 수 있다.

펀지피 사이트에도 없고 공식적으로 TV 출력용 케이블은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TV OUT 프로그램도 있고 인터넷 열린 시장에도 TV 출력용 케이블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카누에는 TV 출력용 포트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이 왜 필요할까 싶었다. 아직 직접 해보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TV 출력 역시 이 다기능 USB 호스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3].

다만 와이파이 기능을 카누 게임기에 내장했다면 조금 더 활용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래도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활용도 차이는 크다. 특히 게임기에 설치할 수 있는 앱을 지원한다면 게임만 할 때보다는 네트워크의 비중이 커진다. 화면 해상도를 생각하면 인터넷을 탐색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의 인기로 상당히 많은 대형 사이트에서 모바일 웹을 지원한다. 따라서 화면 해상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봉기


포장은 상당히 견고한 마분지 재질이다. 그리고 리뷰용으로 받은 제품의 포장에는 사진처럼 SD 메모리가 붙어있었다. 원래 SD 메모리는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받은 제품의 SD 메모리는 카누 로고가 이미 찍혀있었다. 외부 포장에서 서랍처럼 내부 포장물을 꺼내면 게임기와 악세사리가 나타난다.

본체는 작은 비닐 봉투에 담겨있다. 이 봉투에서 게임기를 꺼내면 상당히 깔끔한 디자인의 본체가 나타난다. 카누 전용 게임과 에뮬 게임 모두를 고려했기 때문에 게임을 조작하기 위한 단추가 상당히 많다. 활용도면에서는 잇점이 있지만 쉬운 접근이라는 면에서는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날로그 조그셔틀(위, 왼쪽), '헬프 I, II'(위, 오른쪽). 아날로그 조그셔틀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게임 캐릭터를 이동할 때 사용한다. 고무 재질이라 미끄럽지 않으며 쥐는 감이 좋다. 또 아날로그 조이스틱이라 움직임 역시 상당히 부드럽다. 오락실 게임기의 스틱과 같은 맛은 나지 않지만 게임 조작에는 상당히 편리했다. 특히 마메와 같은 에뮬 게임에는 더없이 편했다. 헬프 I은 게임을 할 때 도움말을 볼 수 있는 단추이다. 마메 에뮬을 돌릴 때 헬프 I는 오락기에 동전을 넣는 용도였고 II는 게임을 시작하는 용도였다.

게임 단추(왼쪽), 마이크 단추(오른쪽). 마메 게임과 다른 게임기의 호환성을 위해 게임 단추는 A, B, X, Y의 네개의 단추를 제공한다. 이중 주로 사용되는 단추는 B와 X이다. B는 일반적으로 엔터키와 비슷하게 선택할 때 사용되며 X는 선택을 취소(이전 메뉴)할 때 사용된다. 이 게임 단추 아래쪽에는 작은 마이크와 홈 단추가 있다. 홈 단추는 누르면 언제든지 카누 메인 화면으로 복귀한다. 카누 게임기 단추 중 가장 직관적인 단추로 보인다.


본체 단추 L, R. 다른 게임기와 마찬가지로 카누에도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L, R 단추가 있다. 다만 이 단추는 쓰임새가 많지 않았다. 중력센서와 마찬가지로 이 키를 사용하는 게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마메 게임에서 설정을 바꾸고 게임 목록을 이동할 때 L, R키가 사용된다.


전원 LED(위, 왼쪽), USB 및 전원 포트(위, 오른쪽), 전원 단추(아래, 왼쪽), 스피커 볼륨(아래, 오른쪽).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에 전원 LED가 있다. 사용중, 충전중, 충전완료시 모두 색깔이 바뀐다. 또 아래쪽에는 앞에서 설명한 USB 포트, 24핀 전원포트가 있다. 충천기 호환성을 위해 24핀 포트를 사용한 듯하다. 그러나 이 포트를 통해 컴퓨터 USB로 연결되기 때문에 전송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역시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는 전원 및 홀드 단추가 있다. 꺼져있을 때 전원 단추를 내리면 전원이 켜지며, 반대로 켜져있을 때 내리면 꺼진다. CPU의 속도 때문인지 몰라도 게임의 부팅 속도는 상당히 빠른편이었다. 또 이 전원 단추를 위로 올리면 홀드 모드로 동작했다. 마지막으로 카누 게임이 위쪽에는 스피커 볼륨과 SD 카드 슬롯이 있다.

뒷면의 디자인도 상당히 깔끔하다. 마무리도 잘되있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괄호 모양의 고무 패킹이 붙어있다. 이 고무 패킹 바깥쪽에 작은 스피커 두개가 붙어있다. 출력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의외로 소리는 큰 편이었다. 또 뒷면 한켠에 화면 터치용 스타일러스펜이 있었다. 그러나 카누는 아날로그 조이스틱 때문에 이 펜의 활용도는 상당히 떨어졌다. 이동은 조그셔틀로 하고 터치는 손가락으로 해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일러스 펜, 핸드 스트랩, 24핀 USB 전원 케이블(왼쪽), 간단한 사용자 길잡이(중간), 매뉴얼 CD(오른쪽). 구성품은 간단했다. 다만 CD에 매뉴얼만 달랑 들어가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 씨디에 단순히 메뉴얼만 담아 두는 것이 아니라 펀지피 매니저와 무료 어플, 게임을 담아 실행하면 바로 카누 게임기에 설치되는 형태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SD 카드는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뒷면으로 꼽아야 한다. 다만 SD 카드를 꼽아도 게임기를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게임기와 SD 메모리를 따로 판매한다. 따라서 SD 카드는 빈 메모리 카드이다. 이 때문에 어플을 실행하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펀지피 사이트에 가입, 펀지피 매니저로 게임이나 어플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은 두번째 글에서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총평

카누 게임기를 사용하다 보니 하드웨어는 만족스럽지만 소프트웨어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일단 어플을 지원하지만 실행할 수 있는 어플이 너무 없었다. 펀지피의 사이트에는 고작 보이스 레코더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Open Handhelds에는 조금 더 많은 어플을 구할 수 있지만 쓸만한 어플을 찾아 보기는 힘들었다. 더 큰 문제는 카누 게임기에서 도는 카누 전용 게임이 턱없이 부족했다. 펀지피 사이트에는 여러 게임이 올라와 있지만 대부분 오락실 게임을 변환한 게임이었다.

또 카누 전용 게임도 카누 게임기의 사양에 비해 질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나름대로 품질을 유지한 것은 리드모스 정도가 아닌가 싶었다. 물론 돌려라 파티쉐같은 게임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래픽은 역시 떨어지는 편이었다. 아울러 카누 게임기의 악세사리를 찾다 보니 악세사리도 턱없이 부족했다. 펀지피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이파이 동글, 젤리 케이스, 보호필름이 전부였다. 아마 판매된 양이 얼마되지 않아 악세사리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게임기라고 하면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카누 게임기를 한달 동안 가지고 논 아이들은 NDSL 보다 카누 게임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는 카누 게임기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SD로 게임을 설치할 수 있는 것도 펀지피 매니저를 사용해서 게임을 내려받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부분은 개발사에서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글

카누 게임기의 리뷰는 '총 5부작'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원래는 4부작으로 1회는 개봉기 및 게임기의 구성, 2부는 마메 에뮬 완전 정복, 3부는 네오지오 에뮬, 4부는 카누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드웨어에 대한 부분의 설명이 길어져 1회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개로 나누어 올리기로 했다.

다만 나름 대로 잘만든 하드웨어이지만 이 게임기에서 돌아가는 컨텐츠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카누의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게임이 있다면 카누의 운명 역시 정말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카누는 하드웨어면에서 잇점이 있다. 그러나 그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 부분은 마지막 글에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하겠다.

관련 글타래


  1. 정확히는 카누가 아니라 위즈였다. 그러나 카누까지 '명텐도'로 불리고 있기 때문에 '위즈'대신 카누를 사용했다. 
  2. DSi가 133MHz를 사용한다. 
  3. 댓글을 달아 준 Gunmania님에 따르면 "24핀 포트를 이용해서 TV 출력을 한다"고 한다. 24핀 표준이 아니라 변형 규격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