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과는 조금 진정성있게 하자! by 도아
사기업 10년, 여전한 공무원 마인드
아이폰에서 사용할 쓸만한 네비게이션 앱이 없는 상항에 KT에서 네비게이션 앱을 출시했다. 아이폰 사용자 100만명이 네비게이션 앱을 받기 위해 동시에 몰릴 건 당연한 일이다. 이어받기라도 지원하면 시간이 지나면 받는 사람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어 받기 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그 탓에 받다 끊기고 받다 끊기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정작 올라온 KT 사과 공지는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민영화된지 10년이 지났지만 KT는 아직도 철밥통 마인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네비게이션
아이폰을 사용하기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은 IM-U160이었다. 휴대폰이지만 GPS 모듈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 휴대폰을 이용하면 티맵(T-Map)을 사용할 수 있었다. 선후행성 문제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모르는 길을 갈 때 나름 유용하게 사용하던 네비다. 그리고 아이폰 3GS가 출시되며 13년간 사용하던 SKT를 버렸다. 아이폰으로 넘어 온 뒤 가장 불편했던 점은 네비(Navigator)였다. GPS 모듈은 있지만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네비 어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등장한 어플이 바로 GoGo3D였다.
물론 네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GoGo3D가 나오자 마자 구입했다. 그런데 'GoGo3D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길찾기도 좋지 않았다. GPS도 잘 인식되지 않았다[1]. 다른 어플은 바로 인식하는 GPS를 GoGo3D는 수분만에 인식했다. 여기에 선후행성 문제는 심각한 정도였고 엉뚱한 길로 안내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아이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네비 어플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한 어플이 GoGo3D였다.
G-Map
이 와중에 등장한 네비 어플이 G-Map이었다. 'G-Map'은 GoGo3D에 비해 가격은 5불 정도 싸다. 또 그래픽과 기능은 GoGo3D 보다는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GoGo3D 보다 훨씬 나았다. GPS 인식율도 좋고, 선후행선 문제도 거의 없었다. 갈림길에서는 정확하게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 안내하는 것도 훨씬 나았다. 원래 네비게이션을 만들던 회사[2]라 그런지 GoGo3D, Mapple3D와 비교해도 가장 나은 편[3]이었다.
아마 회사가 부도나지 않았고 따라서 지속적인 판올림이 있었다면 'G-Map'을 구입했을 것 같다. G-Map은 경유지를 설정할 수 없다. 또 다른 어플에 비해 기능이 조금 떨어진다. 따라서 이 부분을 문제 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네비 기본 기능면에서 보면 가장 나은 어플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폰 사용자 중에도 의외로 SK 티맵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어쩌다 한번 네비를 쓰는 사람으로서 티맵을 그리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GoGo3D에서 티맵처럼 SK 지도 데이타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GoGoLive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 GoGo3D 사용자는 별도 비용 지불없이 GoGoLive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 때문에 GoGoLive 출시만 목을 빼고 기다렸다. 그리고 GoGoLive가 출시되고 지난달 GoGo3D 사용자를 위한 GoGoLiveUp까지 출시됐다.
따라서 현재 GoGo3D는 GoGo3D, GoGo3D LT, GoGoLive, GoGoLiveUp 네가지 판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중 GoGoLive, GoGoLiveUp은 SK 지도 데이타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지원하는 어플이다. 그러나 기대한 GoGoLive는 지도 데이타가 달라졌다는 것을 빼면 GoGo3D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던 중 듣게된 소식이 바로 쇼 네비에 대한 소식이었다. KT도 SKT와 마찬가지로 쇼 네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쇼 네비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4].
쇼네비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알린 것처럼 지난 11일 앱 스토어에 쇼 네비가 올라왔다. 사용자 인증을 위해 먼저 SMS 인증을 수행하고, 지도 데이타를 내려받아야 한다. 문제는 쇼 네비를 받는 사람이 많은 듯 지도 데이타를 받기 무척 어려웠다는 점이다. 나는 3번째 파일, 6번째 파일에서 수도 없이 데이타를 새로 받았다. 이어받기를 지원하면 좋은 텐데 매번 새로 받고 새로 받고를 반복했다.
'내려받기에 계속 실패한 쇼 네비 지도 데이타'(왼쪽). 나는 전날 12시 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시도해서 받았다. '교통 정보를 받아오는 쇼 네비'(가운데). 기능은 조금 부족하지만 기본기는 괜찮다. '도로 위 안내판'(오른쪽). 이런 부분을 보면 나름대로 꽤 신경을 쓴 것 같았다.
또 재미있는 것은 설사 13번째 파일까지 진행해도 때때로 초기화 되는 듯 첫번째 파일 부터 다시 받았다. 여기에 쇼 네비 문제인지 아니면 아이폰 문제인지 불분명하지만 갑자기 팝업 창이 투명해 지는 문제까지 있었다. 결국 이런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다 포기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시도했지만 여전히 지도를 내려받을 수 없었다. 결국 지도를 다 받은 것은 다음 날 오전 9시가 지난 시점이었다.
답이없는 KT
아무튼 다음은 트위터 멘션으로 올라온 트윗들이다. 트윗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도를 내려받을 수 없어 KT에 대한 원망을 토로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받는 중이라는 사람, 계속 실패한다는 사람, 3시간째 받고 있다는 사람, 포기한다는 사람, 5시간만에 받았다는 사람, 무슨 일을 해도 KT는 욕을 먹는다는 사람"까지 지도를 받지 못한 원망이 차고 넘친다.
트위터 불만 보기
문제가 더 많은 공지
지도 데이타 받기 문제는 KT에도 인식한 듯 지난 11일 오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다음과 같은 공지가 있었다.
@supnovah 오늘 출시한 쇼네비 서비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동시접속으로 다운로드가 지연되고있습니다. 서버증설 중이니 복구되는대로 쇼트위터를 통해 공지해드리겠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넘죄송합니다. 10:03 PM Sep 11th
그러나 이 공지도 역시 문제였다. Early_Adapter님이 트위터를 통해 이미 지적했듯 KT는 항상 "예상을 뛰어 넘은 동시접속"이라고 변명한다. 지난 번 3GS를 출시할 때도 그랬고, 아이폰 4 예약 가입에도 그랬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 언제나 KT 예상은 벗어난다. 현재 아이폰 사용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시간차는 있겠지만 이들 모두 쇼 네비를 받을 것은 뻔하다. 또 이 많은 사용자 트래픽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쇼 네비를 출시하는 날 집중될 것은 뻔하다.
그런데 '쇼 네비 지도는 다른 네비 어플과는 달리 이어받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11일 12시쯤에 쇼 네비 출시를 알리고 지도를 다 받은 시간은 다음날 오전 9시를 조금 지난 시점이 었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내려받기를 반복했다. 3에서 멈추다, 6에서 멈추고, 다시 1번부터 받기 시작 또 8에서 멈추고, 또 1번부터 간신히 13번까지 갔지만 또 13번에 멈췄다. 그리고 또 1번.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어받기만 됐다고 하면 이런 문제는 많이 극복할 수 있다. 일단 지도를 내려받은 사람은 또 지도를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빨라져야 한다. 그런데 이어받기가 되지 않아 이런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어야 했다. 과연 이 것이 예상을 뛰어넘는 접속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이것은 준비 부족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따라서 공지 역시 "예상을 뛰어 넘는 동시접속"이 아니라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 서둘러 출시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사과하는 것이 더 나았다.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주 종종 발생한다. 내부 시험과 실제 필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대응은 고객 질타를 피하기 위한 변명 보다는 진실성을 보이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찬진 대표까지 다음과 같은 트윗으로 답했다.
@chanjin 인터넷 사업 경험이 많지 않으셔서? 정말 고객들의 반응이 매번 예상을 훨씬 넘어서? 9:36 AM Sep 12th
아직 KT는 공기업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예전 보다 분명히 나아지고 있지만 일을 처리할 때 세밀함이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또 이런 세밀함 부족을 참지 못하는 고객도 많다. 그러나 고객 대부분은 이런 세밀함 부족은 참을 수 있어도 '진정성이 없는 기업은 참지 못한다'. 기껏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네비 어플을 출시하고 KT가 욕을 먹는 이유는 세밀함 부족이 아니라 진정성 부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어렵게 내려받은 쇼 네비는 어제 '횡성'과 '의림지'를 다녀오며 시험해 봤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기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기본기는 상당히 괜찮은 네비 어플이었다. KT에서 자체 개발했는지 외주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네비 기본이 무엇인지 아는 어플이었다. 아울러 쇼 네비를 될 수 있으면 빨리 공개하려고 한 KT 노력과 고심은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다[5].
- GoGo3D, Mapple3D, G-Map 세개를 모두 설치해서 시험해 보면 다른 두 어플은 GPS를 바로 잡는데 GoGo3D는 수분 뒤에 잡거나 아예 잡지 못했다. ↩
- 네비를 만드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원망이 자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G-Map이 XRoad 제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
- 나중에 쇼 네비에 대한 리뷰를 쓰며 따로 올리겠지만 기본기능을 말한다. ↩
- 이 기사가 뜬 날짜가 9월 3일이고 판번호는 0.0.4였다. 그런데 9월 11일에 출시가 됐다. 그만큼 KT에서 서두른 듯하다. ↩
-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에서 네비를 개발하는 업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일단 GoGo3D부터 위험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