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0%의 가능성

노무현과 정몽준이 후보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당선 가능성은 0%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 그 가능성은 50%가까이 올라간다. 정몽준과 후보단일화에서 이길 가능성도 50% 정도라고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 후보를 누르고 단일화 후보가 된 뒤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25%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라고 불린 유시민 장관이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유시민 전장관은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뒤 김진표 의원과 100분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유시민 전장관은 자신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20%만 되면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겠다'고 했다. 즉, 유시민 전장관은 이번 경쟁방식이 자신에게 20%의 승산은 있는 것으로 봤다는 이야기가 된다.

목차

단일화, 득일까? 실일까?

얼마 전 유시민 전장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충주에서 유시민 전장관의 개소식을 갈 정도로 유시민 전장관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참석한 것은 사자후 TV리포터[1]로 유시민 전장관을 인터뷰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유시민 전장관의 개소식을 참석하기 전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유시민 전장관과 김진표 의원이 후보 단일화에 다시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트위터(Twitter)를 통해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에 대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후보 단일화 소식이 모든 사람들에게 반가운 것은 아니다. 첫 단일화 소식이 나온 뒤 올라온 프레시안의 기사, "김진표-유시민, 단일화 합의…'다행'인가 '퇴행'인가?"를 보면 이런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유시민 전장관과 김진표 의원이 후보 단일화 경쟁 방식에 합의하면서 부터는 오히려 단일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 졌다. 허울 뿐인 유시민 김진표 단일화...라는 글이나 유시민 김진표 단일화의 진실...이라는 글 모두 이런 방식은 유시민이 질 수 밖에 없는 경쟁 방식이라는 것이다.

경쟁 방식을 보면 유시민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단일화 경쟁방식은 국민참여 경선 50%와 여론조사 50%로 진행된다. 조직이 우세한 김진표 의원에게는 국민참여 경선이 유리하고 전국적인 인기가 있는 유시민 전장관에게는 여론조사가 유리하다. 따라서 국민참여 경선 50%와 여론조사 50%는 합당한 결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막을 보면 '유시민 전장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여론조사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 경선
5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한 뒤 '유권자 비례'에 따라 지역, 성, 연령별로 만 5천명의 표본을 추출한다. 선거인단 모집은 인터넷 공인인증서와 휴대폰 인증방식으로 진행하며, 선거공보물과 TV토론등을 통해 정책 비전을 알린 뒤 11~12일 전화로 지지후보를 조사한다.
여론조사
2개의 조사기관을 선정, 오늘 12일 2000명씩 전화로 '한나라당 김문수 도지사와 가상 대결시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조사해 13일 오전 10시에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출처: '유시민-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경쟁방식 합의]

국민참여 경선은 당연히 김진표 의원이 훨씬 유리하다. '유권자 비례'에 따라 '표본을 추출'하기 때문이다. 즉, 각당의 경기도 당원수에 따라 선거인단을 모집한다는 뜻이다. 민주당 경기도 당원은 30만명 가량되며 국민참여당은 만명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숫자만 놓고 보면 국민참여 경선은 30대 1의 싸움이 되는 셈이다. 물론 여론 조사에서 유시민 전장관이 압도적으로 이기면 국민참여 경선의 불리함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구조상 유시민 전장관의 압승은 힘들다. 일반적으로 이런 여론조사는 김문수의 경쟁 상대로 유시민과 김진표 중 누가 더 적합한지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는 '김문수 도지사와의 가상대결'을 통해 경쟁력을 조사한다. 즉, 이 여론조사는 김문수와 유시민 중 누구를 지지하는가?김문수와 김진표 중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묻고 그 결과로 경쟁력을 판단한다.

이렇게 되면 각 후보의 경쟁력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경쟁력을 묻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유시민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이긴다고 해도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게 된다. 즉, 유시민-김진표가 합의한 경쟁방식은 유시민 전장관에게 불리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렇기 때문에 유시민 전장관이 99% 지는 방식이며,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다.

0%과 10%의 가능성

0%의 불가능과 10%의 가능성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을 택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0%의 가능성 보다는 10%의 가능성을 택할 것이다. 유시민 전장관의 경쟁방식 합의 기사를 보고 자연스레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가 떠올랐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과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당선될 가능성은 0%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도는 정몽준 후보를 압도했다. 따라서 정몽준 후보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했다.

노무현 대통령측은 모두 이런 형태의 여론조사 방식을 반대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방식의 여론조사에 찬성함으로서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그리고 TV토론 뒤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를 누르고 단일화 후보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방식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의 정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건 승부수였다.

후보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당선 가능성은 0%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 그 가능성은 50%가까이 올라간다. 정몽준과 후보단일화에서 이길 가능성도 50% 정도라고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 후보를 누르고 단일화 후보가 된 뒤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25%가 되는 셈이다. 또 설사 노무현 대통령이 단일후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회창 보다는 나은 정몽준이라는 차악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했고 결국 16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유시민 전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라고 불린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런 고민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유시민 전장관은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뒤 김진표 의원과 100분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유시민 전장관은 자신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20%만 되면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겠다'고 했다. 즉, 유시민 전장관은 이번 경쟁방식이 자신에게 20%의 승산은 있는 것으로 봤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시민 전장관이 경기도지사 단일후보가 되면 김문수와 50대 50의 박빙의 승부가 가능하다. 유시민 전장관의 인기와 민주당이라는 조직이 합쳐지면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를 누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시민 전장관이 김진표 의원과 단일화하지 않으면 당선 가능성은 0%이다. 이 것은 어떤 후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일화하면 50%로 올라가며, 유시민 전장관이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20%라면 결국 유시민 전장관도 0%의 불가능 보다는 10%의 가능성 택한 결정이었다.

노무현-정몽중 단일화에서 정몽준측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다. 정몽준의 지지세력은 이회창도 싫고 노무현 대통령도 싫은 사람들이 었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정몽준과는 달리 흔들리지 않는 적극적 지지세력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해도 그 지지를 바꿀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사람은 전략을 펴기 쉽다. 상대의 지지세력을 끌어오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몽준은 어떤 방법을 써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끌어올 수 없었다. 그 결과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유시민 전장관도 비슷하다. '30대 1일의 승부'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유시민 전장관의 지지세력은 아주 확고한 적극적 지지세력이라는 점이다. 국민참여당에서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유시민 전장관을 지지하는 세력은 의외로 많다. 즉, 눈으로 보이는 수는 30대 1일지만 그 안쪽을 들여다 보면 최대 4대 1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시민 전장관은 어찌보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던진 승부수이다. 유시민 전장관이 단일화 후보가 되지 못하면 국민참여당의 앞날 그 자체가 불투명해 진다. 여기에 유시민 전장관은 열린우리당, 개혁당, 통합민주당에 이어 국민참여당으로 갈아탄 상태다. 따라서 국민참여당이 무너지만 정치적 거취가 상당히 힘들어 진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전장관이 던진 승부수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운명은 종종 이런 승부사의 손을 들어준다'. 약자가 역사의 주인될 수 있는 것은 운명은 종종 이런 승부사의 손을 들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시민 전장관이 지는 게임을 했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이런 승부의 시계추를 돌리기 위해 지금이라도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모집을 널리 알리는 것이 낫다. 5월 5일부터 5월 10일까지 5일간 모집하기 때문에 경기도민이라면 빨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경기도지사 국민참여경선선거인단 등록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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