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와 사과

용산참사에 대한 사과도 없었지만 조선족이나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같은 사고로 죽어도 우리나라 정부가 대통령, 총리, 장관까지 나서서 사과한적은 없다. 이명박의 사과가 불편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런 사과나 조치가 있는 사람, 있는 나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힘없는 사람들은 내국인이 아니다. 언제나 외국인일 뿐이다.

얼마 전 시제에 다녀왔다. 시제에는 부산에 사시는 작은 당숙께서도 오셨다. 이때 들은 소식이 바로 부산 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다음 날 충주로 복귀했지만 정작 이 자세한 소식을 접한 것은 바로 어제 MBC 뉴스데스크였다. 우리나라의 사고는 대부분 인재다. 흔히 안전 불감증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니다. 마땅이 있어야할 시설 조차없는 우리 시스템의 문제다.

MBC 뉴스데스크를 보다 보니 처음에는 "살수기가 동작하지 않았다"는 발표에 이어 아예 "살수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은 황당해 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정부에 안전대책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100명이 죽는 것 보다 일본인 한명이 죽는 것이 안전대책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인의 화재 사고를 듣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에서 만난 하토야마 일본 총리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등을 약속했다고 한다. 또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얼마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일인가"라고 하며 "무엇보다 화재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어 병원으로 유족들을 찾은 정운찬 총리는 무릎을 꿇고 "이국땅에서 불의의 사고로 망연자실하실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유감을 표한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어 사고에 관련이 있는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 문화광광부등 관련 부서도 아주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사고 직후부터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과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출처: 무릎 꿇은 정운찬, 일본 언론도 놀라]

또 유인촌 장관은 관광담당 장관으로서 "애통한 심정을 금할길이 없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 사고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모든 일이 사고가 나고 딱 이틀만에 이루어진 조처다. 일본인 유족들은 "유족체제비, 운구비, 병원비등을 한국측이 먼저 부담한 뒤 책임 소재에 따라 정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이런 조치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니 이런 빠른 대응은 오히려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소식을 듣는 내내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 바로 때문이다.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10개월이 다되어 간다. 단 하루만에 외국인 사건에 대해 사과와 보상책, 대응책을 강구한 이명박 정부는 아직까지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 정운찬 총리가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유족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 이후 용산참사에 대한 어떤 대책도 나온 것이 없다.

지난 10월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방문한 정운찬 국무총리(왼쪽)는 양반다리로 앉아 입장을 발표했다. 부산화재와 관련해 일본인 유가족들을 향해 무릎을 꿇은 모습(오른쪽)과 대조적이다. ⓒ뉴시스

용산참사에 대한 사과도 없었지만 조선족이나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같은 사고로 죽어도 우리나라 정부가 대통령, 총리, 장관까지 나서서 사과한적은 없다. 이명박의 사과가 불편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런 사과나 조치가 있는 사람, 있는 나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힘없는 사람들은 내국인이 아니다. 언제나 외국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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