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사 360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을 올리고 생각해 보니 제가 지난 5년 동안 비판에 자유로운 고발 프로를 볼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도 언제나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처리한 한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섞인 프로를 보면서 그 사람을 욕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욕을 먹었던 사람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사 프로가 사라지는 KBS

시사 360시사 투나잇이라는 프로그램의 후속 프로그램입니다. 첫회 방송에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미네르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나온 것첫럼 미네르바를 어둡고 음습한 실루엣 처리를 함으로서 미네르바가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미네르바가 대부분 맞았지만 IMF 스와핑 예측은 틀렸다며 미네르바의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예측을 물타기 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시사 360 PD의 해명입니다.

방송에서 ‘미네르바는 한국은행과 IMF의 달러 스와프에 대해 언급했지만 사실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미네르바가 그런 주장을 한 사실이 없다”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미네르바 역시 글을 통해 “자신은 FRB (통화) 스와프를 말한 적은 있어도 IMF와 스와프를 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해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책임프로듀서는 “네티즌들 마음에 쏙 드는 표현은 아니었다”면서도 “미네르바의 글을 여러 번 읽어봐도 결국 IMF와 통화 스와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했던 것이라고 제작진은 방점을 찍었다. 그의 예측이 탁월하긴 하지만, 100% 맞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IMF 통화 스와핑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 자의적 해석을 기반으로 "틀렸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PD의 변명은 사실 너무 옹색합니다. 저는 서현철 책임 프로듀서가 과연 시사 프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인지 부터 궁금해 집니다. 이런 시사 프로는 자의적 해석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자의적 해석과 그에 따른 결론이라니요? 더구나 미네르바에 대한 부분은 사실 의제 설정이 틀렸습니다. 미네르바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미네르바의 예측이 틀렸느냐 맞느냐가 아닙니다.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공권력이 제한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그러나 이 의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네르바를 범죄자로 묘사하기 위한 방송이라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2회에는 조금 나아질까 했지만 역시 똑 같습니다. 2회에는 최근 불거진 문근영 좌파 논란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지만원씨의 일방적 주장만 방영하는 작태를 보입니다. 이 문제 역시 문근영이 옳으냐 지만원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가족사까지 색깔론으로 들고 나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기본 의제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구로공단 사장들을 만나는 부분도 있더군요. 'Slow help is no help'라는 말을 가지고 웃고 떠드는 경제 사범들의 모습을 그토록 착실히 비추는 것이 과연 시사 프로의 지향점인지 궁금해 지더군요.

KBS의 사장이 바뀐 뒤로는 KBS에서 시사 프로는 모두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MBC 100분 토론과 더블어 쌍벽을 이루던 심야토론도 이번 주는 결방했더군요. 수요일에 방영되던 추적 60분은 금요일로 방송 시간이 이동했습니다. 금요일에 방영하던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은 방영일이 잡혀있지 않습니다. 정기적인 개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권이 KBS 사장을 교체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최초의 대통령

KBS의 시사 프로들이 서서히 자리를 잃어 가는 것을 보니 한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조중동의 끝없는 물어 뜯기에도 공권력 보다는 법적으로 대응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도 묵묵히 받아드린 사람이 있습니다. 너무 인간적이고 너무 직설적이었기에 수없이 많은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은 사람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최초의 대통령. 바로 노무현입니다.

그래서 그가 더욱 그립습니다. 그의 지지자도 아니고 그의 신자유주의 몰입에 수없이 많은 비난을 퍼부었던 저 이지만 이제는 그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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