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28. 건전지 by 도아
듀라셀, 로케트, 선파워를 생산하는 로케드
듀라셀, 로케트, 썬파워 모두 로케트 전기에서 생산한다. 따라서 국내 시장은 에너자이저, 벡셀, 듀라셀 3개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면된다. 로케트가 점령하고 있던 시장을 치고 올라왔던 썬파워, 듀라셀이 점령하고 있던 시장에 치고 들어온 에너자이저, 새로운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지금 로케트 건전지 점유율을 급추격하고 있는 벡셀, 이 세개 브랜드는 특징이 한가지 있다. 세 건전지 모두 단단한 스테인레스와 같은 외피를 노출하는 깔끔한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전지하면 떠 오르는 제품은?
아마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건전지[1]라고 하면 지금도 로케트 건전지를 떠 올린다. 어렸을 적 볼 수 있던 건전지는 로케트 건전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AA 사이즈와 AAA 사이즈가 주로 사용됐지만 당시에는 지름 5cm 정도, 높이 10cm 정도되는 상당히 큰 건전지가 주로 사용됐다.
지금은 크기는 작아도 건전지의 수명은 길다. 그러나 당시 건전지는 덩치만 컷지 용량은 그리 크지 못했던 것 같다. 라디오도 흔치 않은 시절이니 주변에서 건전지를 보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따라서 길거리에서 건전지를 주우면 꼭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당시 건전지는 단순히 라디오와 같은 전자기기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아니었다. 놀이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건전지는 아주 좋은 놀이감이었다.
건전지를 뜯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당시 건전지는 가장 바깥쪽에 비닐이 있고, 그 안쪽에 브랜드를 알 수 있는 얇은 종이가 입혀져 있었다. 이 종이를 벗기면 얇은 철판이 있다. 그런데 옆면의 철판과 밑면의 철판이 지금의 건전지처럼 잘 물려있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사용하다 보면 액체(전해질)가 흘러 나오는 때도 종종 있었다. 이 철판을 벗기면 다시 검은색 흑연 가루 같은 것이 나온다. 이 흑연 가루를 털어내면 건전지의 양극을 이어주는 연필심과 같은 막대가 나온다.
일단 철판은 모두 벗겨서 평평하게 펴서 모은다. 이렇게 모은 철판을 고물 장수에게 주면 엿으로 바꿔줬다. 당시에는 금속이 귀했고 거의 모든 금속을 고물장수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또 가운데 연필심처럼 생긴 부분은 들고 다니면서 벽에 낙서를 하는데 사용했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화이트 보드가 있지만 당시는 물자가 귀할 때라 벽에 낙서할 도구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전지는 로케트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로케트 건전지 보다 세련된 디자인의 건전지가 출시된다. 바로 서통의 썬파워 건전지이다. 서통은 수출입무역을 주로하던 서울통상주식회사가 가발 수출이 시들해 지자 77년 사명을 서통으로 바꾸면서 출시한 건전지이다. 그리고 썬파워 건전지는 로케트 건전지 보다 나중에 출시됐지만 로케트 건전지와 함께 국산 건전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국산 건전지는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국내 브랜드인 로케트 건전지와 썬파워 건전지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토종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에너자이저와 듀라셀이라는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점령한다. 서통은 96년은 썬파워의 상표권과 영업권을 800억에 듀라셀에 넘기고 외국업체에 건전지를 납품하는 OEM 업체로 바뀐다.
후에 질레트에서 듀라셀을 인수하고 질레트에서 다시 로케트까지 인수한다. 이로서 국내 건전지 시장은 질레트의 독과점 체제가 구축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건전지 업체인 에너자이저에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진출 첫해에 국내 건전지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한편 서통은 납품하는 OEM 물량이 줄어 들자 1999년 다시 벡셀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고 2002년에 벡셀을 분사 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6년 로케트 전기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전지 시장의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순위 | 브랜드명 | 점 유 율 | ||
---|---|---|---|---|
2006년 | 2005년 | 2004년 | ||
1위 | 에너자이저 | 40.4 | 36.6 | 36.4 |
2위 | 로케트 | 22.3 | 27.4 | 28.3 |
3위 | 벡셀 | 17.9 | 17.0 | 16.9 |
4위 | 듀라셀 | 8.3 | 7.4 | 7.7 |
5위 | 기타 | 6.4 | 7.0 | 6.2 |
6위 | 썬파워 | 4.8 | 4.7 | 4.5 |
주1) 상기 자료는 A.C 닐슨 자료를 참조하였으며, Brand별 점유율임 주2) 상기 브랜드 중 썬파워, 듀라셀 또한 당사가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기준에서 본 당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35.4%임 |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로케트 건전지의 점유율이 '2위'이며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생각한 썬파워 건전지도 점유율이 낮기는 하지만 4%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로케트, 듀라센, 썬파워 모두 로케트 전기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미지수인 듀라셀
건전지 광고로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은 역시 에너자이저의 백만돌이다. 건전지가 발굽혀 펴기를 하면서 백만 하나, 백만 둘하면서 건전지의 수명이 오래 가는 것을 강조한 광고이다. 그러나 다른 회사의 광고 중에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듀라셀에서는 토끼 인형이 듀라셀 건전지를 매고 매트릭스의 한장면을 연출하지만 에너자이저처럼 뇌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듀라쎌에서는 듀라셀 울트라를 출시했다. "더 이상 오래가는 알카라인 건전지는 없다"라는 슬로건처럼 정말 오래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나 새로 출시된 건전지도 듀라셀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달라진 것은 중간부분의 파란색 띠와 울트라라는 글 정도.
기존의 디자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 파란색 띠만으로 이 건전지가 새로운 건전지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듀라셀 울트라로 시장을 다시 빼았고 싶다면 이 보다는 차이가 나는 디자인을 선택했어야 옳지 않을까 싶다.
듀라셀, 로케트, 선파워를 생산하는 로케드
듀라셀, 로케트, 썬파워 모두 로케트 전기에서 생산한다. 따라서 국내 시장은 에너자이저, 벡셀, 듀라셀의 3개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면된다. 로케트가 점령하고 있던 시장을 치고 올라왔던 썬파워, 듀라셀이 점령하고 있던 시장에 치고 들어온 에너자이저, 새로운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지금 로케트 건전지 점유율을 급추격하고 있는 벡셀, 이 세개 브랜드는 특징이 한가지 있다. 세 건전지 모두 단단한 스테인레스와 같은 외피를 노출하는 깔끔한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자이저에 비해 점유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듀라셀에 비해 벡셀 점유율이 더 높다. 또 대부분의 건전지가 소배되는 대형할인점의 판매율이라는 점이 더 깊은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림출처: [커버스토리] 글로벌 브랜드 넘어야 내가 산다 ②]
가장 왼쪽이 에너자이저, 두번째가 삼성물산 플레오맥스, 세번째가 듀라셀, 네번째는 전자제품을 구입하면 가끔 껴오는 McNair. 에너자이저와 듀라셀의 성능 차이는 별로 없다. 그러나 디자인면에서 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McNair을 빼면 듀라셀의 디자인이 가장 떨어져 보인다. 플레오맥스도 외피를 완전히 감싼 디자인이지만 듀라셀 보다는 훨씬 밝아 보인다.
반면에 한때 시장의 지배자였지만 지금은 2인자가 된 로케트 건전지와 듀라셀은 외피를 모두 자사의 로고 감싼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건전지의 수명은 다들 큰 차이가 없다. 일부 중국산 제품은 수명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어느 정도 가격이 되는 국내 제품들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또 일반인이 이들 건전지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면 결국 건전지의 주 구매자인 주부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브랜드나 눈에 띄는 사은품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에 앞설 수 밖에 없다.
듀라셀(왼쪽)과 McNair(오른쪽)
네 개 건전지의 건전지 초기 상태를 검사해 봤다. 초기 상태라서 그런지 네 제품 모두 상태는 좋다. 에너자이저가 약간 떨어지는 것 같지만 이 상태가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사용상 큰 문제는 없다. 따라서 건전지추천은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듀라셀 울트라를 잠깐 사용해 본 소감은 이렇다. 어차피 건전지의 성능은 모두 비슷하다. 그렇다면 꼭 듀라셀을 택할 이유가 있을까? 일단 디자인이 떨어진다. 신제품이지만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가 거의 없다. 로케트, 듀라셀, 선파워를 모두 로케트 전기에서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을 제외한 이들 제품과의 차이도 없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듀라셀이 다시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한다.
남은 이야기
보통 전지는 한번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지로 나뉜다. 여기서 건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에 해당된다. 또 건전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른 전지를 말한다. 배터리에서 전해질 용액을 사용하는데 반해 전해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전지를 배터리라고도 하는데 배터리는 하나 이상의 셀을 사용한 전지를 말한다.
- 요즘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는 건전지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난 건전지에서 액체가 줄줄 흘러 나오던 시절 부터 로케트 건전지를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