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27. 청룡열차 by 도아
추억의 청룡열차
태어나서 처음 타본 놀이기구가 청룡열차다. 지금의 롤러코스터와 비슷한 놀이기구다. 물론 롤로코서터처럼 회전하지는 못한다. 그냥 높게 오른 뒤 중력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이 놀이기구를 타러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이 때문에 어린이날처럼 사람이 모이는 날은 줄이 어린이 대공원 밖까지 늘어선다. 처음 타본 놀이기구, 살면서 딱 한번 밖에 타본적 없는 청룡열차. 그러나 내 추억 깊은 곳에 자리한 놀이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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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공원 청룡열차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지금은 잠실 롯데월드, 용인 에버랜드, 과천 서울랜드 등 놀이기구를 타고 놀 수 있는 곳이 정말 많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이런 놀이시설은 딱 한곳에 있었다. 바로 어린이 대공원이다. 지금은 놀이기구를 타러 어린이 대공원에 가는 바보 같은 사람은 없겠지만 당시 어린이 날이나 휴일에는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청룡열차였다. 지금의 롤러쿼스터라고 보면 되지만 지금처럼 공중에서 회전을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장치는 아니었다. 단순히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정도였다. 서울이라고 하면 청룡열차를 이야기할 정도로 초기에 도입된 이 놀이 기구는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정확하게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님께서 중동 건설붐을 타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오신 직후이기 때문에 아마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집에서 김밥을 싼뒤 버스를 타고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했다. 당시 살던 곳이 면목동이었기 때문에 실제 어린이 대공원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상당히 먼 거리라고 생각했다.
인산인해
처음 와본 어린이 대공원은 정말 인산인해였다. 동물원도 있고 청룡열차와 같은 놀이기구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룡열차. 너무 많은 사람들이 청룡열차를 타려고 하다 보니 놀이장 주변을 빙빙돌아 놀이장 밖으로 빠질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간단히 동물구경을 하고 청룡열차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줄이 정말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긴 줄은 두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어렸기 때문에 더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한시간 정만 기다리면 그토록 고대하던 청룡열차를 탈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처럼 하늘을 도는 그런 청룡열차는 아니다. 1973년 어린이 대공원에 처음 도입된 청룡열차는 사진처럼 작은 기차에 어깨를 감싸는 안전장치도 없는 그런 열차였다. 높은 곳에 올라가 떨어지기만 하는 간단한 놀이기구지만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사진출처: 퇴역한 청룡열차]
새치기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부모님과 누나, 동생이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줄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 저기서 새치기를 하고 있었다. 특히 새치기를 하다 줄을 관리하는 경비 아저씨게 걸린 한 아저씨는 돈을 찔러 넣어 주며 새치기를 부탁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 어른들의 어른 답지 못한 행동. 나이는 어려도 당돌했던 나로서는 그런 아저씨가 마땅치 않았다.
아저씨. 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새치기를 하면 어떻게해요? 나이를 드셨으면 나이다운 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용기를 내서 이야기했다. 조그만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 당하자 화가난 아저씨는 "눈알을 뽑아 버리겠다"며 쫓아 왔다. 물론 줄을 세우던 경비 아저씨가 말리고 잽싸게 도망친 덕에 그 아저씨에게 걸려 두들겨 맞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는 저런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데나 종이를 버리는 사람, 줄을 서지않고 새치기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고성방가를 일삼는 사람. 아무데나 노상방뇨를 즐기는 사람. 그러나 요즘은 이런 사람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사 처에게 줄을 서게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도 눈치가 보이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국민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권력, 재벌, 언론이다
나라가 살려면 경제가 살아야 한다. 경제가 살려면 정치가 살아야 한다. 정치가 살려면 언론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정치를 살릴 언론이 없다. 원칙없는 우리사회의 가장 슬픈 단면은 바로 정치를 살릴 수 있는 언론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언론은 이미 철저하게 재벌과 권력의 지배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모욕죄와 같은 자갈을 물린다면 인터넷 여론 역시 권력과 재벌의 지배를 받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