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23. 여드름 by 도아
여드름과 호랑이 기름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외삼촌을 보자 순식간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집에는 아버님이 사우디아라비아 다녀 오시면서 사온 호랑이 기름이 있었다. 지금도 타박상에 잘 듣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타박상에 쓰는 최고의 명약이었다.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아버님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오신지 한 2년 정도 지난 상태지만 아직도 집에 호랑이 기름이 남아 있었다.
동생은 예쁘게 생겼다. 아마 평생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미 40대 중년의 아주머니가 됐지만 여전히 예쁘다는 소릴 듣는다. 그러나 그렇게 예쁜 동생도 항상 날 부러워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파마를 하지않아도 파마처럼 부드러운 곱슬머리. 하얂고 매끄러운 피부. 남자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털이 없는 다리다. 그래서 항상 하는 불만이 "왜 나한테 와야할 것이 오빠한테 갔느냐"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학창시절 여드름도 거의 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평생 다섯 개 미만이 난 것 같다.
여드름이 나지 않으니 집에서 걱정을 하신다. 어릴때 여드름이 나지 않으면 나이들어서 난다는 것. 그러나 여드름이 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긴 났지만 수가 워낙 적고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부분에만 났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점은 온 가족이 비슷하다. 그래서 동생도, 누나도 여드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부모님도 비슷하다.
그런데 외삼촌은 달랐다. 어머니와 한 피를 나눈 형제인데 정말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여드름이 많이 났다. 눈꺼플에도 여드름이 있으니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외삼촌의 근심은 역시 여드름.
어렸을 적에는 문방구에서 파는 주사기로 누나에게 주사를 놓다가 누나를 병원에 가게 만들 정도로 실험 정신이 강했다. 황산을 손으로 찍고 혀로 맛보기도 했다. 선생님은 거의 기절하시려고 했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아마 산도가 낮았던 것 같다. 또 지금도 건전지가 남아있는지는 혀로 확인한다. 이런 버릇때문에 100V 전기를 혀로 댄적도 있다.
이 정도면 실험 정신으로 끝나지만 여기에 장난기가 아주 심했다. 교육과 현실 - 선생님에 대한 작은 추억(체벌 교사 I)에서 설명한 것처럼 벌을 잡아 기절시킨 뒤 앞자리 앉아 있던 친구 귀에 올려 놨다가 수학선생님께 죽도로 맞은 적도 있다. 그러나 타고난 장난기는 지금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아무 일이 없어도 내가 웃으면 아는 사람은 모두 걱정을 한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외삼촌을 보자 순식간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집에는 아버님이 사우디아라비아 다녀 오시면서 사온 호랑이 기름이 있었다. 지금도 타박상에 잘 듣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타박상에 쓰는 최고의 명약이었다.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아버님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오신지 한 2년 정도 지난 상태지만 아직도 집에 호랑이 기름이 남아 있었다.
바로 이 호랑이 기름과 쥐똥을 버물여 여드름 특효약을 만든 것이다. 워낙 귀한 약재라 함부러 많이 사용할 수는 없어서 다른 크림제와 호랑이 기름, 쥐똥을 섞었다. 그리고 외삼촌을 만나 옆집 형이 이 연고를 바르고 여드름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 특기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잘하는 방법도 써볼까 싶었지만 따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쓰지는 않고 있다.
도아: 삼촌, 호랑이 기름이 좋은 것은 알고 있지?
삼촌: 응.도아: 그런데 이것은 독해서 얼굴에 바르기 힘들거든. 그래서 검은 색 중화제(쥐똥)와 여성 피부에 좋은 크림을 섞어 만든 여드름 특효약이 바로 이 다지네야.
도아: 여드름이 다 사라진다. 다지네. 여드름을 다진다. 다지네. (다 지네 독이다) 다지네.도아: 다만 호랑이 기름때문에 처음 바르면 얼굴이 조금 쓰라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원한 느낌이 오거든. 이때까지 바르고 있으면 돼.
내 거짓말에 깜박 속은 외삼촌은 여드름을 없앨 욕심으로 내가 만든 가짜 여드름 특효약을 얼굴에 발랐다. 실제 호랑이 기름을 얼굴에 발라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거의 참기 힘든 통증이 얼굴 전면을 강타한다. 그러나 미리 이야기 해 두었기 때문에 삼촌은 한 십여분 정도 고지식하게 통증을 참았다.
삼촌: 야. 언제쯤 시원해 지니?
도아: 몰라. 옆집 형은 한 30분 정도 지나니 시원해 졌다고 하던데...
결국은 못참고 삼촌은 목욕탕으로 들어가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나와서 날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아: 삼촌이 시원한 느낌이 오기전에 씻었기 때문에 나을지 낫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주일 정도 기다려봐.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말 일주일 정도 기다리자 얼굴에서 여드름이 씻은 듯이 사라진 것이었다. 호랑이 기름의 독기가 여드름을 다 죽인 것인지 쥐똥이 약효를 발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Chuky1님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얼마 전 QAOS.com의 게시판에 올린 고민이 올라왔다. 바로 여드름에 대한 고민이었다. 30대 중반에 여드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니 안스러웠다. 또 특효약을 찾고 있는 것을 보니 예전의 외삼촌이 생각났다. 그러나 주변에 나 같은 조카가 없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