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별미, 오징어 통구이 by 도아
오징어 통구이
대게처럼 비싸지는 않지만 대게와 비슷한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오징어 통구이이다. 오징어로 대게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면 다들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음식을 좋아하고 따라서 어패류도 상당히 많이 먹어 봤다. 그런데 대게, 꽃게, 랍스타, 오징어가 모두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대게, 꽃게, 랍스터는 비슷한 족류이기 때문에 맛이 비슷할 수 있지만 오징어의 맛까지 비슷하다고 하면 이상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이다.
음식궁합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따라서 함께 먹어 좋은 음식이 있고 함께 먹다가 크게 당하는 음식도 있다. 이런 궁합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먹어서 좋은 음식이 있고 좋지 않은 음식이 있다. 이런 음식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은 역시 전라도다. 전라도의 허름한 한 식당에서 맛본 김치찌개의 맛은 여지껏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었다. 어느 곳을 가도 최소한 맛없다는 느낌이 드는 곳은 드문 곳이 전라도 이다.
반면에 경상도와 강원도는 음식이 맛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얼마 전에 올린 문경 종합 온천 - 충주 이야기 47라는 글에 댓글이 하나 올라왔다. 경상도에서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글이었다. 사실이다. 그러나 경상도에도 맛있는 집은 있다. 다만 외지 사람은 찾기 힘든 일일뿐.
강원도도 관광지로 개발되서 체인도 많고 음식점도 많지만 맛있는 곳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역시 모든 음식점이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체인으로 개발되었고 체인에서는 원래의 맛을 보기는 힘들지만 강원도 태백의 닭갈비는 일반 닭갈비와는 달리 볶음이 아니라 전골 형태로 나오는 음식이고 매콤하며 담백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참 맛은 체인이 아니라 직접 가서 맛보는 것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태백 닭갈비는 춘천 닭갈비처럼 철판에 볶는 닭갈비가 아니다. 닭도리탕이라고 하는 닭 매운찜과도 다르다. 닭 전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매콤하며 담백한 닭갈비이다.
오징어 통구이
그러나 굳이 이런 음식점을 찾지않아도 경상도와 강원도는 따로 요리가 필요없는 참 맛을 제공하는 음식이 많다. 구룡포 대게도 비싸기는 하지만 그런 맛을 제공하는 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대게처럼 비싸지는 않지만 대게와 비슷한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오징어 통구이이다.
오징어로 대게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면 다들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음식을 좋아하고 따라서 어패류도 상당히 많이 먹어 봤다. 그런데 대게, 꽃게, 랍스타, 오징어가 모두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대게, 꽃게, 랍스터는 비슷한 족류이기 때문에 맛이 비슷할 수 있지만 오징어의 맛까지 비슷하다고 하면 이상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이다.
대게, 꽃게, 랍스타의 맛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 맛이다. 대게도 꽃게도 랍스타도 마찬가지지만 게살만 먹어서는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게를 먹으면서 게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게 내장을 소스로 찍어 먹어야 한다. 그런데 내장의 맛은 대게, 꽃게, 랍스터 모두 비슷하다. 아마 바다에 살며 먹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 장맛은 오징어도 비슷하다.
보통 오징어는 회로 먹거나 말려 먹는다. 그 외에 반건조 오징어, 오징어 젓갈등 상당히 다양한 방법으로 오징어를 먹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오징어의 내장을 먹지는 않는다. 따라서 오징어의 장맛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징어의 장맛을 보면 대게나 꽃게와 거의 비슷하다.
강원도는 오징어가 상당히 많이 난다. 오월이 제철이라고 하며 오월에 가면 만원에 20마리, 작황이 좋을 때는 만원 50마리 까지 준다고 한다(판매상의 이야기). 보통 오징어는 회를 뜨거나 젓갈을 담구거나 말려 먹는다. 그러나 이렇게 먹는 것 보다는 이 오징어를 통으로 구워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숯불에 오징어를 통으로 구워 먹으면 회로 먹는 것 보다 훨씬 맛있다[1].
먼저 통구이로 사용할 수 있는 오징어는 회로 떠서 먹는 오징어에 비해 훨씬 작은 오징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큰 오징어는 오징어 통구이에서 가장 중요한 오징어 내장이 굽는 도중 빠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이용 오징어는 손가라 두개 정도의 굵기도 크기는 몸통의 크기만 10cm 내외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굽는 방법
먹는 방법은 센 숯불에 오징어를 차례로 올려 두고 오징어를 뒤집어 가며 골고루 굽니다. 일단 오징어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오징어를 가위로 순대를 자르듯 자른다. 중요한 것은 오징어를 완전히 잘라 토막을 내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부분은 남겨서 떨어지지 않도록 잘라야 한다. 그 이유는 완전히 자르게 되면 오징어의 내장이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2].
지난 번 강원도에 다녀오면서 사온 오징어이다. 5월에 가도 작황이 좋지 않아 무척 비쌌는데 이 날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10마리에 만원으로 비교적 쌌다. 다만 오징어의 크기는 구워 먹기에는 조금 큰 편이었다. 오징어 통구이는 상당히 센 불로 골고루 익혀야 한다. 겉이 노릇 노릇하게 익으면 이때 오징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자르면 내장이 빠질 수 있으므로 1cm 정도 남기고 자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자른 상태에서 내장이 완전히 익을 수 있도록 다시 구운 뒤 내장이 다 익으면 오징어의 남아 있는 부분을 잘라낸다. 이렇게 잘라내면 옛날 순대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차이가 있다면 돼지곱창 대신에 오징어 껍데기가 사용되며, 야채와 돼지피 대신에 오징어 내장이 있는 정도다. 이렇게 익은 오징어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오징어와 내장맛이 어울어진 오징어 통구이를 맛볼 수 있다[3].
내장맛이 비리지 않을까 싶고, 먹물까지 함께 먹어야 하기 때문에 비위가 약한 사람은 꺼려진다[4]. 그러나 생긴 것과는 달리 먹어 보면 상당히 맛있다. 더우기 게의 내장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게의 내장과 비슷한 맛 때문에 오히려 더 친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구운 오징어는 먹기에 다소 빡빡한 감이 있다. 그러나 오징어 통구이는 내장이 오징어 소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먹기 훨씬 부르럽다. 따라서 오징어의 씹히는 맛과 내장이 어우러진 오징어 통구이는 싸게 먹을 수 있는 별미 중 하나다[5].
남은 이야기
'세계 음식 문화의 원류'는 우리 나라라는 이야기가 있다. 음식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보통 중국, 일본, 프랑스를 꼽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우리 나라가 세계 음식 문화의 원류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린다. 나도 들은 이야기이고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무엇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백제가 망한 뒤 당나라는 백제의 귀족을 사천땅에 모여 살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백제의 귀족 음식과 사천의 토착 음식이 만나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천 요리라고 한다. 사천 요리는 다른 중국 음식에 비해 우리 나라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데 그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한다. 세계 삼대 음식 문화가 중국, 일본, 프랑스이고 그 중국 요리의 대표가 사천 요리인데 이 사천 요리의 원류가 우리 나라라고 하면 세계 음식 문화의 원류 중 하나가 우리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다.
오징어 통구를 맞본 계기는 바로 매제 덕이다. 보통 우리 가족과 매제 가족은 겨울에 함께 강원도에 놀러 가곤 했다. 강원도에 가면 의례 먹는 것이 회인데 하루는 매제가 유독 오징어에 집착을 했다. 회를 사면서도 회를 고르는 기준이 오징어를 많이 주는 집이었다. 결국 오징어 10마리를 서비스로 받기로 하고 회를 샀는데 오징어 10마리로는 부족한 듯 오징어만 파는 곳에서 작은 오징어 20마리를 만원에 사왔다.
오징어에 집착하는 이유를 묻자 "먹어 보면 안다"고 해서 콘도에서 숯불을 피고 오징어 통구이를 먹었다. 결과는 오징어 통구이 30마리를 먹느라 회는 모두 남겼다. 따라서 회와 함께 샀다면 오징어 통구이 보다는 회를 먼저 먹고 통구이를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