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우영이를 보면 내가 자랄 때와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에는 학교 수업외에 다른 공부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 겨울이라고 해도 밖에서 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도 사정이 그리 좋지 않고 흙을 만지며 노는 때가 많아 겨울에는 손발이 트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나도 비슷했다. 꼭 철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 겨울 놀이 중 가장 많이 한 놀이는 역시 연놀이였던 것같다.

요즘 우영이는 학교에 갔다 온 뒤 꼭 TV 켜고 누워서 비디오를 보곤한다. 예전 같으면 밖에서 뛰어 놀텐데 요즘은 밖에서 뛰어노는 일이 많지 않다. 우영이를 불러서 물어 보니 '함께 놀친구가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영어 수업이 초등학교 3학년에서 2학년으로 내려옴에 따라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우영이도 태권도 학원, 미술 학원을 다니고 있다. 학원에 보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밖에서 놀 수 있으면 밖에서 놀도록 하고 싶지만 그게 여의치가 않다. 결국 우영이에게 물어본 뒤 우영이도 다음 달부터 영어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우영이를 보면 내가 자랄 때와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에는 학교 수업외에 다른 공부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 겨울이라고 해도 밖에서 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도 사정이 그리 좋지 않고 흙을 만지며 노는 때가 많아 겨울에는 손발이 트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나도 비슷했다. 꼭 철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 겨울 놀이 중 가장 많이 한 놀이는 역시 연놀이였던 것같다.

연날리기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은 모두 가게에서 사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각자 만들어 썼다. 따라서 연도는 직접 만들어 썼고 얼래는 아버님이 만들어 주셨던 것 같다. 방패연이 수직으로 높이 나르지만 방패연은 수평을 잡지 못해 주로 가오리 연을 만들어 썼던 것 같다. 일단 동네 뚝방으로 간다. 동네 뚝방에는 나 말고도 근처에서 먼저 온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옆에 아이들과 연싸움을 하는 때도 있지만 연하나 만들어 날리다 잃어 버리면 그 피해가 크기 때문에 연싸움을 즐기는 아이는 많지 않았다. 따라서 연을 날리면서 주로 하는 놀이는 연실에 종이를 달아 연으로 보내는 편지가 가장 많았다. 추운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함께 연을 날리다 보면 하루가 가는 것도 금방이었던 것 같다.

자치기

꼭 겨울 놀이는 아니지만 겨울에 많이 하는 놀이로 자치기가 있다. 한뼘정도 작은 잣을 긴 막대로 처서 날린 뒤 그 치수가 얼마인지 얘기하고 그 치수가 맞는지 잰 뒤 치수가 맞으면 맞은 대로 잣을 친 사람이 먹고 치수가 틀리면 술래가 다시 잣을 치는 놀이다. 이 놀이는 아이들 행동 발달에 정말 좋은 놀이라고 생각한다. 두명이서 해도 되고 여러 명이 팀을 이뤄해도 되는 자치기는 아이들의 순발력을 키워줄 수 있고 판단력과 협동력까지 키워줄 수 있는 우리의 전통놀이였다. 겨울에 주로하는 이유는 잣을 날리고 받을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잣을 치는 것이 아니라 다리 아래로 팔을 넣어 치기로 하고 뒤돌아서 치기도 하는 등 응용 동작도 꽤 많았던 것 같다.

막대로 작은 잣을 치고 튀어 오른 잣을 야구공을 치듯이 다시 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순발력이 되어야 잣을 치는 것이 가능하다. 처음 칠 때는 구멍에 넣고 잣을 치지만 그 다음에는 잣의 경사면을 이용해서 잣을 쳐야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섬세한 동작을 요구한다. 또 이렇게 친 잣이 처음 친 잣과 얼마의 거리가 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치수를 얘기해야 한다. 100자가 나올 것은 10자라고 하면 90자를 손해를 보고 100자가 나올 것을 120자가 나온다고 하면 술래가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확한 치수를 판단해야 한다. 여러 명이 하는 경우에는 막대로 친 잣을 받으면 바로 술래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팀이 잣이 날라갈 방향을 미리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협동심도 기를 수 있는 정통 놀이인 셈이다.

비석치기

이외에도 비석치기가 있다. 비석치기는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멀리 줄을 긋고 던저 맞추는 것 부터 발로 차서 넘어 뜨리는 것도 있고 신발 위, 가슴 위, 머리 위에 돌을 얹고 가서 비석을 맞추기도 한다. 또 땅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돌을 차서 나오는 놀이도 있었다. 어떤 놀이든 아이들의 균형 감각을 키워주며 협동심을 길러 주는데 더할 나위가 없었던 것 같다.

제기차기

또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발재간이 좋은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제기 차기도 있다. 요즘은 제기를 차는 사람이 아예없지만 예전에는 사시사철 쉽게 볼 수 있는 놀이가 제기차기였다. 제기를 차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여기 저기 뛰어 다니며 제기를 차야하기 때문에 운동량도 만만치 않고 택견의 발차기와 같은 발차기를 자연스레 익힉 수 있는 놀이가 제기차기였다. 나는 이 제기차기를 다른 사람보다 못하는 편이지만 축구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 꼭 이 제기차기가 연상된다.

쥐불놀이

겨울철 놀이 중 뭐니 뭐니 해도 재미있는 것은 역시 쥐불놀이가 아닌가 싶다. 구경 중 불구경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놀이 중 역시 재미있는 것은 불놀이(?)이다. 조그만 깡통에 불을 붙여 빙빙 돌리고 불이 활활 타오르면 하늘 멀리 던져 올려 그 화려한 불꽃의 로망을 우리 아이들은 맛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팽이치기

보통 팽이치기는 겨울에만 하는 놀이는 아니다. 그러나 나무를 토도리 모양으로 깍고 끝에 구슬을 박아 닥나무 채로 팽이를 치는 얼음 팽이는 역시 겨울철에만 가능한 놀이였다. 생각해 보면 내 고향에는 이 닥나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교회 밖에 없었다. 따라서 팽이를 만들고 몰래 교회를 넘어 닥나무 껍질을 벗기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기마전

전자 오락이나 학원 보다 좋은 놀이. 특히 협동이 필요한 놀이 중 하나가 바로 기마전이다. 보통 기마전을 하려고 하면 보통 6사람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팔을 엊갈려 잡아 말이 되고 나머지 한 사람이 이 말을 타고 상대와 싸워서 상대가 말에서 떨어지면 이기는 놀이가 바로 이 기마전이다. 말과 기수외에 보조로 몇명이 더 붙을 수도 있고 따라서 동네간 기마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것을 몰라도 이 기마전은 내가 아주 잘하는 놀이 중 하나였다. 따라서 보통 동네 형이 나를 업고 나머지 아이들은 3명씩 조를 이룬 뒤 우리 팀과 나머지 6팀이 동시에 기마전을 하는 때도 있었다. 꼭 겨울철에 하는 놀이는 아니지만 겨울에는 놀 것도 먹을 것도 귀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많이 했던 것 같다.

기타

이외에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는 놀이가 많다. 구슬치기도 참 재미있게 하는 놀이였다. 산에 올라가 나무를 잘라와 새총을 만들고 이 새총으로 새를 잡으러 하루 종일 쏘다닌 적도 있다. 전자오락과 같은 오락은 찾기 힘들었지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 놀이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하고 싶어도 놀 장소가 없다. 그리고 함께 놀 친구도 학원이 아니면 찾기 힘들다. 요즘 지방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자연속에서 그 섭리를 배우지 못하는 교육이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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