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신문사북도면-정월대보름맞이쥐불놀이3’

겨울철 놀이로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는 쥐불놀이이다. 요즘은 화재의 위험 때문에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놀이가 되버렸지만 어렸을 적에는 서울에서도 대보름이면 항상 하던 놀이 중 하나가 쥐불놀이였다. 소시적 놀이 중 쥐불놀이만큼 재미있었던 놀이는 없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은 휘경여고 앞이었다. 지금은 모두 집이 들어섰지만 당시에는 이 주변은 공터도 많았고 밭도 많았다. 또 예비군 훈련장이 있었기 때문에 쥐불놀이를 하기에는 상당이 좋은 조건이었다.

여기 말고도 쥐불놀이를 할 장소는 많았다. 그중 한군데는 바로 중랑천 뚝방과 뚝방 아래쪽 천변이었다. 요즘은 천변이 근린공원으로 정비됐고 반대쪽은 도로와 가로수가 들어섰지만 당시에는 안쪽은 밭이었고 천변은 그냥 풀밭이었기 때문이다.

쥐불놀이는 상당히 간단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놀이이다. 일단 쥐불놀이를 하려면 통조님 깡통이 있어야 한다. 우유통 처럼 큰 통을 쓰는 아이도 가끔 있지만 통이 크면 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꽁치 통조림 통처럼 지름이 조금 작은 깡통을 사용한다. 일단 깡통의 아래 쪽을 못으로 처서 여기 저기 구멍을 낸다. 옆면도 깡통 절반 아래쪽은 비슷한 방법으로 구멍을 낸다.

쥐불놀이 깡통 출처: 두레댁

그리고 깡통 입구쪽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두개의 구멍을 내서 철사로 묶는다. 그 뒤 깡통에 불붙은 나무를 넣고 팔로 휭휭 돌린다. 바람이 깡통 구멍을 통해 나무를 태우고 이어 불이 활활 타오르면 이 깡통을 하늘로 쏘아 보낸다. 하늘로 쏘아 보낸 깡통이 하늘 끝에서 변곡점을 그리며 떠어지면서 깡통의 불꽃이 하늘로 퍼저가고 마침내 땅바닥에 폭탄처럼 불꽃을 튀긴다.

이렇게 한번 불꽃을 튀기면 깡통의 불씨는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다시 깡통에 나무를 채우고 불을 붙이고 다시 하늘로 쏘아보낸다. 구경은 불구경이요. 장난은 불장난이라고 한다. 그래서 쥐불놀이는 해보면 정말 재미있다. 따라서 대보름날이면 중랑천 뚝방은 쥐불놀이를 하는 아이들로 넘처난다. 여기저기 원형을 그리며 돌아가는 불꽃, 때때로 하늘 높이 솟아 오라는 불꽃. 그리고 마치 기억 저편의 파편처럼 튀어 오르는 불꽃은 해본 사람만이 그 참맛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쥐불놀이는 아이들의 위험한 불장난이지만 전통적인 놀이로 상당히 오랜동안 용인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쥐불놀이는 농한기에 논밭두렁의 마른 풀을 태우는 놀이에서 유래한다. 새해 첫 쥐날(上子日)이나 정월 대보름에 논밭두렁의 마른 풀을 태우는 놀이를 쥐불놀이라고 하는데 이 쥐불놀이가 깡통이라는 문명과 만나면서 오늘날의 쥐불놀이로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쥐불놀이를 할 때는 이런 전통에 따라 논밭에서 쥐불놀이를 하면서 논밭두렁의 마른 풀을 돌아 다니면서 태우곤한다. 그런데 이 풀밭에는 들쥐와 같은 해로운 동물이나 해충의 알과 같은 것들이 많은데 여기를 불로 태워버리면 이들의 서식처가 사라져서 풍년이 든다고 한다. 즉, 쥐불놀이는 놀이이기는 하지만 놀이와 방제가 역인 놀이인 셈이다.

다만 불놀이다 보니 여기 저기 위험 요소가 깔려있다. 재수없게 깡통이 인가로 날아 드는 경우도 있고 위에서 떨어지는 깡통을 맞아 다치는 아이, 불에 화상을 입은 아이등... 그러나 당시에는 전자오락처럼 집에서 하는 놀이는 거의 없었고 또 인가가 지금처럼 빽빽히 들어서있지 않아 가능했던 것 같다.

남은 이야기

아마 휘경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쥐불놀이를 할 때 일이다. 쥐불놀이를 깡통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많으면 나는 불을 놓고 아이들이 끄는 형태의 불장난도 종종 했다. 예비군 훈련장 중에는 훈련에 사용되지 않은 공간도 꽤 있는데 이 훈련장 긴 풀에 불을 놓았을 때 일이다.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쳤고 불길은 예상치도 못하게 순식간 예비군 훈련장을 덮쳤다. 너무 놀라 다른 아이들과 열심히 불을 껏지만 끄는 속도보다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다른 아이들은 놀라 울음을 터트렸고 방화의 책임이 나에게 있기 때문에 울면서 불을 껏다. 막 불이 인가로 옮겨 붙으려는 순간 수십명의 예비군 아저씨들이 나타나서 순식간에 불을 꺼주었다. 쥐불놀이를 한 장소가 예비군 훈련장이고 마침 예비군 훈련이 있어서 불길을 잡은 것이었다.

지금도 이때 생각을 하면 가슴 한켠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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