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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원어데이는 잘알려지지 않은 싸고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였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초심을 잃었는지 가짝 독일 명품 떨이 사이트로 변질됐다. 또 올라오는 상품 대부분 다른 사이트 보다 비싸거나 질이 떨어졌다. 따라서 요즘은 원어데이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블로그에 올린 원어데이에 대한 글에는 이렇게 따로 공지를 하고 있다. 언제 올릴지 모르겠지만 '가짜 독일 명품 떨이 사이트, 원어데이'라는 글을 올릴 생각이다.

만년필

한때 학생들의 졸업과 입학식에 가장 많이 주고 받았던 선물이 만년필이었다. 요즘은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만년필은 내 또래 세대에게는 하나의 코드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물건 중 하나였다. 집을 자주 이사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장농을 들어내면 한 두개쯤은 보이는 것이 만년필이었다.

따라서 졸업과 입학철에는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만년필이었다. 또 만년필 브랜드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당시에는 가장 유명한 만년필은 역사 파커 만년필이었다. 따라서 외국에 다녀오신 분이 있으면 대부분 학생용으로 가장 많이 사왔던 만년필이다. 그러나 요즘은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펜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리포트도 컴퓨터로 작성, 프린터로 인쇄해가는 세상이니 이런 만년필은 더욱 필요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원어데이'에서는 이런 추세와는 달리 오늘의 상품으로 '라미 사파리 샤이니 또는 비스타'가 올라왔다. 일단 디자인이 깔끔했다. 물론 사진을 잘찍은 영향도 있다. 또 한때 몇년간 만년필만 사용했던 추억이 있어서 2,4500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이 가격에 세개를 구매했다. 구매 조건 중에는 만년필에 각인을 새겨주는 옵션까지 있어서 하나는 처의 이름을 새기고, 또 하나는 내 이름을 새겼다. 나머지 하나는 선물용으로 받아 두었다.

라미 만년필

추석 연휴를 끼고 구입한 것이고 배송은 추석이 끝나서 받았기 때문에 주문하고 한 10여일만에 물건을 받았다. 일단 포장 상태는 상당히 좋았다. 일부 원어데이 회원분 중에는 포장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배송상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조금 싸구려 같지만 각각의 만년필은 선물용 포장이 되어 있고 이 선물용 포장을 뜯고 케이스를 밀면 그림처럼 외부 포장과 만년필이 담겨있는 케이스가 나타난다. 케이스는 회전식이라 케이스 외부를 회전시키면 안쪽의 만년필이 나타난다.

라미 만년필 케이스와 포장. 케이스도 깔끔하고 포장 상태도 좋다. 케이스 뒷면에는 간단한 사용법을 적은 전단이 있다. 케이스는 회전식이라 윗뚜껑을 돌리면 윗뚜껑이 뒤로 가며 만년필이 나타난다.

앞면을 열면 사진처럼 상당히 잘만든 케이스에 깔끔한 디자인의 만년필이 나타난다. 만년필 케이스에는 만년필 뚜껑, 펜촉, 컨버터, 뒤축, 잉크카트리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잉크카트리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조립되어 있다.

검은색 두개, 흰색 하나를 구입했다. 검은색은 내가 쓰기 위해 이름을 새겨넣었다. 그러나 각인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라미 사파리 계열의 특징'이라는 금속 클립은 상당히 견고해 보이며, 흰색과 검은색 모두 디자인은 상당히 깔끔했다. 펜을 잡았을 때 엄지와 검지 부분을 미리 프리즘 형태로 깍아 두었기 때문에 만년필을 쥐었을 때 감도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가장 중요한 필기감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일단 자주 사용한 만년필이 아리나 조금 뻑뻑한 감이 있었다. 수직 이동은 원할한 편이지만 수평 이동에는 잉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디자인을 뺀 필기감만 따지면 대학교 때 사용하던 카트리지 교환 방식의 파일로트 만년필(1500원)보다 못한 것 같았다.

남은 이야기, 스스로한 첫 공부

생각해 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성적이 좋았을 때는 대학원 때이고 대부분은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다. 특히 중학교 때까지는 악필로 소문이 자자했다. 따라서 수업중에 기껏 받아 적고는 나중에 볼 때는 자기가 쓴 글을 제대로 익지 못하는 웃기는 일도 있었다. 그정도로 글씨를 못썼다. 필기를 이렇게 못하니 당연히 공부와는 더 담을 쌓게됐다.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마음을 다잡고 펜글씨 교폰을 사다 방학 내내 펜글씨 연습을 했다. 두달 정도 연습하자 교본없이 글을 써도 제법 모양새가 나왔다. 문제는 고등학교 들어가서였다. 글씨를 잡기 위해서는 펜글씨 교본에서 배운데로 써야하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적는 속도가 느려서 필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글씨를 잡게다는 욕심으로 쉬는 시간에 친구의 노트를 빌려 적는 방법으로 계속 글씨 연습을 했다. 이렇게 한 6개월을 연습하자 명필은 아니라고 해도 나름대로 잘 쓴다는 얘기를 듣게됐다. 결국 볼펜보다는 익숙한 만년필을 사용하게됐고,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대학원까지 만년필을 사용하게됐다.

예전처럼 잘 써지지는 않는다. 또 뻑뻑해서 마음 것 글을 날릴 수가 없다. 요즘은 글을 직접쓰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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