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30. 친구 5 - 인생은 40부터


사십, 철들기엔 이른 나이

한 몇 년 연락이 되지 않다가 한 3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되서 근황을 물었다. 불혹의 나이가 다됐지만 아직도 장가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 녀석들 중 일찍 장가를 간 녀석은 큰 아이가 이미 고등학생인데. 그런데 녀석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까지 장가를 가지 못한 이유를 알것 같았다. 쉽게 얘기해 '나이는 불혹인데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다'고 할까.

목차

친구라는 영화가 인기를 끈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친구를 보다 보면 '정말, 저때는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불혹, 장가기엔 좋은 나이

몇년 전 친구가 장가를 갔다. 불혹의 나이에 장가라면 조금 이상할 수 있지만 이 녀석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인이 녀석은 어렸을 때는 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생긴 것도 잘 생겼고 집도 꽤 잘 살았다. 그러던 중 녀석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어머님이 홀로 이 녀석과 두 여동생을 키우셨다.

이런 상황이면 정신좀 차리고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을 텐데 이 녀석은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체구는 작은 편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주먹질을 열심히 해서 공부 보다는 주먹을 더 잘 쓰는 녀석이었다. 외아들이고 아버님이 계시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녀석은 군대에 가지 않았다. 대학도 가지 못했다.

모임 때문에 가끔 보곤하는데 년초에 만나면 대입을 준비 하고 있었다. 가려고 하는 과는 해마다 달라졌다. 어떤 때는 사진과, 법학과, 경제과 등... 그리고 년말에 만나면 대학에 떨어지고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10년이 지났다. 공부하는 것은 여전히 똑 같았다. 다만 예전에는 대학입시를 공부했는데, 10년이 지난 뒤에는 사시, 행시처럼 국가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십, 철들기엔 이른 나이

그리고 한 몇 년 연락이 되지 않다가 한 3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되서 근황을 물었다. 불혹의 나이가 다됐지만 아직도 장가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 녀석들 중 일찍 장가를 간 녀석은 큰 아이가 이미 고등학생인데. 그런데 녀석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까지 장가를 가지 못한 이유를 알것 같았다. 쉽게 얘기해 '나이는 불혹인데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다'고 할까.

보통 우리 나이에 나오는 대화는 아이들 문제, 골프, 정치 등인데 녀석은 아직도 동네 깡패 후배에 대한 얘기, 여자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그래서 함께 모임을 해도 주변 친구들에 "야, 이제는 정신 차릴 때 되지 않았니?"와 같은 핀잔을 듣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에는 완전 백수로 살았는데 요즘은 모델 에이전트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신도 짝이 있다

잃어버린 내 반쪽을 찾아서라는 책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 반쪽이 잃어버린 내 반쪽이라면 굳이 찾지 않아도 다가 온다. 다만 그 반쪽이 정말 반쪽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녀석이 '장가를 간다'는 것이었다. 나이를 40이나 먹고 장가갈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큰 아들이 나이 40이 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해 마음 쓰셨을 녀석 어머님을 생각하면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다.

녀석 혼인식은 여의도에서 치루어졌다. 보통 혼례를 치루기 전에 친구들에게 미리 인사를 시키는 것이 관례지만 늦은 혼례에 모든 격식을 다 따지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것 같아 혼례 뒤 집들이로 모든 것을 때우기로 했다. 일요일에 온 가족이 녀석 혼례식에 참석했다.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고등학교 동창 여럿을 만날 수 있었고 녀석 신부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이는 녀석보다 6살이 적지만 생활력이 아주 강한 아가씨였다. 또 철없는 친구에 비해 생각하는 것도 깊었다. 따라서 나이는 어리지만 꼭 녀석 어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이나 생김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녀석과는 다른 사려깊음 때문에 나온 이미지였다.

늦은 장가였고 도통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던 녀석이 요근래 친구를 찾아 다닌 것도 어찌 보면 이 혼례를 염두에 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녀석은 그렇게 잔머리에 밝은 녀석은 아니었다. 아무튼 늦었지만 늦 장가 역시 축하며, 알콩 달콩 재미있는 신혼 생활이 됐으면 한다.

남은 이야기

이 글에서 처음 밝히는 것 같지만 이 녀석은 돈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소개한 '라니'이다. '지니' 덕에 동네 유지와 친분이 많고 그래서 꼭 하는 이야기도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꽤 오래 전에 이 녀석이 한 밤중에 갑자기 연락을 했다. 돈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설명한 것처럼 술 마시다 마음에 들지 않은 녀석을 구타를 했는데 합의금이 없어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합의금을 구하고 있었다. 아주 친한 녀석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 같은 동아리 활동도 했고 또 사기를 치는 녀석은 아니라 다시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던 10만원을 빌려 주었다. 여기서 3만원은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이고 7만원은 어머님께 빌린 돈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녀석 집에 전화를 하자 "그런 사람은 살지 않는 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그때 도망 가느라 연락을 못했고 돈을 갑지 못해 계속 미안해 하다가 해가 바뀌기 전에 돈을 갑고 싶어 전화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잊어 버린 상태라 돈 보다는 녀석의 근황이 궁금해서 동네 맥주집에서 만나 간단히 술한잔을 했고 이날 '지니'를 만나 근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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