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24 - 원주 어머니 밥상

2007/06/11 16:43

원주 어머니 밥상

어디나 마찬가지 겠지만 요즘은 맛있는 집을 찾기 힘들다. TV에 나왔다는 집도 비슷하다. TV 방송 덕에 손님이 몰리면 맛이 없어도 이름때문에 계속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에 나온 집도 막상 가보면 맛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충주에 식당은 참 많다. 아울러 닫은 식당들도 많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맛있는 집은 별로 없다. 서점이 있는 금능동에는 그래도 식당들이 많아서 맛있는 집을 가끔 찾을 수 있지만 현재 사무실이 있는 교현동에서는 맛집을 찾기 힘들다.

목차

알림

제 블로그에서 맛집을 소개하며 한 집을 세번씩 소개한 집은 없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소개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정식처럼 10여개의 반찬이 나오는 밥상을 5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제공하고
  •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의 음식 철학이 마음에 들었으며
  • 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집을 소개하기 전에 인터넷에 이 집에 관한 글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부터 네이버에 맛집 리뷰가 올라오며 이젠 충주에 가면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제 블로그의 글로 부터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1]. 그러나 중요한 점저는 이제 이 집을 가지 않습니다.

원래 원주 어머니 밥상은 충주 성심학원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년 전 충주 성심학원 앞 보다는 자리가 좋은 충주 시청 근처로 이전했습니다. 그리고 맛이 변했습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짭니다. 또 전같은 음식 철학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집을 추천 맛집에서 제외합니다. 이 글은 한때 이집이 이런 음식점이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원주 어머니 밥상

어디나 마찬가지 겠지만 요즘은 맛있는 집을 찾기 힘들다. TV에 나왔다는 집도 비슷하다. TV 방송 덕에 손님이 몰리면 맛이 없어도 이름때문에 계속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에 나온 집도 막상 가보면 맛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충주에 식당은 참 많다. 아울러 닫은 식당들도 많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맛있는 집은 별로 없다. 서점이 있는 금능동에는 그래도 식당들이 많아서 맛있는 집을 가끔 찾을 수 있지만 현재 사무실이 있는 교현동에서는 맛집을 찾기 힘들다.

서점 식당에서 먹으면 편하지만 아가씨들이 밥을 너무 늦게 먹어서 같이 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요즘은 혼자서 먹고있다. 처음에는 한솥 도시락에서 시켜서 먹었지만 이 것도 곧 질렸다. 그래서 중앙 시장까지 걸어가서 순대국을 먹었다. 순대국은 맛도 괜찮고 양도 많지만 거리가 멀어서 귀찮을 때면 주변의 분식점에서 라면을 사먹기도 한다. 그런데 라면도 맛이 없다. 이러다 보니 밥을 먹을 때면 주변을 한바퀴 도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우연히 내부 구조가 잘되어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정원도 있고 실내도 고풍스러워 맛이나 볼 셈으로 찾아 갔다.

주인: 어서오세요. 몇분이신가요?
도아: 혼자인데요.

주인: 혼자면 드실 것이 없는데요.
도아: (머뭇 거린다)

주인: 어서 들어오세요.
도아: (뒤를 돌아 본다)

주인: 그러지 마시고 어서 들어오세요.
도아: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주인: 혼자면 정말 드실 것이 없는데요.
도아: (먹을 것이 없다면 왜 자꾸 들어 오라고 했는데)

조금 어이가 없었다. 입으로는 연신 "혼자는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서 또 "어서 들어 오라고 한다". 자리에 앉아 식당을 살펴보니 상당히 예스러운 인테리어였다. 아울러 큰 문을 모두 열어 두어 시원했고 들리는 음악도 고즈넉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주 메뉴는 전골. 혼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밀 국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모밀 국수를 시켜 먹었다. 모밀은 역시 국물이 맛있어야 하는데 마트에서 파는 국물로 맛을 낸듯 했다. 그러나 김치 전골, 버섯 전골*, 버섯 두부 전골등 전골 메뉴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저녁때 우엉맘을 불러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갔다. 전골의 맛도 별로 였다. 그런데 주인이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없었다. 이런 집은 아이들 먹을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주인에게 물어봤다.

도아: 아이들 먹을 만한 것은 없나요? 주인: 없는데요.

이런 식이었다. 보통 식당에 가서 이렇게 물으면 "계란이라도 부처드릴까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없다, 안된다가 대답의 전부였다. 아울러 아이들이 뜰에서 놀자 이 것도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결국 아이들을 불러 앉히고 저녁을 먹었지만 맛도 별로고 서비스도 별로 였다.

이외에 사무실 근처의 아바이 순대(무지 맛없다), 영양탕 집 등 가본 곳 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없었다. 이러다가 예전에 충주 도서관에 근무하는 박모모씨와 이 근처에서 한정식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났다. 돼지 불고기와 반찬 10여가지가 나왔는데 모두 깔끔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딘지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서 찾아간 곳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충주가 워낙 좁고 있을 만한 곳은 뻔해서 오늘 마음 먹고 찾아 봤다. 역시 있었다. 법원 사거리에서 동아 아파트 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야구로 유명한 성심학교가 왼쪽으로 보이고 성심학교 건너편에 원주 어머니 밥상이라는 집이다. 한정식 집으로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인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과 푸근한 정, 깔끔한 한정식의 맛이 느껴지는 집이다. 그런데 들어가자 마자.

할머니: 몇분이 오셨어요?
도아: 혼잔데요.

할머니: 혼자는 비빔밥 밖에 안되는데요.
도아: (메뉴를 보고) 해장국도 안되나요?
할머니: 우리는 정식과 비빔밥만해요.

할 수 없이 비빔밥을 시켰다. 비빔밥이라 역시 빨리 나왔다. 그런데 비빔밥도 그냥 비빔밥이 아니라 돌솥 비빔밥이었다. 이 집은 정식을 시키면 역시 돌솥에 밥을 해서 주는데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았다. 비빔밥을 먹으면서 이 집이 왜 정식과 비빔밥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비빔밥에 들어 가는 재료는 모두 정식에 나가는 반찬이었다. 즉, 해둔 반찬과 고추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비빔밥과 정식만 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해장국이 메뉴에 포함된 이유도 알것 같았다. 가끔 백반에 해장국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돌솥 비빔밥도 충주에서 먹은 어떤 식사보다 맛있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국은 얼린 시원한 미역 냉국이었다. 김치와 오이 무침은 맛이 조금 덜했지만 두부는 맛있었다. 이러다 보니 꼭 정식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일 우엉맘과 함께 다시 오기로 했다.

남은 이야기

사무실을 이전한 뒤 서점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일단 밥먹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더우기 같이가는 아가씨들이 밥먹고 수다 떨고, 양치질까지 다하고 내려오기 때문에 밥을 먹은 뒤로도 한 4~5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사장님이 얘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행이 요즘은 양치질과 수다는 사무실로 와서 떤다.

가격은 5000원으로 일반 식사보다는 비싸다. 그러나 두 명이 간 경우 5000원이지만 세명이 가도 숟가락만 하나 더 놓으면되기 때문에 세명이 가면 오히려 더 싸다. 더욱이 할머니가 인심이 좋으셔서 밥이 부족하면 밥도 더 주고 고기가 부족하면 고기도 더 주시기 때문에 세명이 가면 3300원에 맛있는 정식을 먹을 수 있다.

관련 글타래


  1. 참고로 원주 어머니 밥상은 2008년 경 제가 쓴 글을 인쇄해서 메뉴판에 붙여 두었던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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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돌솥 비빔밥, 원주 어머니 밥상, 음식, 이야기, 중앙 시장, 충주, 충주 이야기, 한솥, 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