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이 왕족
이때 시킨 집이 오늘 소개하는 '헐렁이 왕족'이다. 헐렁이 왕족은 일단 장군 보쌈에 비해 나오는 것이 많았다. 막국수, 겉절이, 만두, 김밥, 오뎅 등. 서울에서도 이렇게 여러 가지를 끼워 주는 집을 많이 봐왔고 이런 집의 족발 대부분이 맛이 없었다. 헐렁이 왕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족발이 조금 시커멓고 맛이 없었다.
알림
예전에는 상당히 맛있었던 집이지만 여기저기 체인을 내며 맛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젠 헐렁이 왕족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장군 보쌈
누나네가 충주로 처음 이사왔을 때는 두주에 한번 꼴로 조카 한결이를 보러 내려왔다. 워낙 오랜 만에 보는 아이라 우리집과 매형네 모두 한결이에게 목을 맨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또 매형이 일 때문에 몇 달간 집에 오지 못했을 때는 아빠가 그리워 내 목을 잡고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한적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주말이면 노상 충주에 와서 누나네 집에서 먹고 자고 했다. 나도 술을 잘 마시지만 당시 매형도 술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오죽 했으면 매형과 처음만난 북창동 돼지 등심집에서 소주를 12병이 넘게 마셨을까.
이러다 보니 누나네 집을 방문하면 항상 술을 마셨다. 이때 안주로 가장 많이 시켜먹은 것이 족발[1]이다. 당시 연수동에는 장군 보쌈이라고 보쌈과 족발을 하는 음식점이 있었는데 족발을 시키면 꼭 보쌈속을 함께 주었다. 족발은 뜨거운 것보다 차거운 것이 더 맛있다. 쫄깃 쫄깃한 맛은 족발이 식은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시 장군 보쌈은 일단 색깔이 고왔다. 일반적으로 족발은 처음 쪘을 때는 적갈색의 색깔이 나다가 찌는 과정을 반복하면 검은 빛깔로 바뀐다. 장군 보쌈은 장사가 잘되서 족발의 재고가 없는지 항상 적갈색의 먹음직 스러운 색깔이었고 함께 주는 보쌈 속도 맛있어서 주로 장군 보쌈에서 족발을 시켜먹었다.
족발을 먹지 않던 우엉맘도 장군 보쌈을 먹어보고는 그 뒤부터는 족발을 먹었다. 장충동 족발 부터 상당히 여러 곳에서 족발을 먹어 봤지만 연수동의 장군 보쌈처럼 맛있는 집은 없었다. 워낙 맛있고 장군 보쌈이 체인이라 서울에 와서도 장군 보쌈을 찾았다. 114에 문의해서 서울대 뒷편에 있는 장군 보쌈을 가봤지만 체인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듯 이집은 시커멓고 냄새나는 족발을 내왔다.
헐렁이 왕족
결국 장군 보쌈은 충주에 와서만 시켜 먹었지만 장군 보쌈의 주인은 장사를 못하는 편이었다. 허구 헌날 장군 보쌈을 시켜 먹어도 서비스로 보쌈 속을 한번 주는 적도 없고 돈을 주고 살테니까 한접시 더 보내라고 해도 꼭 보쌈속을 한접시만 보내곤 했다. 매형은 이렇게 빡빡하게 장사하는 집을 싫어하기 때문에 한번은 장군 보쌈 대신에 다른 곳에서 시키자고 제안했다.
이때 시킨 집이 오늘 소개하는 헐렁이 왕족이다. 헐렁이 왕족은 일단 장군 보쌈에 비해 나오는 것이 많았다. 막국수, 겉절이, 만두, 김밥, 오뎅등. 서울에서도 이렇게 여러 가지를 끼워 주는 집을 많이 봐왔고 이런 집의 족발 대부분이 맛이 없었다. 헐렁이 왕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족발이 조금 시커멓고 맛이 없었다.
그래서 그 뒤로 계속 장군 보쌈만 시켜 먹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또 매형이 헐렁이에서 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장군 보쌈보다는 헐렁이 왕족이 더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장군 보쌈을 시켰지만 정말 예전의 맛은 싹 사라지고 없었다. 적갈색의 먹음직스러운 색깔은 거멓게 변했고 보쌈 속도 보쌈 속이라기 보다는 꼭 무채같았다.
이 뒤로는 충주에 와서는 보쌈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런데 매형집에 손님이 왔고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어서 매형이 또 족발을 시켰다. 그런데 가져온 족발은 마치 회를 친 것처럼 아주 얇게 포가 떠 있었다. 주는 것도 상당히 많았다. 오뎅 4개, 김밥 4개, 겉절이 한개, 만두 두개, 막국수 두개.
많은 것을 주는 것 보다는 역시 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족발을 먹어 봤다. 예전에 장군 보쌈을 먹을 때 그 맛 그대로 쫄깃 쫄깃하면서 맛있었다. 그래서 어느 집인지 물어보니 예상 외로 헐렁이 왕족이었다. 처음에는 맛없는 족발에 이것 저것 끼워 주는 것으로 승부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족발의 맛을 개선한 것 같았다.
족발도 회를 뜨듯 얇게 떠야 더 맛있다는 것도 헐렁이 왕족 때문에 알게됐다. 너무 얇게 떠서 기계가 뜨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가보니 사람이 거의 기계적으로 그렇게 썬다는 것도 알게됐다. 아울러 오로지 현찰, 배달만 하며, 주말과 같은 때는 시키는 사람이 많아 주문하고 올 때까지 보통 한시간 정도 걸린다.
푸짐한 족발
혹 충주를 방문하는 사람은 다른 먹거리가 없다면 꼭 헐렁이 왕족을 한번 먹어 보기 바란다.
가장 작은 것의 가격은 1,6000원이다. 끼워주는 것도 제법 많다. 가장 작은 것을 시켜도 겉절이, 만두, 오뎅 두개, 김밥, 막국수와 상치 및 야채가 서비스로 나온다. 장도 새우젓, 초장, 된장 등 세가지 것이 나온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족발은 아주 얇게 포를 떠서 나온다. 회도 마찬가지지만 족발도 이렇게 얇게 포를 뜬 것이 더 맛있다.
서비스로 끼워주는 김밥, 오뎅도 맛있다. 막국수는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맛없는 집의 막국수 보다는 훨씬 맛있다. 작은 것이지만 4인 가족이 먹기 충분한 양이다.
헐렁이 왕족을 배달 시키면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배달에 사용된 것들이 모두 일회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헐렁이 왕족을 시키면 쓰레기 봉투가 포함되어 있다. 즉 헐렁이 만든 쓰레기는 헐렁이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충주와 충주 주변에는 헐렁이 왕족의 체인(정확히는 친척이 하는)이 여러 개 있다.
- 참고로 남대문 시장통에도 족발 파는 집이 많다. 이 집 족발도 상당히 맛있고 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