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조카
누나와 매형은 양가집에서 장남과 장녀이다. 이러다 보니 큰 조카인 '한결'이는 양가집을 통털어 처음 보는 아이였다. 근 20여년 가까이 아이없이 지내다가 또 다시 아이를 보는 기쁨은 아마 아이를 길러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귀여워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누나와 매형은 양가집에서 장남과 장녀이다. 이러다 보니 큰 조카인 '한결'이는 양가집을 통털어 처음 보는 아이였다. 근 20여년 가까이 아이없이 지내다가 또 다시 아이를 보는 기쁨은 아마 아이를 길러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귀여워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래서 한결이는 양가집에서 정말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 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안아 주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런데 한결이는 달랐다. 한 일주일 보지 않으면 한결이가 천장을 기어 다녔다. 그래서 거의 두주에 한번 꼴로 한결이를 보러 충주에 왔다. 이러는 날 보고
조카가 그렇게 귀여우면 니 애는 어쩌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매형의 이모님(한결이에게는 이모 할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한결이는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지금도 이모님은 한결이 밖에 보지 못한다. 둘째 한힘이와 셋째 한별이가 더 있지만 오로지 '우리 한결이 왔어'하며, 다른 아이들을 처다 보지도 않고 한결이만 데리고 들어가신다.
몇 년전 사돈 어른이 돌아가셨다. 매형과 친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장례식장을 지켰고 결국 장지까지 갔다 왔다. 이때 알게된 친구가 이모님의 아들이었다. 사실 알고 보니 매형 동생, 나, 이 친구가 동갑이었다. 나도 술을 좋아하고 매형도 좋아하고, 양가집 모두 술을 좋아하다 보니 사돈 어른을 보낸 뒤 또 술판이 벌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이 친구와 나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은 없다'고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모질지 못하다는 뜻도 됀다. 그래서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돈 어른 장례식 때 봤지만 이런 기억 때문에 가끔 이 친구를 생각하곤 했다.
현재 내 사무실은 이층인데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다 보니 책 나를 일이 많다. 책을 가져와서 마크 작업을 하고 장비를 붙인 뒤 납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1층에서 2층으로 책을 나르고 다시 2층에서 1층으로 책을 날라야 할 일이 많다. 책을 날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무지 무겁다.
그래서 2층 사무실을 임대하고 1층에 사무실을 얻어 이전하기로 했다. 이전하기로 한 곳이 예전에 식당이었기 때문에 바닥 상태로 좋지 않고 여러 가지 구조물이 있어서 사무실로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그래서 매형이 사람을 불렀는데 그 사람이 바로 사돈 어른 장례식 때 봤던 친구였다.
담배도 피고 술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요 며칠 같이 술을 마셔보니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담배를 피우는지 물어 봤다.
친구: 작년 1월에 끊었어요?
도아: 그래요? 아는 분께 Stop Smoking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는데 이 책은 금연을 상당히 다르게 접근했더군요.친구: 어떻게요?
도아: 금연은 의지가 없어서 못끊는게 아니라 담배 회사의 막강한 광고력에 사람들이 세뇌되서 못 끊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친구: 담배를 끊을 때 문제가 금단 현상인데...
도아: 그렇죠.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금단 현상도 사실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더군요.친구: 왜. 담배를 끊으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여기 저기 왔다 갔다하고 심하면 넉나간 사람처럼 되잖아요?
도아: 그렇죠?친구: 그런데 이 금단 현상은 보통 15일 정도면 사라지고 사실 첫 일주일이 가장 힘들잖아요?
도아: 그렇죠?친구: 작년 1월에 무지 아팟거든요. 감기 몸살로 한 일주일을 앓았는데 감기가 낫고 나니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 한 15일면 금단 현상도 사라진다고 하는데 이 참에 끊자.
친구: 그리고 지금까지 담배를 보면 내가 어떻게 끊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도아: 그래요. 괜찮은 방법이네요.
보통 아프면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병이 조금 나으면 바로 담배 생각이 난다. 그 이유는 니코틴 때문이다. 아울러 담배는 처음 며칠 동안 참는 것이 힘들지 그 뒤로부터는 상당히 쉽다고 한다. 따라서 생각해보니 꾀 괜찮은 방법이었다. 물론 며칠씩 아픈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금연을 생각하고 있고 처음 며칠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몸살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며칠씩 드러누웠을 때를 기회로 금연하면 '꿩먹고 알먹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