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꼴통 한국과 야후의 꼴통짓
얼마 전 야후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로서 한국은 외산 서비스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입증한 셈이다. 아울러 야후 전 임원이라는 사람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임원의 글에 따르면 야후의 한국 철수는 '편안함에만 안주하는 한국 소비자의 수동적 소비행태'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이 부분에는 상당히 동감한다. 내가 '네이버는 사용자를 사육한다'고 평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야후의 한국 시장 철수가 한국 소비자만의 문제일까? 글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야후의 한국 시장 철수는 한국 소비자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용자들이 플리커에 로그인할 수 없는 문제는 지금까지 야후가 한국 시장에서 외면 받은 이유에 대한 아주 중요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한국 소비자와 야후의 문제, 플리커 로그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올릴까 한다.
야후의 한국 시장 철수
그동안 크레마 터치에 푹 빠져 살다가 오늘 리뷰 두개를 연달아 올렸다. 원래 하나의 리뷰로 작성했지만 그동안 소식을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아 크레마 터치(Crema Touch)를 받고 겪은 일을 적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전자책(크레마 터치), 살까? 말까?와 책을 테이크 아웃? 크레마 터치 개봉기라는 글로 올렸다. 그런데 오늘 리뷰를 올리다 조금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이전 글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블로그는 웹 호스팅을 사용한다. 또 설치형을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일전송량에 부족하다. 이 때문에 꽤 오래 전부터 플리커 유료 계정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플리커(Flickr)를 서비스하고 있는 야후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날이 줄어드는 입지 때문에 한국 시장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야후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함으로서 한국은 외산 서비스의 무덤이라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됐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사실이 반갑지 않았다. 매일 매일 IT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고 떠든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IT 강압국이라는 타이틀은 적합할지 몰라도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는 한때 인프라 강국이었던 적은 있지만 단 한번도 IT 강국이었던 적은 없다. 우리나라의 IT 환경은 개발자, 신규 서비스 업자 모두에게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과도 다름 없는 곳이다. 일본을 IT 갈라파고스라고 하지만 우리도 일본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IT 갈라파고스를 깬 최초의 제품이 아이폰이지만 아이폰이 출시된지 3년만에 우리나라는 다시 IT 갈라파고스가 되가고 있다.
편안함에만 안주하는 수동적 소비
얼마 전 야후의 전 직원이 올린 글이라며 야후의 한국 철수 이유가 올라온 적이 있다. 이 기사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의 소비자는 "편안함에만 안주하는 수동적 소비"만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내가 항상 이야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네이버처럼 허접하다 못해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서비스가 국내 포털 1위에 오른 근간도 바로 "편안함에만 안주하는 수동적 소비자"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네이버는 사용자를 사육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후의 한국 철수가 과연 한국 소비자에게만 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편하게 해주기만 하는 기업의 맞춤형 상품만을 소비하는 수동적 소비자가 되기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다양한 상품들을 사용해 보면서 보다 국제적인 시야를 갖추려는 능동적 소비자가 될 필요가 있다" [출처: "韓 소비자 지나치게 까다롭다"...야후 前 임직원 작심 발언]
한때 야후는 국내 최대의 포털이었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철옹성처럼 보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엠파스가 야후의 헤자를 메웠고, 다음이 성을 무너트리고, 네이버가 야후가 쌓은 철옹성 보다 더 튼튼하고 커다란 성을 쌓았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화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사용자들이 알아서 자신들에게 맞춰주길 바라는 오만함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야후에서는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의사 결정 구조도 시대에 뒤처진 상당히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야후의 꼴통 짓
오늘 리뷰를 올리기 위해 플리커(Flickr)를 방문했다. 그리고 로그인을 클릭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작년 야후가 철수하며 "한국에서 서비스를 더 이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플리커 계정 역시 미국 계정으로 전환했었다. 그리고 잘 전환됐다는 메시지까지 받았다. 따라서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로그인이 되지 않고 이런 메시지가 뜨니 좀 황당했다. 메시지를 읽어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눈 씻고 찾아 봐도 없었다. 글에 있는 링크 중 로그인 링크를 클릭하면 미국 야후로 접속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야후에서 로그인한 뒤 플리커로 오면 똑 같은 현상이 또 발생한다.
미국 계정으로 옮기기라는 글을 보면 로그인 문제 때문에 황당해 하는 사람들의 원성이 넘처 난다. 또 오늘 플리커 로그인 문제를 해결하는 트윗을 올리자 진짜 고맙다는 트윗도 올라왔다. 플리커 때문에 정말 고생했는데ㅠ라는 트윗을 보면 이 사용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업체의 사정상 서비스를 철수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소비자의 행태를 비판한 야후 전 직원[1]의 의견도 상당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정말 한국 소비자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다면 떠날 때 조금 더 신경썼서야 한다. 이런 일을 경험한 한국 소비자 중 야후를 다시 쓰고 싶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 당황해 하는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또 '고객센터 연락처도 없고 FAQ에도 없다'고 한다. '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답변도 없다'고 한다. 물론 나처럼 IT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바로 해결책을 찾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FAQ까지 찾아도 없는 것을 일반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댓글을 단 사람들은 네이버사용자처럼 무조건 질문만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해결책 자체가 없다. 야후 전 직원이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구상에 이런 서비스를 만족해 하며 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플리커 로그인하기
리뷰를 올려야 하는데 플리커에는 로그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한번 단련 시켜준 적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를 제제하려고 하자 유튜브는 한국 시장에서 바로 철수했다. 즉,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는 있지만 파일 업로드를 막은 것이다. 이런 제한을 우회하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유튜브에서 지역 설정을 한국에서 전세계로 바꾸면 된다. 플리커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플리커에 로그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플리커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화면을 가장 아래쪽으로 끌어내린다.
- 중문, Deutsch English Español Français 한글 중에서 'English'를 클릭한다.
- 플리커 오른쪽 가장 위에서 'Sign In'을 클릭해서 로그인한다.
이렇게 하면 플리커에 정상적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작업을 하기 전에 미국 야후로 로그인하고 계정을 미국 계정으로 전환한 뒤 시도해야 한다. 나처럼 작년에 전환한 사람이라면 바로 시도해도 된다.
- 직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