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남감 사주신거
엄마 말 잘드를레요.
질거운 주말 보네요.
절말 고마워요.
나는 부모님이 조와요.
다예 올림
어버이날 다예가 준 선물이다. 아직도 ㄷ자를 꺼꾸로 쓰기도 하고 '즐거운'을 '질거운'이라고 쓰는 등 맞춤법이 틀렸다. 그러나 글을 쓰며서 매번 다른 색을 이용해서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예의 정성이 듬뿍 들어있는 선물이었다. 특히 하트 모양을 떼면 센도스라는 피로 회복제가 달려있다. 아마 선생님이 준듯하다. 또 우엉맘이 먹었기 때문에 오른쪽에는 스카치 테잎만 남아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어머님이 다예와 우영이에게 어린이날 선물 대신 2만원씩을 주셨다. 예전에는 아이들 모두 돈을 받으면 우엉맘에게 맡겼지만 요즘은 우엉맘에게 맡기기 보다는 스스로 쓰고 싶어한다. 속된 말로 이제 돈을 쓰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아이들이 큰 돈을 가지고 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에 우엉맘이 아이들 돈을 일단 거둔 뒤 천원씩만 주기로 했다. 우영이는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일이라 별 말이 없었지만 다예는 자신의 돈을 빼았겼다고 생각했는지 바닥에 누워 울기 시작했다.
도아: 다예야, 왜 울어? 엄마가 우리 다예 돈을 뺏아갔어?
그런데 심통이 난 다예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울고 있었다. 어차피 화가 나서 울면 달래는 방법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화난 모드로 바꿨다.
도아: 이놈의 가시네가 어디서 울어. 너 울음 안그칠래?
다예의 장기는 역시 잔머리이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울음을 그치지만 때로는 다른 것을 트집잡아 배로 심통을 부릴 때도 있다. 다예 역시 건수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더 심하게 울며 대꾸했다.
다예: 아빠는 왜 어린이날 선물 안줘?
다예: 다예가 엄마, 아빠 선물을 왜 두개를 했는데?
다예는 어린이날 선물을 여러 개 받았다. 동네 아주머니가 다예가 귀엽다고 신발 사줬고 여기에 장난감 가게에서 마술봉과 신발 세트를 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영이 선물을 사면서 우엉맘이 또 목걸이를 사줬다. 그런데 다예는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했기 때문에 선물로 엄마, 아빠가 따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아: 다예, 엄마가 선물 안사줬어?
도아: 엄마가 사준 선물이 아빠가 사주라고 해서 사준거야.
도아: 아, 다예는 선물을 엄마, 아빠가 해주는 것으로 생각했구나!
역시 상황 파악이 빠른 다예는 오빠도 엄마만 선물을 사주었다는 것을 떠 올렸다. 그리고 선물을 주지 않았다고 떼쓴 것이 부끄러웠는지 이내 "호호" 웃으며 도망갔다.
우영이도 어버이 날 카드를 가지고 왔다. 다만 엄마와 아빠에게 두장을 쓰는 것이 버거웠는지 두 카드의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우영이 카드도 스캔을 뜨려고 했지만 받은 카드에 부모가 답장을 써서 다시 학교에 보내는 형태라 스캔을 뜰 수 없었다.
다만 이런 카드를 보니 이제 아이들이 부쩍 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를 따라 다니는 것 보다는 이제는 우영이, 다예 모두 친구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침일찍 나가서 엄마, 아빠도 찾지 않고 하루 종일 놀다 들어온다. 충주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이렇게 노는 아이들이 많고 아이들이 혼자 놀도록 내 보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