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주사위 놀이, 이명박
마지막으로 등장한 패러디 뱀주사위 놀이판은 바로 부산일보다. 큰 그림판은 구할 수 없지만 거다란님이 신문을 스캔한 자료에 따르면 24번은 자전거를 타면 환경을 살린다는 공익 홍보, 함부러 대출을 받으면 거지가 된다는 28번, 이명박의 눈꼬리에 뱀꼬리를 얹고 영어 전문학원으로 떨어지는 94번은 "'이명박식 교육'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외에 로또에 당첨되면 가장 많은 단계가 올라간다. 이 역시 현재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뱀주사위 놀이 1
어제 뱀주사위놀이에 대한 글을 올리고 추가로 다른 놀이판이 있는지 찾아 봤다. 과거에 제작된 뱀놀이판은 인터넷에서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다. 또 2004년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패러디 뱀주사위 놀이, 얼마 전 부산일보에서 현시국을 풍자해서 만든 뱀주사위놀[1]이까지 있었다. 추억의 게임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한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다.
뱀주사위놀이는 기원전 2세기경 인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유혹과 타락의 속세를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는 구도의 과정을 담았으며, 100번째 칸은 열반(Nirvana)[2]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9세기 영국, 20세기 미국에 전해졌으며 미국의 밀튼 브레들리가 처음으로 상품화 했다고 한다[3].
어제 올린 글에서 설명했지만 뱀주사위 놀이판에는 여러 가지 시대상이 나온다. 먼저 한번에 가장 높은 단계를 오르는 것은 '간첩신고'다. 즉, 이당시 최고의 가치는 간첩신고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높은 것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4], '열심히 일하는 것', '열심히 부모를 돕는 것' 등이다. 당시의 시대상은 "간첩을 신고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고 "열심히 사는 것"이 두번째 가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고속도로다. 원래 이 게임은 나라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전해진다. 보통 Snakes and ladders(뱀사라디), Chutes and ladders(슈트사다리)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뱀주사위 놀이판은 떨어질 때 뱀이 나오는 것은 똑 같지만 올라갈 때는 사다리가 아니라 고속도로로 바뀌었다. 토착화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비밀이 있다고 한다.
당시 박정희는 국가 산업을 일으킬 동력으로 고속도로를 생각했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은 국가 재정낭비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아이들 놀이판에까지 고속도로를 넣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는 음모론 이지만 당시의 여건을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놀이판에서 마지막으로 문제가 됐던 것은 가장 많은 단계가 떨어지는 66번이었다. 나는 얼핏 보고 유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에게 손을 대다가 감옥에 간다. 도대체 아이가 감옥에 갈 정도로 큰 잘못이 무엇인가 하는 의견이 분분했다. 도둑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아이들은 성추행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뱀주사위 놀이 2
두번째로 찾은 놀이판은 이전 놀이판과는 가격 부터 다르다. 가격은 무려 50원으로 30원에 비해 60% 오른 가격이다. 뱀과 사라디를 사용하는 것은 똑 같지만 '착한 일'과 '나쁜 일'이 조금 바꼈다.먼저 가장 많은 단계를 오를 수 있는 '착한 일'은 군인이 되서 '빨갱이를 잡는 일'[5]이다. 그림을 보면 아예 전쟁을 한 뒤 고지를 점령한 것처럼 나온다.
반면에 가장 '나쁜 일'은 '간첩을 숨겨 주는 일'로 74단계에서 20단계로 무려 54단계나 떨어진다. 국인이 되서 빨갱이를 물리치는 것 보다 더 '나쁜 일'이 간첩을 숨겨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박정희의 통치가 강화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이전 뱀놀이 판과 비슷하다.
뱀주사위 놀이 패러디
이 놀이판은 2004년 노무현 전대통령의 탄핵당시 만들어진 패러디 놀이판이다. 놀이판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역시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4월 15일 총선에 투표하지 않고 놀러가면 모두 떨어진다(96, 44, 28). 32번 투표부대는 고속도로를 타고 20단계 상승한다. 상승은 대부분 총선투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80번 촛불을 들면 바로 게임을 끝낼 수 있다. '김민석'(30)을 만나면 철새가 되고 '홍사덕'(72)을 만나면 이라크로 파병된다. 가장 많이 떨어지는 66번은 기억이 희미해서 누군지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이 역시 시대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뱀주사위 놀이, 이명박
마지막으로 등장한 패러디 뱀주사위 놀이판은 바로 부산일보다. 큰 그림판은 구할 수 없지만 거다란님이 신문을 스캔한 자료에 따르면 24번은 자전거를 타면 환경을 살린다는 공익 홍보, 함부러 대출을 받으면 거지가 된다는 28번, 이명박의 눈꼬리에 뱀꼬리를 얹고 영어 전문학원으로 떨어지는 94번은 "'이명박식 교육'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외에 로또에 당첨되면 가장 많은 단계가 올라간다. 이 역시 현재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놀이가 지금도 유행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고속도로 대신에 한반도 대운하'를 넣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떨어지는 뱀 대신에 "일자리 창출은 힘들다"는 IT 전용선, 나쁜 일은 촛불을 드는 일, 좋은 일은 열심히 땅파는 일,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20단계 상승한다.
'가장 많이 떨어지는 일'은 '아고라에 글을 쓰는 일'. 미네르바처럼 감옥에 간다. 또 '가장 많은 계단을 오르는 일'은 '진압봉으로 시민을 때려잡는 일'이 아닐까? 어청수를 만나면 강경진압으로 상승하고, 김석기를 만나면 용산참사로 게임이 끝난다. 뽀샵 작업에 능하다면 직접 패러디를 만들 수도 있지만 뽀샵 작업 보다는 글쓰는 일을 더 잘하므로 글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겠다.
- 그 시절 게임의 재발견 - 추억이 보장하는 재미라는 기사다. "그 시절 게임의 재발견"은 시리즈 물로 보인다. ↩
- 불교용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200년이 지난 시점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
- "그 시절 게임의 재발견" 시리즈 중 주사위 굴려보자, 사각형 인생판 위에서라는 기사가 그 출처다. ↩
- 윤시내의 "공부합시다"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도 이세대인 것 같다. ↩
- 공산당이라는 표현 보다는 빨갱이를 사용한 이유는 놀이판에서 빨갱이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빨갱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