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대박 탓에 '김삼순'이라는 한글 도메인 소유자가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우연 아닌 우연'을 이야기합니다.
<그림 출처: '이름 바꾸면 취업ㆍ결혼 잘 될까' 작명소 줄 서는 청춘들>
이름의 중요성
예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과거 사형수들의 이름을 조사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형수들의 이름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름에 격음을 사용한 사람이 많았다"[1]고 합니다. 사람에게 이름은 아주 중요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는 상당히 신중해야 합니다.
제가 아이들 이름을 지으면서 고려한 것은 한글 음운학, 한글 성명학, 한자 성명학, 사주, 이름의 한자 뜻풀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이 엄마가 아이 이름을 성명학을 한 사람에게 물어본 모양입니다. 그 사람의 답변은 "절대 이름을 바꾸지 마라. 이 보다 좋은 이름은 만들기 힘들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글 음운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가 처음 태어나 세상을 볼 수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촉각과 청각입니다. 즉, 따뜻하게 감싸주고 부드럽게 불러주는 것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눈으로 사물을 보지 못해도 귀로 들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듣는 첫마디(이름)가 격한 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또 이렇게 들은 첫마디가 우울한 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2]
김우영
따라서 저는 한자 성명학 보다는 한글 음운학을 더 중시합니다. 성에 받침이 있으면 이름의 첫자는 받침이 없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부르기 쉽습니다. 김다예, 김우영 모두 이 기준에 맞춰 작성한 이름입니다. 두번째는 이름에 밝은 느낌을 주기 위해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성의 모음이 중성 모음이기 때문에 다예처럼 일부러 양성 모음을 넣었습니다[3].
우영이는 조금 다릅니다. 처음에는 이모부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모부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은 하우씨 우[禹][4], 헤엄칠 영[泳]자였습니다. 문제는 하우씨 우는 벌레라는 뜻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자 이름만 보면 "벌레가 헤엄친다"는 뜻이 되버립니다. 한글 음운학적으로도 중성 모음과 음성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밝은 성격을 주기 힘듭니다.
그러나 기껏 이모부님께 부탁하고 이름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어서 한글은 그대로 두고 한자 성명학과 사주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렇게해서 나온 이름은 도울 우[祐]자에 꽃뿌리 영[英]자입니다. 즉, "영웅을 돕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큰 아이라서 남을 포용하는 능력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보통 머리가 뛰어난 첫째의 특징 때문에 지어준 이름입니다.
김다예
다예의 한글 이름은 원래 두 가지 중 하나를 하려고 했습니다. 예송이와 다예. 둘다 보면 알 수 있지만 성에 받침이 있기 때문에 이름의 첫자는 받침이 없는 글자를 택했습니다. 또 다자와 송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름에 의도적으로 밝은 느낌이 나는 양성 모음을 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 엄마의 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 엄마의 성(송)을 이름에까지 포함시킨 이름이 예송이입니다.
예송이는 작고 귀엽다는 느낌을 주며, 한글 음운학적으로도 괜찮은 이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송이를 지지했지만 아이 엄마가 '다예'라는 이름을 더좋게 생각해서 결국 다예라는 이름으로 결정했습니다. 한자 성명학은 초년, 장년, 중년, 말년운이 좋은 한자를 역으로 찾아서 지었습니다. 이때 사주에서 부족한 수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찾는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많을 다[多]자에 재주 예[藝]를 쓰는 '다예'라는 이름입니다. 재주가 많다는 뜻인데 실제 다예는 재주가 많습니다. 손이 아주 섬세해서 정말 작은 물건도 잘 다룹니다. 컴퓨터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사용합니다. 특히 작은 손으로 만지기도 힘든 마우스를 정말 잘 사용합니다. 또 내 아이의 그림 솜씨는?에서 설명한 것처럼 가르치지 않은 그림도 상당히 잘 그립니다[5].
예전에 인천에서 알게된 약사 후배[6]가 비타민을 준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비타민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타민이 너무 맛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도 정해진 양만 먹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먹습니다. 비타민 제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듯 병 두껑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열리지 않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 비타민 병은 우영이도 못열고, 아이 엄마도 열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예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런 것을 아주 가볍게 엽니다[7].
꼭 이름 때문은 아니겠지만 다예는 우영이 보다 훨씬 잘 웃습니다. 성격도 아주 밝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상당히 잘합니다. 자존심이 무척 강한데 이 것은 재주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현재 결과를 놓고 보면 아이들의 성격은 각자의 이름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즉, 이름은 아이들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중 하나입니다.
한글 음운학
따라서 이름을 지을 때는 한글 음운학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 한글 성명학, 한자 성명학과 사주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름의 한자 뜻도 좋은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작명소에서는 '한글 음운학' 보다는 한자 성명학, 사주에 치중해서 이름을 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고려하는 요소가 다르다 보니 작명하는 곳마다 '좋은 이름'과 '나쁜 이름'이 다르게 나오는 때도 많습니다. 다만 이런 작명소를 이용하더라고 최소한 '한글 음운학'에 따라 이름을 먼저 짓고 그 다음에 작명소에서 좋은 한자를 찾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름을 지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지어주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름을 하나 지으려고 하면 제 경우 한 일주일은 꼬박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글 음운학', 한글 성명학, 한자 성명학, 사주에 한자의 뜻까지 좋은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정말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입니다.
- 사형수 중에 '김팔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팔봉'이라는 작가도 있습니다. 즉 똑 같은 이름이지만 격음 때문에 한 사람은 사형수, 한 사람은 뛰어난 문학작가로 올라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합니다. 한 예로 ㅍ이 들어가는 말 중 좋지 않은 말이 많습니다. 반면에 ㅃ이 들어가는 말 중에는 정다운 말이 더 많습니다. 즉 우리 의식 저편에는 자소단위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 이외에도 대표음가가 같은 자음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은 더 있습니다. ↩
- 하나라 우왕에서 온 글자입니다. 성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임금이라는 뜻도 있지만 벌레라는 뜻도 있습니다. ↩
- 지금 일곱살 반을 다니고 있고 내년에 취학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나이는 6살 입니다. 1월생이고 언니 노릇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학교에 보낼 생각입니다. ↩
- 어떤 약사인지는 건강을 파는 약국, 아쉬람을 읽어보면 됩니다. 또 최근에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
- 다예가 조용하면 어디에선가 "사고를 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작은 손으로 못여는 것이 별로 없고, 못 분해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아 엄마의 휴대폰도 다예가 망가트렸습니다. AS 하시는 분이 한 이야기는 "어떻게 이것을 뺏는지 모르겠다"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