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검사?
최근 홍준표를 보면 스스로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이 타당한지 스스로에게 되물을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홍준표는 국회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은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다. 대통령과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출 필요는 있다. 그러나 여당에게는 대통령을 견제할 의무도 있다. 그래서 과거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까지 참여했었다.
SBS 창사 특집으로 마련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모래시계다. 518의 잔혹한 참상, 삼청교육대의 진실, 당시로는 거의 충격적이라고 할 내용이 다루어진 드라마이다. 제작된지 이미 15년이 다 되가는 드라마이지만 요즘 봐도 완성도가 뛰어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박태수(최민수분), 윤혜린(고현정분)이 역시 최고의 스타라는 것을 입증한 드라마이다. 또 윤혜린의 보디가드역의 백재희(이정재)를 스타로 만든 드라마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숨겨진 스타가 있다. 바로 박태수의 친구이며 박태수를 형장의 이슬로 보내는 검사 강우석(박상원 분)이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에 따라 꾿꾿히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검사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감동했는지 모른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슬로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을 구속 기소함으로서 명성을 얻었다[출처: 위키백과]. 또 모래시계에서 강우석이 수사한 사람도 슬롯머신 업자였고 이 부분이 홍준표와 겹치기 때문에 '홍준표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로 1995년 송파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홍준표를 정계에 끌어들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영삼이었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모래시계의 검사 강우석의 이미지 보다는 수구의 대변인처럼 보였다. 그러나 홍준표는 수구의 대변인 이었지만 지금까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국회소위 위원장을 맡으면서도 대부분은 대화로 처리하려고 했다. 또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으면서도 나름대로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긋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홍준표를 보면 스스로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이 타당한지 스스로에게 되물을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홍준표는 국회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은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다. 대통령과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출 필요는 있다. 그러나 여당에게는 대통령을 견제할 의무도 있다. 그래서 과거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까지 참여했었다.
여당은 최소한 대통령 탄핵은 아니라고 해도 잘못을 지적할 의무는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부임한 뒤 우리사회는 아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 혼란은 대부분 인간 이명박의 판단착오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여당이 감싸고, 강만수가 잘못하면 여당이 깜싼 리만브라더스의 혼란이 2008년 혼란의 근본적 이유였다.
그러나 이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인 홍준표는 이명박 앞에만 서면 고자가 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를 쥐죽은 듯 실천한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국민이 두렵다. 국회의원이니 밥먹는 자리까지 찾아온 국민이 반가워야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두렵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국회의원,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부.
이명박 정부는 사실 끝난 정부다.